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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3일은 일 못해”···한화시스템 ‘규제’ 매몰된 공정위

“일주일에 3일은 일 못해”···한화시스템 ‘규제’ 매몰된 공정위

등록 2020.08.11 10:09

이세정

  기자

공정위, 11일부터 이틀간 전원회의 개최SI업체 한화S&C, 계열사 부당 내부거래 혐의5년간 매년 24차례 조사, 한 번에 나흘씩 업무차질쟁점은 정상가격, 공정위 자체 산출가 적정성 논란보안 등 사익편취 제외 요건 충족에도 지나친 잣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시스템이 한화그룹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받은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린 가운데, 오는 12일께 최종 제재 수위가 확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공정위를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대기업의 정상정인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규제를 위한 규제’에 심취해 있다는 지적이다.

◇이틀간 전원회의 이례적···계열사 부당 내부거래 혐의=공정위는 11~12일 조성욱 위원장 등 위원 9명이 심의하는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핵심 안건은 한화그룹 계열사의 부당이익 편취다. 전원회의는 통상 수요일에 열리지만, 이번에는 이틀에 걸쳐 진행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한화그룹의 사익편위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총수일가나 임원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했거나 관여했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전원회의(법원 판결 격)에서는 한화그룹 측 소명 절차를 거쳐 공정거래법 위헌 여부와 제재 수준을 확정하게 된다. 전원회의는 법원의 1심 기능을 하기 때문에, 한화시스템은 이의를 가질 경우 고등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공정위는 한화그룹 시스템 통합(SI) 업체 한화시스템(옛 한화S&C)이 계열사들로부터 부당하게 전산 시스템 구축과 장비 구매 등의 일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한화S&C는 김승연 회장 세 아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관 전 한화건설 팀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던 비상장사다.

한화S&C는 1992년 IT 개발 수요에 따라 만들어진 ㈜한화 내 정보팀을 뿌리로 한다. 한화S&C로 분사한 것은 2001년이다. 김 회장은 4년 뒤인 2005년 자신이 보유하던 한화S&C 주식 20만주(지분율 33.3%)를 차남과 삼남에게 주당 5000원에 넘겼다. ㈜한화가 보유한 40만주(66.7%)는 장남이 주당 5100원에 취득했고, 한화S&C는 사실상 오너 개인회사가 됐다.

한화S&C는 2017년 10월 투자부문(지배회사) 에이치솔루션과 사업부문(자회사) 한화S&C로 물적분할했고, 김 부사장 등 3형제는 한화S&C 지분 44.6%를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2018년 9월에는 방산회사 한화탈레스와 한화S&C를 합병해 지금의 한화시스템을 탄생시켰다.

◇2015년부터 120여 차례 조사···수시 자료요구에 업무 제때 처리못해=공정위는 박근혜 정권이 대선 공약 이행 차원에서 2013년 총수일가의 부당이익 금지 관련 공정거래법을 개정한 이후 첫 조사 대상으로 한화S&C를 찍었다.

당시 공정위는 한화S&C가 공정거래법상 이른바 ‘통행세’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의심했다. 전산관리뿐 아니라 장비 구매 대행으로 수수료를 부당 취득했다는 것이다. 또 한화S&C가 계열사 일감을 받으며 일반 시장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가격을 불렀고, 정상 거래보다 상당한 이익을 챙겼다고 봤다.

공정위 조사는 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2017년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한화그룹을 향한 칼날은 거두지 않았다. 대신 일감 몰아주기 혐의 시기를 2015년부터 물적분할 직전까지 약 2년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한화시스템의 영업활동은 심각한 수준으로 위축됐다. 약 5년간 이뤄진 공정위 조사는 120여차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선 3~4일간의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 자료 제공 의무에 따라 자료를 취합하고, 영업비밀 등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시행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다.

단순 계산으로 공정위가 빼앗아간 시간은 5년간 480여일 가량이다. 매년 24차례씩 조사를 나온 것으로, 365일 중 30%에 육박하는 96일은 업무차질이 빚어졌다. 일주일(7일)을 기준으로 3일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던 셈이다. 주말과 공휴일을 뺀 소정근로일(240일)으로 따지면, 5일 중 정상근무한 날은 고작 3일에 불과하다.

◇서비스업, 인력·시간 따라 가격 천차만별···산정기준 의문=문제는 한화시스템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위반했는지를 명확히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당초와 달리 통행세 거래 혐의는 배제시켰다. 다만 한화시스템이 ‘정상적인 거래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나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 등 부당 내부거래를 했다고 판단한다.

공정위는 한화시스템의 부당이득 근거로 내세운 정상가격 산정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사보고서에 담긴 ‘제3자 기업들의 거래가격’은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산출한 가격이다. 하지만 서비스업 특성상 투입 인력의 규모와 시간에 따라 가격편차가 크기 때문에 공정위의 정상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과거 대기업 SI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건과 관련,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힌 전례가 있다는 점은 공정위의 부담을 높인다.

공정위는 2012년 SK그룹 계열사 7곳이 SK C&C와 IT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하면서 정상가격보다 높은 인건비 단가를 적용해 부당지원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6년 정상가격 산출이 잘못됐다고 판결을 내렸고 과징금도 취소됐다.

SI 회사는 정보시스템 기획과 개발, 구축, 운영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촘촘하고 세밀한 관리는 물론, 보완 유지가 핵심이다. 그룹사들이 외부 업체에 맡기는 대신, 자체적으로 SI 계열사를 두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공정위는 이미 효율성 증대효과가 있거나 긴급성과 보안성이 요구되는 거래에 한해서는 사익편취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한화그룹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 여론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일찌감치 공정위 주요 관리 대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며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성과를 내기 위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방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규제 논리가 지나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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