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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윤 기자
등록 :
2020-07-10 09:01

[기자수첩]사모펀드 ‘묻지마 전액배상’ 요구 유감

지난 4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본인의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하나은행, 신영증권, KB증권의 이름을 콕 집어 언급했다. 사모펀드 피해 구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금융사의 자율배상 확산을 강조하면서 이들 판매사들을 일일이 거론한 것이다.

그 후로 두 달 정도 지났을까. 이번엔 옵티머스 사태가 터졌다. 라임 문제와 비교해보면 펀드 사기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대응 속도는 5G급이다. 조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판매사 중 하나인 한국투자증권은 벌써 피해자들에게 투자금액의 70%를 선지급하겠다고 나섰다. 윤 원장이 말한 ‘자율배상’과 판매사의 움직임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옵티머스펀드를 가장 많이 팔았던 NH투자증권에겐 선보상(선지급)은 뜨거운 감자다. 70% 기준으로 NH가 고객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은 3210억원에 달한다. 연간 연결 순이익의 70%에 육박한다. 그렇다고 심각한 사안의 펀드 사기 사태를 외면했다간 고객들의 원성과 금융당국의 매서운 눈초리를 감당하기 어렵다. 고심에 고심을 더하는 이유다.

‘용어’ 하나를 사용하는 데서도 이런 고민은 묻어난다. NH투자증권은 우선 옵티머스 사기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이 “투자자 돈이 장기간 묶일 것을 감안, 원금 일부를 임시로 지급(선지급)하는 것으로 유동성 공급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이는 ‘보상’이나 ‘배상’과는 다른 성격을 갖는다며 “단지 판매사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라임 때처럼 불완전판매 정황이나 사기사건에 연루됐던 D증권사, S증권사 등과는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의 이번 피해자 대응 방안이 현실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법적 책임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우선 지급에 나서면 상장사로서 자칫 배임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한국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갖고 있지만, NH투자증권의 경우 농협금융지주가 49.11%의 지분을 보유 중으로 주주 구성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NH투자증권이 택한 선지원 방안이 이사회에 결정이 났다 하더라도 나중에 돌려받을 곳이 명확치 않다는 점 또한 문제다. 운용사가 정상 상태라면 판매사가 지불한 선지급금은 일단 가지급금 계정에 잡히고 이들 중 회수가 안되는 금액만 대손충당금으로 적립되는데,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경우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이 부실화된 상태여서 환입 가능성이 높지 않다. 대손충당금이 쌓일수록 증권사 순이익에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NH투자증권의 선지원이든, 한국투자증권의 선보상이든 간에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라임 사태처럼 금감원은 또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위는 옵티머스운용에 대해 영업 정지를 내리고, 금감원은 현장 조사를 하고 있을 뿐, 이외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금감원은 이번에도 판매사(증권사, 은행)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금액에 대한 판매사들의 선제 보상안은 금감원 때문에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연초 라임 사건이 한창일 때 금감원은 TRS(레버리지 계약) 증권사들을 상대로 선순위 권리를 포기하라며 양보를 주문하면서부터 비롯된 셈이다. 이는 금감원의 핵심 두 인물인 윤석헌 금감원장과 자본시장 담당인 원승연 부원장의 ‘소비자 보호론’이라는 철학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과도 연관이 있다. 그렇지만 당시에도 '배임'과 '증권사에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들이 오갔다.

사모펀드는 여타 금융상품보다는 규제에서 자유롭지만 여전히 금감원의 ‘사후 검증’ 절차를 받아야 한다. 금감원이 만일 옵티머스펀드에 대한 검증 절차를 제대로라도 했더라면 이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금감원의 책임이 부재한 상황에서 과연 판매사들만 책임져야할 문제인지 정말 유감이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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