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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수익보장 없이는 담합 원천봉쇄 어렵다

[담합의 경제학]최소수익보장 없이는 담합 원천봉쇄 어렵다

등록 2014.10.15 07:30

수정 2014.10.15 09:05

서승범

  기자

업체만 탓하지 말고 실질적인 제도 마련해야
그래도 계속 될 경우 처벌수위 대폭 강화 필요

GS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삼성물산, 한라, 동부건설 등은 경인운하 입찰에서 짬짜미 행각을 벌여 공정위로부터 입찰제한 제재를 받았다. 사진은 경인운하 항공 모습이다. 사진=수자원공사 제공GS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삼성물산, 한라, 동부건설 등은 경인운하 입찰에서 짬짜미 행각을 벌여 공정위로부터 입찰제한 제재를 받았다. 사진은 경인운하 항공 모습이다. 사진=수자원공사 제공


건설업계가 ‘입찰 짬짜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에만 건설업체에 790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관행이라는 핑계 아래 무수하게 자행돼 온 건설사들의 짬짜미 행각은 여전히 지속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공공공사 입찰제도 개선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과 과징금 등 짬짜미를 자행해온 건설사들에 부과하는 처벌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나오고 있다.

◇최저가격 낙찰제 시스템 보완 필요=현재 우리나라의 공공공사 발주는 예상절감·품질보증·공정경쟁이라는 세 가지 목표 아래 적격심사, 최저가, 설계·시공 일괄 낙찰 및 수의계약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중 문제가 되고 있는 제도는 ‘최저가격 낙찰제’다. 최저가 낙찰제는 공사 입찰에 있어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낙찰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단순히 입찰가격을 최저로 제시한 자가 낙찰자로 선정된다.

정부의 견해에서는 최저가낙찰제를 통해 공사를 입찰하면 낙찰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어, 많은 발주기관이 여러 입찰제도 중 가장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려진 바로는 공공건설공사에서 최저가격 낙찰제 입찰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50%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인한 적자시공을 면하고자 하는 건설사들의 짬짜미를 조장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건설관리학회 등 분석결과 정부가 발주한 최저가격 낙찰제 공사의 실행률은 평균 104.8%로 조사됐다. 실행률은 실제 공사에 들어간 비용으로 1000억원짜리 공사를 수주받아 공사비로 1048억원을 투입했다는 의미다. 건설사가 48억원의 적자를 보고 공사를 한 셈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밀약을 맺은것은 불법이지만 최저가격 낙찰제도의 특성 아래에서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최소한의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입찰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가 낙찰제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저가수주에 따른 부실공사도 문제점도 제기됐다. 기존 공사 단가보다 저가로 수주받은 탓에 건설사가 자재를 덜 쓰든 가,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게 하던가 해서 어떻게든 수익을 내려 해 부실시공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제 공공공사 현장에서는 기존 공사현장보다 사고가 잦다. 시공비를 줄이기 위해 숙련이 안 된 저임금 노동자들을 많이 뽑는 탓이다.

실제 건설산업연구원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2004~2008년 공사 현장의 평균 재해율은 0.2%였지만 최저가낙찰제로 발주된 현장 재해율은 이보다 16배가 많은 3.25%로 나타났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저가낙찰제가 예산절감 효과는 있지만, 저가수주로 인해 이후 시공 시 제대로 된 공사를 기대하기에는 힘들다”며 “건설사는 수익을 내는 업체인데 가격에 맞추다 보면 제대로된 시공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제재 특별사면 해선 안돼=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문제점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 외에 처벌수위가 낮다는 이유도 건설사들의 짬짜미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현재 짬짜미한 건설사에게 내려지는 처벌은 과징금 부과, 입찰제한 등에 한정돼 있다.

짬짜미 적발시 부과하는 과징금은 공사 수주에 따른 수익에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가낙찰로 적자 공사를 하느니 과징금을 내더라도 짬짜미로 수익을 내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애기다.

알려진 바로는 턴키 베이스로 이뤄지는 공공공사의 평균 낙착률은 80%선. 이를 짬짜미를 통해 99~100%로 낙찰받게 되면, 1조원짜리 턴키공사라면 공사비가 2000억 정도 더 늘어나는 셈이다. 이렇게 수천억원의 이득을 챙겼지만 정작 과징금으로 부과되는 금액은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에 불과하다.

과징금 이외에 제재 수단 중 하나인 입찰제한도 문제다. 공정위의 입찰제한 조치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입찰제한 조치를 받게되면 법원에 ‘행정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및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다. 이렇게 되면 입찰 참여제한 유예 판결을 받아 이 기간 동안 공공사업에 입찰할 수 있게 된다.

또 가처분 소송으로 시간을 끌다 보면 대통령 특별사면 등으로 대부분의 제재가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건설사에 대한 행정제재를 해제한 특별사면은 2000년, 2006년, 2012년에 있었다. 때문에 해당 건설사들은 영업정지 및 입찰제한, 감점 등 제재를 받지 않았다.

S건설사 관계자는 “입찰제한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최소 소송만 걸어놔도 판결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안되면 다시 신청하면 된다”며 “여러 건설사가 공정위로부터 입찰제한 통보를 받았지만 입찰 못 한다고 하는 곳은 들어본 적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입찰 담합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수십차례 건설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업계가 짬짜미 근절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해결책 마련은 묘연하다. 이들은 행위처벌에 대한 강도 여부만 강조할 뿐 기존과 크게 다른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 최저가격 낙찰제에 폐해를 막기위해 가격 이외에 공사 수행능력이나 건설업체 사회적 책임, 계약 이행 정도(계약신뢰도) 등을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활성화 단계는 아니다.

서승범 기자 seo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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