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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힌드라 쌍용차 사실상 포기...향후 벌어질 시나리오

마힌드라 쌍용차 사실상 포기...향후 벌어질 시나리오

등록 2020.06.15 16:56

김정훈

  기자

쌍용차 지배권 포기 선언···투자자 찾으면 지분 매각 국내선 쌍용차에 관심 밖···정부 지원은 회생에 한계생산 가동률 확대 급선무···평택공장 희망 ‘위탁생산’

쌍용차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4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엔 986억원 영업손실에 1935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쌍용차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4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엔 986억원 영업손실에 1935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쌍용자동차가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이하 마힌드라)으로부터 또 다시 팔릴 운명에 처했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쌍용차 지분을 정리해 대주주 자격에서 물어나거나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게 국내 자동차업계에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마힌드라는 2011년 채권단 법정관리 중이던 쌍용차를 인수해 74.6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쌍용차 경영 상황이 악화하자 지난 4월 당초 계획했던 2300억원의 자금 지원 계획을 철회한 탓에 신규 투자 자금이 필요한 쌍용차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마힌드라, 투자 대신 평택공장 위탁생산 추진=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영난에 빠진 쌍용차는 현재 평택공장 가동률 개선을 위해 마힌드라와 위탁 계약 방식으로 외부 완성차 생산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계속되는 적자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평택공장 생산성 향상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식은 지난 2013년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구조조정 당시 프랑스 르노 측이 5년간 닛산 로그 물량을 지원해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연간 25만대 완성차를 조립할 수 있는 쌍용차 평택공장은 지난해 13만5000대 생산에 그쳤고, 올해는 5월까지 생산량이 2019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정부 지원보다 당장 급한 건 생산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마힌드라 측은 투자 자금 지원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면서 그 대안으로 평택공장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평택공장의 완성차 위탁 생산 가능성은 마힌드라와 미국 포드자동차가 함께 개발한 중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플랫폼(차체 뼈대)을 쌍용차가 후속 신차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마힌드라 측이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쌍용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차 개발에 적어도 2000억~4000억원의 투자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힌드라가 신규 투자 대신 플랫폼을 지원하기로 쌍용차와 논의 중”이라며 “평택공장에서 마힌드라-포드 플랫폼의 중형SUV를 조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입장에선 마힌드라 플랫폼을 활용해 신차를 생산하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제품은 포드 엠블럼을 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쌍용차가 포드 SUV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 쌍용차 측이 정부 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대안을 전달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또다른 산업계 관계자도 “평택공장 가동률이 낮기 때문에 전기차 등에 관심이 있는 외부 업체와 손잡고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건비 등 비용부담이 큰 데다 쌍용차가 보유한 제품 라인업이 디젤 위주이고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제품 및 기술이 없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가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갖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차 경쟁력 제고 불투명=쌍용차는 2017년부터 올 1분기까지 13개월 연속 적자 상태에 빠졌다. 2017년과 2018년 600억원 규모였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28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1분기 영업적자는 986억원, 순손실은 1935억원을 기록한 탓에 경영 상태에 물음표마저 붙게 됐다.

예병태 사장은 지난해 3월 부임 후 1년간 회사 경영 사정이 나빠지자 인건비 절감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쌍용차는 7월 만기 도래하는 산업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금은 900억원이다. 이에 쌍용차는 자구책 일환으로 부산물류센터, 서울 구로 서비스센터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으로 2000억원가량 유동성을 확보했다. 확보 자금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미래 생존을 위해 신차 개발에 들어갈 투자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선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투자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에 쌍용차를 지원할 명분이 더욱 없어졌다는 분위기가 흘러나온다. 정부가 2년 전 한국GM 지원과 달리 쌍용차 지원이 없다면 노동계 반발도 상당히 거셀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직접 고용 4900명에 1,2차 협력사 등 간접고용까지 포함하면 수만명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GM의 경우 미국GM이 신차 2종 투자 등 향후 10년간 철수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채권단과 합의했다는 점에서 쌍용차와 같은 시각으로 봐선 안된다는 시선은 분명 존재한다.

◇쌍용차, 정부 기안자금 받을까=올 초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긴급 방한해 산업은행 등 정부 측 관계자를 만나 쌍용차 지원책을 요구했다고 한다. 향후 3년간 중장기 발전전략을 가동하려면 5000억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마힌드라 2300억원, 쌍용차 1000억원, 금융권 1700억원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을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이후 3월부터 전세계 코로나19 영향에 마힌드라 사업이 급격히 나빠지자 투자금액 수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4월 마힌드라는 당초 계획한 2300억원을 대폭 줄인 400억원만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관건은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해당 기업에 쌍용차를 포함시킬지 여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완성차 산업 지원을 놓고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과 기안기금 지원 대상과 범위를 논의하고 있다. 여기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쌍용차 지원 여부도 논의될 전망이다. 정부는 다음주 기안기금 신청을 받고 이달말 집행을 시작하는 일정을 계획 중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회사 사정이 어려웠던 기업이 아닌, 코로나19 이후 경영 위기에 봉착한 기업을 우선 순위로 지원하겠다는 기준을 내부적으로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쌍용차가 코로나 사태 이전에 어려워졌다고 본다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쌍용차 영업적자는 2017년부터 시작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당초 지원하기로 약속한 2300억원을 400억원으로 줄인 배경은 코로나 사태로 자체 인도 사업이 위축됐기 때문”이라면서 “코로나 사태로 회사 경영은 더욱 악화됐고 마힌드라 투자 금액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기안기금을 활용한 쌍용차 지원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평택공장 구조조정 선행 불가피=정부가 긴급 대출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경쟁력 있는 신차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나온다. 쌍용차는 티볼리 출시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티볼리 판매 침체로 다시 적자에 휘청이고 있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신모델 출시가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평택공장 생산성 문제를 둘러싼 노조 양보 등 구조조정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을 받더라도 위기 상황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생산성 저하 시점에서 고용 및 임금 동결 카드를 유지하면서 차를 더 팔겠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쌍용차 근로자들의 복직 등을 감안하면 당장 감원은 어렵다”며 “2교대를 1교대로 조정하던가, 주5일 가동을 주2~3일 근무로 줄이는 방법 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도 “가장 큰 문제는 생산 공장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결국 산업은행이나 마힌드라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선 자체적인 구조조정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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