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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퀄컴 1조원대 ‘세기의 재판’···3년만에 공정위 ‘승’

공정위-퀄컴 1조원대 ‘세기의 재판’···3년만에 공정위 ‘승’

등록 2019.12.04 13:36

주혜린

  기자

공정위, 퀄컴 ‘갑질’에 1조 원대 과징금 부과특허권 독점 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판단퀄컴, 처분 불복소송 제기한 지 2년 9개월만法 "이통 표준필수특허시장 지배적지위 남용"

올해 초부터 시작된 애플과 퀄컴 간 특허 소송전이 맞불 대응으로 심화되면서 아이폰X의 수입 중단 요구까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올해 초부터 시작된 애플과 퀄컴 간 특허 소송전이 맞불 대응으로 심화되면서 아이폰X의 수입 중단 요구까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조원대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재판에서 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행정7부(노태악 이정환 진상훈 부장판사)는 4일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등 취소 소송에서 공정위가 퀄컴에 부과한 과징금 1조 300억 원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소송 시작 약 3년여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재판부는 “퀄컴은 표준필수특허 보유자로서 ‘프랜드 확약’에 따른 의무를 지켜야 함에도 이를 회피해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 강제한 행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퀄컴이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 대해서만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휴대폰 제조사들에 대해서는 지위를 남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정위의 증명이 부족하다. 점유율 방식 구조만으로는 비용 부담이 합리적 수준을 초과했다고 볼만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12월 퀄컴이 특허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해 1조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역대 최고액의 과징금 처분이었다. 또 공정위는 휴대폰 제조사에 라이선스와 관계없이 모뎀칩을 제공하고, 모뎀칩 제조사와 라이선스를 체결하도록 하는 등의 시정명령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퀄컴이 지난 2009년부터 7년간 경쟁 칩셋 제조사에 특허 사용권을 주지 않고, 칩셋 공급을 불모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라이선스 계약을 강제했다고 판단했다.

퀄컴은 이동통신 분야에서 가장 많은 2만5000여개 표준필수특허(SEP)을 보유한 업체다. 표준필수특허는 특정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특허를 표준화 해 전 세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을 말한다.

퀄컴은 공정위 제재가 부당하다며 2017년 2월 불복 소송을 냈다. 공정위 처분은 1심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곧바로 2심 기관인 서울고법에 제기해야한다. 퀄컴은 시정명령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도 냈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 됐다. 전초전에서는 법원이 공정위 손을 들어준 셈이다.

퀄컴은 업계 관행을 따라왔을 뿐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퀄컴은 “공정위의 처분은 사실관계 및 법적 근거 측면에서 모두 부당할 뿐만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보장된 적법 절차에 관한 미국 기업들의 권리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퀄컴은 휴대전화 제조사를 상대로 자신들의 칩셋을 구매하지 않으면 특허권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며 “과도한 로열티를 내게 하는 등 불법 행위를 지속해왔다”고 반박했다

이번 핵심쟁점은 표준필수특허(SEP)를 경쟁사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프랜드(FRAND) 확약’을 퀄컴이 어겼는지 여부였다. 프랜드 확약은 표준특허에 대해서는 경쟁사들도 비차별적 조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국제표준원칙이다. 퀄컴도 프랜드 확약을 따르기로 한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퀄컴은 최종 디바이스 단계인 휴대폰에 대해 특허를 제공한다고 했을 뿐 모뎀 칩셋 단계에서 제공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정위는 퀄컴이 자신들이 보유한 표준특허를 인텔 등 경쟁사들에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프랜드 확약 위반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에서 공정위가 패소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대만, 유럽연합(EU) 등도 비슷한 혐의로 퀄컴을 제재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5년 퀄컴의 특허권 남용을 적발해 9억7500만달러(약 1조1583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만은 2017년 8억달러(약 9504억원), EU는 지난해 9억9700만 유로(1조3125억원)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퀄컴과의 ‘운명의 날’을 이틀 앞두고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퀄컴의) 행위 자체의 위법성이 인정되더라도 과징금은 깎일 수 있다”며 “표면적인 과징금 액수보다는 퀄컴의 위법 여부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했는지 봐야 한다. 이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국내 휴대폰 제조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IT 업체들의 특허료 등에 미칠 영향이 커 전 세계 경쟁 당국과 관련 업계가 이번 소송 결과에 주목했다. 이번 소송에는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 LG전자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공정위 측 보조참가인으로 진행했다.

최근 2년여간 17차례 열린 변론에서 퀄컴의 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법원은 결국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이번 소송의 결과에 따라 해당 기업들이 내는 특허료 등에 큰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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