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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쫓아내려던 KCGI ‘완패’

조양호 회장 쫓아내려던 KCGI ‘완패’

등록 2019.03.29 15:04

수정 2019.03.29 16:33

이세정

  기자

한진칼·㈜한진 주총 안건 표대결서 모두 패배짧은 경영참여 기간 탓 소액주주 지지 못 얻어자발적 경영개선·주주가치제고 이끈 점은 성과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한진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며 조양호 회장과 총수일가를 위협하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완패했다. KCGI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핵심 계열사인 ㈜한진 주주총회에서 상정된 안건마다 반대표를 던졌지만,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했다.

29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진칼은 이날 오전 제6기 정기 주총을 개최하고, ▲2018년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선임 ▲사내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감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상정 안건을 처리했다.

당초 KCGI는 주주제안으로 한진칼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 2명 추천 등 총 7건의 안건 상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로 주주제안이 불가능해지자 주총에 직접 참석해 안건마다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첫 번째 안건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에 대해 “지난해 연말 1600억원의 단기차입금이 있는데 1000억원을 예금에 넣었다”며 배임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성환 한진칼 재무담당 전무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이었다고 반박했지만, 의안 승인 여부를 두고 표결이 진행됐다. 그 결과 참석 주주의 78%가 찬성해 가결됐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제안한 정관 일부 변경의 안은 부결됐다. 국민연금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을 정관에 넣자고 요구했다. 앞서 제한적 범위 내에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현재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이 유죄를 받을 경우 이사직에서 자동 배제된다.

정관변경 안건은 특별의결사항으로 가결되기 위해서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KCGI는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투표 결과 찬성 48.66%, 반대 49.29%, 기권 2.04%로 국민연금이 제안한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KCGI는 사외이사 후보군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KCGI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누리의 구현주 변호사는 “주순식 후보는 조양호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율촌 소속으로 독립성이 의문스러우며 이해상충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신성환 후보에 대해서는 석 대표의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으로 독립성 확보 여부를 알 수 없고, 주인기 후보는 GS건설 사외이사로 재직할 당시 불참률은 가장 높았지만 의안 찬성률은 100%로 충실한 직무 수행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두고도 표결이 진행됐지만, 3명의 후보 모두 참석 주식수의 절반 이상의 찬성표를 얻었다.

신민석 부대표는 석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석 대표는 2016년 한진칼 사내이사로 재직할 당시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해 상표권을 무리하게 인수,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했다. 석 대표의 연임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안건 역시 65.46%의 찬성표를 얻어 승인됐다.

KCGI는 지난 27일 열린 ㈜한진 제63기 주총에서도 패배의 쓴맛을 봤다. KCGI는 이사회가 상정한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표결에서 밀렸다.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2인 선임 ▲감사위원 3인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 보수한도 승인 총 6개 안건이 상정됐다.

KCGI는 신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표결을 요청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90%에 가까운 찬성표를 얻어 신규선임됐다. 올해부터 신설되는 감사위원회 위원 역시 한진이 추천한 후보들이 선임됐다. 이외 안건들도 원안대로 승인됐다.

KCGI는 한진그룹의 경영정상화와 조 회장 일가의 경영퇴진을 목적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사들였다. KCGI는 현재 한진칼 지분 12.01%, 한진 지분 10.17%를 보유하며 각 회사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KCGI는 경영참여를 선언한 이후 소액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다. 경영에 참여한 기간이 짧은 만큼,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경영참여형 행동주의 펀드가 통상 단기적인 주가 부양으로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해온 점이 주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이유라고 분석한다.

다만, 한진그룹이 KCGI의 거센 공세에 몰려 자발적 경영개선 방안을 내놓고 비핵심 자산 처분을 결정한 것은 긍정적인 성과다. 한진그룹이 지난달 발표한 ‘그룹 비전 2030’에는 사외이사 제도를 개편해 독릭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배당성향을 높이고 기업설명회(IR)를 정례화하는 등 주주가치를 제고하기로 했다. 송현동 호텔 부지를 매각하고 제주 파라다이스호텔의 사업성을 재검토하는 등 사업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KCGI는 장기간에 걸쳐 기업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조 회장 일가를 겨냥한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내년에는 조 회장과 조 회장 아들인 조원태 사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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