2024년 03월 29일 금요일

  • 서울 6℃

  • 인천 4℃

  • 백령 5℃

  • 춘천 7℃

  • 강릉 8℃

  • 청주 8℃

  • 수원 5℃

  • 안동 9℃

  • 울릉도 11℃

  • 독도 11℃

  • 대전 7℃

  • 전주 7℃

  • 광주 7℃

  • 목포 9℃

  • 여수 12℃

  • 대구 13℃

  • 울산 13℃

  • 창원 13℃

  • 부산 13℃

  • 제주 13℃

서울시 이중잣대에 KAL ‘문화형 호텔 꿈’ 무산 위기

서울시 이중잣대에 KAL ‘문화형 호텔 꿈’ 무산 위기

등록 2013.03.19 17:00

수정 2013.03.20 09:54

정백현

  기자

편집자주
이미지사용안함
대한항공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서울 도심 부티크 호텔 건축 계획이 서울시의 이중적인 잣대에 의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송현동 인근 부지의 호텔 및 문화공간 건립 계획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허가 반대 의사를 피력했고, 해당 부지에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공익적 시설의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6월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의 호텔과 문화 전시 시설을 짓기 위해 2900억원을 들여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 일대 3만6642㎡의 부지를 삼성그룹으로부터 사들였다. 과거 미국 대사관의 숙소였던 이 부지는 풍문여고, 덕성여고와 마주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국 전통 문화를 접목시킨 150개 객실 규모의 ‘부티크 호텔’과 문화 전시장을 지어 인사동과 경복궁, 북촌 등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숙박과 문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예정이었다. 특히 이 사업은 조양호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가 야심차게 추진해왔다.

그러나 학교보건법의 제한 규정에 막혀 호텔 건축은 시행되지 못했다. 1981년 제정된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 경계선에서부터 직선거리 200m에 이르는 지점까지는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이하 정화구역)으로 지정돼 호텔, 화장장, 유흥시설 등의 설치가 금지돼 있다.

단, 교육당국이 신설하는 시설이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시설 설립을 허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호텔 내에 유흥시설이나 사행시설 등을 두지 않는다면 교육청의 허가 이후 정화구역 내에 호텔을 지을 수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 측은 호텔의 규모가 기존의 대형 호텔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데다, 문화 전시 시설이 부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시는 대한항공의 부지가 정화구역에 속해 있고, 전통 문화재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들어 호텔 건축을 반대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대한항공과 삼성화재가 중소형 호텔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두 부지 모두 학교보건법 상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 속하지만, 문화형 호텔 설립을 추진한 대한항공은 서울시로부터 사실상 건축 허가를 거부당했다. 반면, 비즈니스호텔 건립을 추진한 삼성 측의 부지는 최근 서울 중부교육청으로부터 정화구역 해제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서울 도심에서 대한항공과 삼성화재가 중소형 호텔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두 부지 모두 학교보건법 상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 속하지만, 문화형 호텔 설립을 추진한 대한항공은 서울시로부터 사실상 건축 허가를 거부당했다. 반면, 비즈니스호텔 건립을 추진한 삼성 측의 부지는 최근 서울 중부교육청으로부터 정화구역 해제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지역에 건립되고 있는 또 다른 호텔에 대해서는 서울시교육청이 사실상 건축을 허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화재 소유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5-2번지에는 현재 비즈니스호텔 건립을 위한 토목공사가 준비 중에 있다. 이 부지는 우정총국과 조계사의 맞은편의 땅이며, 대한항공 소유의 부지와는 직선거리로 150m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부지 역시 학교보건법 제한규정에 따라 호텔 건축 계획이 실행되지 못했다. 풍문여고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이 부지도 학교보건법 상 호텔 건축이 금지되는 정화구역에 속한다. 풍문여고 정문을 기점으로 할 때 이 부지는 반경 180m 지점에 속한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서울시 중부교육지원청은 삼성 측의 호텔 건축 계획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 부지를 정화구역에서 해제시켰다. 사실상 호텔의 건축 계획을 승인한 셈이다.

삼성 측은 호텔 부지가 인사동 고미술품 상가와 맞닿은 만큼 전통 문화와 연관성이 깊은 특성에 맞춘 비즈니스호텔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과 서울시민에게 한국의 전통을 알릴 수 있는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수차례 밝혔지만, 당국은 구시대적 법률과 기존 호텔의 틀 안에서만 해석하고 있다”며 “일단은 계획대로 관련 부지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 기업의 호텔 부지만 정화구역에서 해제했다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라며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단순한 호텔 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한류를 창출할 수 있는 도심 문화 공간으로 인식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백현 기자 andrew.j@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