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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20-07-12 09:31

은행권 커지는 충당금 적립 압박 “내년 실적 걱정되네”

4대 금융지주, 부실 대출 대응여력 지표 악화
대출 부실 가능성 높아지며 건전성에 경고등
장기적 자산 건전성 위해선 충당금 적립 필요
은행권 “순이익 감소,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은행권이 벌써부터 내년 실적 악화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내 늘어난 대출 탓이다. 대출 부실에 대응할 수 있는 충격 여력(대손충당금)을 갖춰야 하는데 장기적으로는 이익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이익 추락이 임박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KB, 하나,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 잔액 대비 충당금 적립비율(NPL커버리지 비율)이 일제히 줄어들고 있다. 이에 각 금융지주는 은행을 중심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회사가 대출 등 고객에게 빌려준 돈 중에서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계정이다.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건전성 지표가 높아지지만 소모되는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수익성 지표에는 악영향을 끼친다.

NPL커버리지 비율은 부실 대출에 대응할 수 있는 금융회사의 예비자본 적립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대손충당금 적립금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값이다. 고정이하여신이란 연체기간이 석 달 이상인 부실채권을 뜻하는데 충당금 적립 규모가 많을수록 이 비율이 높아진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NPL커버리지 비율은 모두 100%을 넘은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 비율이 최소 120%는 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100%를 넘었다는 것은 최소 100억원의 대출 부실이 터지면 사고가 발생한 대출은 대처가 가능하지만 이후에 나타날 부실에 대해서는 대처 여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100% 이하라면 사고가 터진 대출의 전체도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100% 미만의 비율을 나타내면서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키운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4대 금융지주의 NPL커버리지 비율은 일제히 110%를 넘었다. 신한금융이 152.0%로 가장 높았고 KB금융 147.1%, 우리금융 134.0%, 하나금융 112.5%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분기 말 기준으로는 대부분 3~4%포인트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각 은행들을 중심으로 충당금을 제대로 쌓지 않은 탓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충당금 적립의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대출 손상 처리 안내 자료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채무불이행에 대해서는 충당금 적립이 필요치 않다는 지침을 내렸다.

물론 아직까지 국내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이나 부실채권 비율 등 자산 건전성 지표가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충당금 문제를 우려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들어 대출 폭증세가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흘러가면서 금융당국의 입장이 다소 달라지기도 했고 위기의식을 느낀 은행들도 건전성 관리에 적극적 기조를 나타내기로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의 회계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리라는 입장을 전했고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들이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충당금 적립 이후다. 충당금을 쌓아 부실 여신에 대한 대응 여력을 쌓는 것은 장기적인 건전성 강화에 도움이 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적 부진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1분기 4대 금융지주가 적립한 대손충당금 총액은 730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9.5% 정도 늘어났다. 은행권에서는 1분기보다 확실히 큰 금액의 충당금 적립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분기부터 충당금 적립이 반영되면 비용 추가로 인해 자연스럽게 순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각 금융지주의 분기별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평균 10~15% 안팎의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금융지원과 부동산 시장 불안정에 따른 이른바 ‘패닉 바잉’에 따른 대출 증가의 영향이 내년까지도 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전성 관리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이제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건전성 관리가 올 하반기와 내년 경영의 최대 화두가 된 만큼 단기적인 이익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건전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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