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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5년 만에 대중 앞에 나선 사연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5년 만에 대중 앞에 나선 사연

등록 2019.06.18 19:07

이어진

  기자

한국사회-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움서 대담자로 등장5년만의 대외 강연 “20년생 네이버 경험 공유 목적”대기업 규제 옛날 프레임 문제 글로벌 스케일로 봐야가장 힘든 결정 일본 대지진 당시 임직원 철수 여부남은 절반 직원이 라인 개발해 성공 “기적같은 일”“글로벌 거인에 끝까지 버티고 저항하는 회사로 남길”

사진=네이버 제공.사진=네이버 제공.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5년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 네이버 창업 후 20년 간의 철학과 생각 등을 소개했다. 20돌을 맞아 네이버의 성공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이 GIO는 이날 강연에서 대기업에 대한 국내 시장 규제 혹은 과도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비판의식을 드러냈다. 글로벌 기업들과 국경없는 경쟁을 벌이는 상황 속 한국시장에 맞춘 대기업 틀의 규제와 사회적 책임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20년 간 가장 큰 의사결정으로는 대지진 당시 일본 철수 여부를 들었다. 라인의 성공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도 부연했다. 또 그는 향후 네이버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회사, 투명성 있는 모델을 제시한 회사, 데이터를 지킨 회사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는 바램도 내비췄다.

이해진 네이버 GIO는 1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한국사회학회와 한국경영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후원한 ‘디지털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공동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해 네이버 창업과 성장 경험을 공유했다. 진행자로는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사장)이 나섰다.

이해진 GIO가 외부 행사에 참석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제외한 공개 행사에 참석한 것은 3년 만이다. 지난 2016년 이해진 GIO는 기자간담회,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에 모습을 드러낸 뒤 국정감사 외 이렇다할 공개 무대에 선적이 없었다. 대중강연은 지난 2014년 6월 중소기업중앙회 리더스포럼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공개 행사에 참석하게 된 계기로는 네이버 창업 20년을 맞아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해진 GIO는 “강연이 다소 두려웠다. 인터넷도 워낙 빠르다. 제 생각도 3~6개월 후 바뀔 수도 있다”면서 “20년이나 지났으니 경험도 공유하고 이를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의미있다고 봤다. 한번쯤은 공유해보는게 의미있을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심없이 투명한 의사결정···부끄럽지 않다” =그는 20년 간 네이버에서 자신이 내린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심 없이 투명하게 회사를 이끌어왔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해진 GIO는 “그간 잘못한 것도 못한 것도 있겠지만 투명하게 사심없고 내외부 눈치, 압력 없이 소신껏 내린 의사결정이었다고 후배들에게 말할 수 있어야겠다는 목표가 있다”면서 “부족함이 많지만 그 측면에서는 최선을 다해왔고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해왔다고 감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여년 간 네이버를 이끌며 혼자가 아닌 좋은 인재들과 함께 토론하고 논의하며 의사결정을 내려왔다면서 이제는 기업들을 보는 시각도 총수, 동일인 등의 과거 시각 보다 새로운 틀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도 내비췄다.

이 GIO는 “처음 시작할때부터 혼자가 아닌 좋은 인재들과 같이 했다. 제 지분은 3% 이하다. 의사결정을 내릴 정도로 지분을 가진적이 없다. 그래서 내 회사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못했던거 같다”면서 “논리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고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내렸다. 장기적으로는 좋은 영향을 미친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을 보는 재벌, 총수 등의 시각에 대해서도 다양해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새로운 스타트업 등이 나올때 과거 틀로 보는 것이 아닌 새로운 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혁신 경쟁 속 책임을 과도하게 지우는 사회적 분위기 등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GIO는 “농업을 예로 들면 트랙터를 만드는 기업이 나올때 농업인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책임을 트랙터 만드는 기업이 지라고 하기엔 어렵지 않은가”라면서 “전세계적으로 트랙터를 만드는 기업들 간 경쟁이 일어나고 그에 대한 고민만해도 벅찬 일인데 탐욕적인 회사라고 하고 기업에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국내 기업들을 보고 국내에 한정해 큰 기업이라 책임을 지우는 거 보단 글로벌적 사업 스케일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이해진 GIO는 “중국은 비상장 수십조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옛날 프레임으로 큰 기업이 나오면 규제하는 것이 나라에 도움이 될까”라면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회사를 더 키우고 강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그 자체가 부도덕하다 보면 공존할 수 없다. 기업이 크다거나 작다는 것은 글로벌 스케일로 봐야하지 우리나라만 따로 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사진=네이버 제공.사진=네이버 제공.

◇“글로벌 거인에 저항, 살아남는 회사 됐으면” = 이 GIO는 네이버가 국내 기업사에서 키워드로 남는다면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좋을지를 묻는 김 교수의 질문에 글로벌 경쟁에서 버틴 기업, 의미있는 기업 모델을 만든 기업, 데이터를 잘 지킨 기업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GIO는 “전세계 99%가 거인들에게 잠식됐을 때 끝까지 버티고 저항해서 살아남는 회사였으면 한다. 한국에서는 의미있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사례가 됐으면 한다”면서 “마지막으론 한국 데이터를 잘 지켜내 후손들이 볼때 네이버가 있어서 그 당시 데이터들이 잘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해진 GIO는 네이버 창업 당시 현재와 같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당시 한글 검색이 잘 되지 않은 엔진들이 많아 엔지니어로의 사명감으로 개발했다고 부연했다.

이해진 GIO는 “(현재처럼 성공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 못했다. 당시 검색엔진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영어는 검색결과가 좋았지만 한글은 좋은 게 없었다. 어릴때였지만 엔지니어로서 한글이 잘 검색 안되면 활용될 수 없고 언어가 약해지지 않을까. 정보 경쟁력이 떨어지진 않을까 생각했다. 한글을 잘 지키려면 좋은 검색엔진이 필요하다는 엔지니어 사명감에 만들었다”면서 “그게 가장 큰 동력이었고 어찌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은둔형 경영자라는 오명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성격이 내성적일 뿐 은둔형 경영자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른 수식어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하며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해진 GIO는 “20년 간 하고싶었던 이야기다. 열심히 회사 출근하고 직원들과 같이 엘레베이터들도 타고 일해왔는데 어찌보니 은둔형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얼마전 만난 사람에겐 ‘멀쩡하시네요’라는 말도 들었다”면서 “내성적인 것은 사실이다. (성격 때문에)CEO감이 아니라는 말도 외부에서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CEO의 스타일은 정해진게 아니다. 내성적인 사람도 의미 있다. 부족한 부분을 다른 팀원으로 보완할 수도 있다. 스스로를 은둔형 경영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수식어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네이버 창업 후 20년 간 가장 어려웠던 결정으로 일본 대지진 당시 철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라인은 일본 대지진 이후 만들어진 서비스다. 그는 팀원 스스로 철수 여부를 결정하게 했고 남아있던 팀원들이 라인을 만들어 대성공을 거뒀다며 기적과 같다고 표현했다.

이해진 GIO는 “일본에서 10년 이상 고생해서 더 지쳐 힘이 있을까 말까 할때 대지진이 났다. 원전도 터지고 여진도 발생한다 하는데 직원들에게 철수하라 해야할지. 철수하게 되면 모든일 다 실패하는 것이고 더 하자 하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했다”면서 “결국 팀과 이야기해서 각자 의견에 따르자고 결정을 내렸다. 반은 돌아가고 반은 남았다. 남아있던 친구들이 만든게 라인이다. 그래서 그 성공이 기적과 같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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