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유력 매물 리스트 살펴 봤더니…

기내식·면세 매각 기정사실화…노른자 사업
인천 조종사 운항 훈련센터 처분 유력 검토
코로나19에 저평가 우려…제값받기 힘들수도
‘센터 공동운영’ 보잉과 합의해야, 경쟁력 약화

그래픽=박혜수 기자

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정리하는 사업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기내식사업부와 기내판매사업부는 매물로 나오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인천에 위치한 조종사 운항훈련센터도 매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살을 깎는 ‘고육지책’을 꺼내든 대한항공이지만,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4일 재계와 투자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음달 말까지 사업부별 밸류에이션(가치평가)와 매각 타당성 조사 등 외부 컨설팅을 진행한다. 이후 KDB산업은행과의 협의를 거쳐 사업부 재편 자구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시장에서 예상한 것처럼 기내식사업부를 매각 리스트 최상단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알짜 사업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기내식사업부와 함께 매각 가능성이 점처진 항공정비(MRO)사업부와 마일리지사업부는 제외됐다. MRO사업은 중장기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고, 마일리지사업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대신 기내판매사업부를 떼내는 방안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기내판매사업부는 국제선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면세품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기내식과 기내면세품 판매는 모두 노른자 사업으로 꼽힌다. 기내식 제조와 판매 부문은 지난해 말 기준 9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한항공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로 미비하지만, 영업이익률은 20~30%대다. 국제선 비중이 95%에 달하는 대형항공사인 만큼, 기내식 사업의 이익기여도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기내판매 부문의 연간 매출은 2000억원대 내외로 추정된다. 국내 항공사 기내면세점 매출의 절반이 훌쩍 넘는 수치다. 구체적인 영업이익률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전체 사업부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은 인천 영종도에 있는 조종자 훈련센터를 처분하는 방안도 따져보고 있다.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과 함께 건설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훈련센터로, 2016년 개관했다.

국내에서는 조종사들이 유일하게 운항 시뮬레이션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어서 수요가 꾸준히 유지된다. 국적사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다른 국가의 조종사들도 이 곳에서 훈련을 받는다.

대한항공이 기내식사업부와 기내판매사업부, 조종사 교육센터를 모두 매각한다면 막대한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내년 말까지 완료해야 하는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황 전체가 침체기에 빠졌다는 점이 변수다. 제값을 받아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훈련센터의 경우 보잉과 공동운영 중이기 때문에 처분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 기내식 전문업체인 LSG에 기내식 사업을 매각해 650억원을 마련했다. 당시 기내식 사업 부문의 연간 매출은 7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배 가까이 높은 가격을 받은 셈이다.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부 역시 매력적인 매물이다. 코로나19 리스크가 제거된다면, 여객수 증가에 따른 기내식 매출이 보장된다. 식품업계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대거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업을 처분할 당시 항공업황이 양호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파산하는 현 시점에서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내판매사업부도 제값 받기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면세업계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관광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저평가될 것이란 부담이 크다.

훈련센터는 보잉과의 상호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걸림돌이 있다. 훈련센터 건설 당시 보잉은 부지를 매입해 제공했고, 대한항공이 건물을 세웠다. 대당 2500만 달러(한화 300억원)에 달하는 모의비행장치 12대를 설치한 것도 보잉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보잉이 대한항공 보유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보잉 역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 긍정적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

제3자에 훈련센터가 팔리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자체 훈련 시설이 없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조종사들이 면허 유지를 위해 빈 항공기를 띄우고 있다. 국적사 조종사는 90일 이내 3회 이착륙을 하지 않으면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코로나19로 비행 스케줄이 전무해지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다.

반면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훈련센터 시뮬레이션으로 자격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훈련센터를 매각할 경우 핵심인력인 조종사들의 숙련도는 물론,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항공은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 측은 “컨설팅을 맡은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에 다각도로 검토를 요청한 상태지만,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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