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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수난이대(受難二代)

[기자수첩] 보험 수난이대(受難二代)

등록 2017.09.01 09:24

장기영

  기자

 보험 수난이대(受難二代) 기사의 사진

자동차보험에 이어 실손의료보험. 2017년 개정판 ‘수난이대(受難二代)’의 주인공들이다.

하근찬의 소설 수난이대에는 일제시대 징용에 끌려가 팔을 잃은 아버지 박만도와 6·25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아들 진수가 등장한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개인의 잔혹사가 대물림 되던 모습이 바뀐 정부에 의해 보험의 잔혹사가 이어지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서민경제 안정화를 앞세운 새 정부와 금융당국의 등쌀에 보험료를 내렸거나 내려야 하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은 소설 속 부자와 닮았다. 당국의 눈 밖에 날까 앞 다퉈 보험료를 내린 자동차보험이 만도라면,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에 존폐 기로에 놓인 실손보험은 진수다.

국내 4대 대형 손해보험사는 지난 7월 동부화재를 시작으로 잇따라 자동차보험료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보다 높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탓에 누적 적자에 시달리던 손보사들은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보험료를 내려야 했다.

대형사들의 도미노식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최근 사실상 인하 여력이 없는 소형사 흥국화재까지 보험료를 낮추게 만들었다.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소형사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대형사의 상처가 소형사의 아픔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수난이대다.

특정 산업의 흐름이나 속성은 무시한 채 보험료도, 카드 수수료도, 통신비도 무조건 낮추라는 새 정부. 산업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금융당국은 정부를 설득하기는커녕, 철저하게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를 올리고 내리는 것은 보험의 기본적인 가격 책정 원리다. 이 원리를 무시하고 서민경제의 희생양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문을 닫으란 얘기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보험료 인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다음 타깃 실손보험은 이미 보험사의 가격 책정에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금융당국의 감리를 통해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이 실손보험을 판매 중인 24개 생명‧손해보험사가 2008년 5월 이후 판매한 상품을 대상으로 감리를 실시한 결과, 가격 책정이 불합리한 것으로 계약은 40만건이었다.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가 3500만여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약 9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에 따른 비급여의 급여화와 관련해 의료계에는 의료수가 적정화와 같은 유화책을 제시하면서도, 보험업계에는 어떠한 설득이나 조율 없이 내리라는 내리라는 식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소비자만 남고 보험사는 사라진다면 보험료 인하는 무의미해진다. 보험 수난이대가 아니라 삼대, 사대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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