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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등록 :
2019-11-18 15:05

수정 :
2019-11-18 16:56

삼성전자, 넘쳐나는 곳간…현금성 자산 105兆 ‘안쓰나 못쓰나’

3분기 말 현재 사상최대…8년전 대비 85조원↑
‘투자 안 한 것 아니라 못한 것’…우려 목소리
“재판결과 총수 부재 가능성에 보수적 태도”

삼성전자 현금 보유가 1969년 창립 이후 사상 최대치인 105조원에 달하면서 이 자금의 향후 행방이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 세계 경제와 국내 거시경제 지표 모두 하강 국면을 보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이러한 곳간 현상은 이례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앞으로 재판 결과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이나 자금 활용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 쌓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보유 현금은 104조9892억원으로 지난해 말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서 104조2136억원을 기록한 이후 7756억원이 더 늘었다. 불과 8년 전 보유 현금인 2011년 20조원대와 비교하면 무려 425%가 오른 셈이다.

이처럼 든든한 곳간은 연구개발(R&D) 비용을 사상 최대로 집행하면서도 나와서 더욱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R&D에 15조2900만원을 투입했다. R&D 비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0%로 지난해 말 7.7%를 뛰어넘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올해 총 20조원의 R&D 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R&D 비용 18조6600억원을 또다시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다. 이렇게 되면 4분기에만 최소 5조원의 R&D 비용이 투입된다.

재계에서는 이런 두둑한 곳간의 이면으로 ‘총수 리스크’와 ‘경영 시계제로’를 꼽는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연말까지 예정돼 있으며 여전히 재구속 가능성을 속단할 수 없어서다.

실제 이 부회장이 사실상의 경영권을 잡은 이후 활발하던 삼성전자의 글로벌 M&A는 뚝 끊겼다. 그간 이 부회장의 경영 일지를 돌아보면 2014년 5월 경영에 전면 등장한 이후 크고 작은 M&A를 단행하다가 2017년 2월 구속 직전 멈췄다. 재계에서는 사실상 이 부회장이 자신의 청사진을 삼성전자에 입혔던 시간으로 이때까지 만 3년이 안 된 짧은 기간을 지목한다.

당시를 돌아보면 삼성전자는 2014년 8월 미국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 업체인 스마트싱스를 인수했다. 같은 해 11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는 한화에 매각했다. 2015년 2월에는 미국 모바일 결제업체인 루프페이를 인수한 뒤 이어서 10월에 삼성정밀화학과 케미칼을 롯데에 매각했다.

이후 2016년 6월 삼성전자는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를 인수했다. 곧바로 7월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에 5100억원 지분투자도 단행했다. 뒤이어 9월에는 프린터 사업부를 휴렛팩커드(HP)에 매각하고 10월엔 미국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랩스를 인수했다.

2016년 11월 세계 최대 전장 업체인 하만도 품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80억 달러(약 10조)를 투입했는데 이는 한국 M&A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재계에선 이 M&A를 이 부회장이 자동차전장사업으로 시각을 키워 막 공격적인 경영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하만 인수 이후 채 석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M&A 행보는 멈췄다. 지난해 8월 ‘4대 미래 신산업’ 180조 투자 발표, 지난 4월 ‘반도체 비전 2030’ 133조원 투자 발표, 지난 10월 ‘QD-OLED’ 13조원 투자 발표가 최근 잇달았지만 지금과 같은 막대한 보유 현금의 사용과는 결이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현금 보유는 위험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많을수록 좋은 것이지만 그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투자하지 못한 비축 자금에 불과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여러 정치적 상황이나 총수 부재 위험을 안고 있어 더더욱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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