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백현 기자
등록 :
2020-05-23 09:01

은행권의 하소연 “한계기업 금융지원, 하고 싶어도…”

정부, 코로나19 위기기업에 전방위적 금융지원 약속
LCC·두산重에 신디케이트론 추진했으나 은행권 침묵
“대출 회수도 못하는데 돈 더 붓는 것은 여건상 불가”
“대출금 못 건지면 정부가 손해 메워줄 건가” 비판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 은행장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은행들에게 적극적인 금융지원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 이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 대상의 금융지원 계획이 최초로 발표된 후 두 달이 지났다. 그러나 정책금융기관 주도 지원 외에 은행들이 공동 참여하는 지원 활동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정책금융기관보다 훨씬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하는 시중은행이 한계기업에 대한 지원을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도 하소연을 하고 나섰다. 돕고 싶어도 쉽게 도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은행권의 호소다.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부 저비용 항공사(LCC)들을 돕고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시중은행이 함께 참여하는 ‘신디케이트론(금융기관 공동 참여 대출)’ 형태의 금융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CC 외에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을 돕기 위한 금융지원 대책에도 신디케이트 론 방식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은행이 차관단을 꾸려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차입자에게 빌려주는 중장기 대출로 대규모 자금을 효율적으로 지원해야 할 때 자주 활용되는 금융지원 방식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시중은행은 신디케이트론에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CC 지원은 물론 두산중공업을 위한 지원에도 시중은행은 침묵했다. 결국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만 단독으로 한계기업 지원에 나서게 됐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국가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한계기업을 돕는 임무가 산은과 수은에만 편중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이와 같은 논란에 은행들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일부러 지원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은행 안팎의 사정이 여의치 못하기에 불가피하게 지원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은행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A은행의 관계자는 “이미 기업들에게 막대한 돈이 흘러간 상황에서 또 대출을 공급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며 “가계대출의 폭증과 일부 부실 여신 가능성 증가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거친 상황에서 기업대출은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특수 상황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기존의 대출도 회수하지 말고 오히려 돈을 더 넣으라는 것은 바깥에서 볼 때 특혜로도 비춰질 수 있다”며 “지원의 취지는 알고 있지만 곧이곧대로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하는 은행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이야 정부라는 든든한 지원자가 있지 않느냐”며 “국책은행은 정부가 증자로서 손해를 메워주지만 민간은행이 정부 지시를 따르다 손해를 입어도 이를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기에 은행들이 대출 참여를 꺼리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C은행의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기업 도산을 막으려면 적정 수준의 금융지원은 꼭 필요하지만 무리한 지원이 단행될 경우 나쁜 선례를 남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은행이 침묵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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