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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교체에 세무조사까지 동원···명분 찾아 삼만리

[首長 못채운 공공기관]기관장 교체에 세무조사까지 동원···명분 찾아 삼만리

등록 2017.11.10 09:48

수정 2017.11.10 10:20

주혜린

  기자

채용비리 전수조사, 전 정권 인사 솎아내기 의혹코드 인사는 지속 반복··· 물갈이 명분 찾기 고심적폐청산·구조조정·경영실적 평가 등 방식 다양

공공기관 인사·채용비리 근절 관계장관 긴급 간담회 결과 브리핑. 사진=연합뉴스공공기관 인사·채용비리 근절 관계장관 긴급 간담회 결과 브리핑.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가운데 수장 임명을 위한 교체 명분 내용이 관심을 끈다. 정부는 이미 강원랜드와 우리은행 채용비리를 시작으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엄단을 외치며 전수조사에 들어갔고, 이를 두고 기관장 ‘코드 인사’를 고려한 ‘명분 찾기’가 아니냐는 의혹 마저 제기되고 있다. ‘적폐청산’을 1호 국정과제로 내걸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척결하겠다는 문재인정부가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文정부, 공공기관 전수조사···‘코드인사’ 논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낙하산·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외쳤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여야 4당 대표와 만나는 자리에서도 낙하산 인사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에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느 정권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낙하산 인사는 논란이 되고 있다. 공석인 공공기관장 후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나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와의 전쟁을 선포, 의혹을 키워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 관계장관 긴급간담회를 열고, 공공기관의 과거 5년간 채용 과정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강원랜드, 가스안전공사, 한국석유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디자인진흥원 등 여러 공공기관에서 채용비리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마당에 자연스런 수순으로 보여진다.

다만, 조사 대상 기간에서 보듯이 이번 전수조사가 전 정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채용비리와 관련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코드가 맞지 않는 기관장을 적법하게 물갈이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으면서 과거 정권에서 기용된 인사들을 압박하는 수사와 세무조사 등도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 정부가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만큼, 대대적인 공공기관장 물갈이는 예상된 바다. 이들을 그대로 안고 간다면 향후 1∼2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공공기관장들과 국정을 함께 이끌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공공기관 330개 중 38개 기관의 기관장이 사임했고 이들 중 절반은 임기를 채우지 못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다른 공직을 맡느라 자리를 옮긴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공공기관장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실제 박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 이들이 주된 교체 대상이 되고 있다.

현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물러난다면서 ‘코드 인사’ 피해자임을 공식화한 이도 있다. 김인호 전 한국무역협회장은 임기 4개월을 남긴 지난달 24일 돌연 사임의사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며 “최근 정부가 본인의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 왔다”고 폭로했다.


◇기관장 교체에 경영실적 평가·세무조사까지 ‘명분 찾기’

과거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공행상과 코드 맞추기 등을 이유로 대대적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진행됐다. ‘전 정권 인사’ 솎아내기는 여느 정권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MB정권의 경우 ‘공공기관 구조조정’이 기관장 평가 및 재신임의 명분이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산하 공공기관장 교체를 통해 ‘빈 자리’를 여럿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에도 전 정권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기 전까지 약 3년간 기관장 변동이 있었던 공공기관은 78개다. 이 중 37곳에서 기관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 때도 2명 중 1명이 임기 전 사임했다.

실제로 인사 솎아내기를 위한 정권의 ‘칼’은 겉모습만 다를 뿐 방식은 대다수 비슷했다. 공공부문의 경우 경영실적 평가·검사로 교체 명분을 마련했고, 민간 부문의 경우 금감원과 검·경 등 사정기관을 동원해 CEO들의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방식이었다.

이전 정권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책임론’ 역시 공공기관장 물갈이 명분이 됐다. 또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이는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최악의 경우 기관장이 해임건의 대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기업에 대한 ‘보복성 세무조사’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늘 도마 위에 오르내린다. 이번 국세청 국감에서도 여당은 박근혜·이명박 두 전 대통령을 겨냥했고, 야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은 서울지방국세청의 정기세무조사에서 4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 당했다. 구체적인 세금 추징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표적 세무조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새 정부가 탈원전정책을 내건 가운데, 신고리5·6호기 건설 여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진 시점에 이뤄진 세무조사이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정치이념 성향의 ‘코드인사’는 국정철학의 통일성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인사는 정권마다 논란을 일으키며 인사 정체가 길어지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단행된 몇몇 공공기관장 ‘코드 인사’를 놓고 야권에서 전문성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은 “어느 정부나 정권의 철학을 이해하는 인사들로 국정을 꾸려가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는 반응이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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