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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경영권’에 천륜 외면···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다

조현아, ‘경영권’에 천륜 외면···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다

등록 2020.03.06 10:50

이세정

  기자

조중훈 창업주 탄생 100주년 추모행사 불참가족들과의 만남,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분석‘대한항공 리베이트’ 비판, 전문경영인 도입 주장부친의 불법 의혹 제기···조원태 공격 빌미 삼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동생 조원태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가족들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하거나, 부친의 과거 의혹을 들쳐내 공격 빌미로 삼는 등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양상이다.

6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전날 고(故) 조중훈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기념 추모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조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함께하며 친조부의 넋을 기렸다.

하지만 한진가 3세 맏이인 조 전 부사장만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장본인이면서 그룹 전체를 적으로 돌린 만큼, 이들과 얼굴을 맞대는 것이 불편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가족들과 한 자리에 서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 행사는 매년 이뤄지는 것이 아닌 특별한 행사”라며 “동생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조 전 부사장이라지만, 창업주 손녀로서 참석할 수 있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조 회장이 ‘공동경영’이라는 선대 회장의 유훈을 어기고 독단경영을 하고 있다며 반기를 든 바 있다. 이후 1월 말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KCGI, 반도건설과 3자 동맹을 결성했다. 이들이 뭉친 표면적인 이유는 '한진그룹 정상화'다. 하지만 조 회장 퇴진과 경영권, 시세차익, 개발이익 등 각기 다른 목적을 위해 손을 잡은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집안의 원수’와 손을 잡은 조 전 부사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다. 조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는 KCGI의 경영권 공격과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막내동생인 조 전무는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체제를 지지한다”면서도 “조 전 부사장이 다시 가족 일원으로서 한진그룹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공세는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그는 한진그룹 현 경영진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부친의 과거 의혹까지 서스럼없이 지적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한항공의 리베이트 의혹’을 거론했다. 지난해부터 KCGI와 뜻을 같이한 채 의원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퇴진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채 의원에 따르면 프랑스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대한항공의 A330 기종 10대 구매 대가로 고위 임원에게 1500만 달러(한화 약 180억원)의 리베이트 지급을 약속했다. 또 실제로 2010년과 2011년, 2013년 세 차례에 걸쳐 돈이 지급됐다.

조 전 부사장을 주축으로 한 3자 연합은 “심각한 범죄 행위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에서 발생한 것에 대해 분노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면서 “범죄 행위에 관여된 인사들은 즉시 물러나야 하고, 새로 선임될 이사진에 포함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리베이트 의혹이 부친 업적에 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리베이트 의혹의 대상은 조 전 회장과 측근들이다. 조 회장이 입사(2002년)하기 전이고,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오른 것은 2017년여서 이 일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 현재 주요 보직에 있는 경영진과의 관련성도 찾기 쉽지 않다.

3자 연합은 “리베이트 사건은 주주연합이 지향하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왜 필요한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은 부친의 과거 불법 의혹을 빌미로 삼아, 조 회장을 끌어내릴 명분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조 전 부사장이 동생을 향해 칼날을 겨눈 배경엔 경영복귀 무산과 측근들의 경영배제 등이 작용했다.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경영복귀를 요청했지만, 조 회장은 사회적 여론 등을 문제 삼으며 누나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실시한 그룹 인사에서는 조 회장 측근 인사들이 대거 승진한 반면, 소위 조 전 부사장 라인으로 불리던 임원들이 퇴출됐다. 조 전 부사장은 자신들의 수족이 모두 잘려나가자 결국 반기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폭주를 걱정한다. 가족간 화해 시기를 놓치면 완전히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가족간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당장 4월 예정된 조 전 회장의 1주기 행사마저 불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명희 고문이 현재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 한다고 알고 있다”며 “남매간 분쟁을 시작한 것이 조 전 부사장인 만큼, 마무리 짓는 것도 그의 몫”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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