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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대법 파기환송 1년…사법리스크 갇힌 삼성

올초 4차 공판 뒤 중단된 파기환송심, 현재 대법 심리
4년간 국정농단 재판에 갇혀…내년에도 재판 부담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63일…檢 아직도 결론 못내려
계속되는 법리스크 부담에…삼성, ‘총수 경영’ 차질 호소

지난해 8월29일 시작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은 올초 이재용 부회장이 출석한 4차 공판을 끝으로 중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9일 ‘국정농단’ 파기환송 1년째를 맞지만 재판은 답보 상태여서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사이 경영권 승계 및 합병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채 기소여부 결론을 늦추면서 삼성의 사법리스크는 끝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재계가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은 삼성이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확산 등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하루 빨리 털고 나가야 할 법리스크에 지난 4년간 갇혀 버렸다는 점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은 1위 대만 TSMC에 밀려 격차가 벌어질 판국이고 스마트폰은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바짝 추격 중이다.

파기환송심이 멈춰버린 와중에 수사심의위 건이 결론나지 않은 것은 두 재판에 대응해야 하는 삼성의 부담감이 상당하다는 측면을 말해준다. 삼성 한 관계자는 내년에도 파기환송심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법정에 한번 출석할 때마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 시간을 뺏기는 만큼 경영 차질이 상당하다”고 호소했다.

◇멈춰버린 파기환송심=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8월 29일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 부회장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시작된 파기환송심은 지난 2월을 끝으로 멈춰버렸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초까지 이 부회장은 법정에 네 차례 출석하며 피로감을 드러냈고 정상적인 경영 활동도 방해를 받았다.

2월 예정된 5차 공판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재판부의 삼성 봐주기 식 편향성을 지적하며 ‘기피 신청’을 내면서 취소됐다. 결국 이 사안은 지난 6월부터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법조계에선 올해 안에 재판이 재개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내놓지만, 삼성은 언제쯤 재판이 다시 열릴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파기환송심이 길어지는 탓에 삼성은 내년에도 경영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파기환송심이 또 해를 넘기면 삼성은 국정농단 관련 재판만 5년째를 겪게 된다. 여기에 합병·승계 의혹 관련 재판도 만일 파기환송심의 절차를 그대로 밟게 된다면, 삼성은 또 5년에 걸치는 재판과 시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 안팎에서 자칫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재판 준비, 출석 등을 고려하면 경영에 몰두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이 부회장 개인에게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손실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4차 공판-서울고등법원.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파기환송심, 삼성준법위 출범 계기=파기환송심 공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재판부의 삼성 내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는 주문은 결국 없어도 될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삼성준법위) 출범으로 이어졌다. 삼성준법위는 대법관 출신의 김지형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는 등 삼성 내외부 감시자 7명이 참여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7개 관계사가 협약을 맺고 준법의무 이행 약속을 결의했다.

재판부는 이후 공판에서 삼성준법위 설립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삼성의 준법경영 이행 여부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준법위 설립 자체가 향후 이 부회장 판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특검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파기환송심은 계속 미뤄졌다.

지난 4월 법원은 박영수 특검이 재판부가 편향적이라며 낸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에게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이를 점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일 뿐,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재판 결과를 예정하고 양형 심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이 사안은 현재 대법원에 심리 중이어서 재판은 내년에도 삼성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총수로는 수사심의위 첫 경험=
파기환송심 재판이 중단된 사이 이 부회장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도 눈에 띈다. 2년 전 검찰이 내부 개혁 차원에서 만든 제도인 수사심의위는 대기업 총수로는 이 부회장이 처음 활용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 가능성이 높아지자 외부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받겠다는 삼성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집 합병을 둘러싼 회계 의혹 등의 수사에 1년7개월을 소요했다. 그 과정에서 삼성 전·현직 고위 간부 수십 명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부회장도 두 차례 소환 조사 뒤 결국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지난 6월 9월 법원에서 기각됐고, 17일 뒤 열린 수사심의위 판단에선 외부전문가 13명중 11명이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냈다.

수사심의위 권고가 나온지 벌써 63일째가 되도록 검찰의 기소여부 결론이 안 나온 것은 법조계에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진행된 8차례 수사심의위 건은 검찰이 모두 권고를 수용하면서 일주일을 넘기지 않고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검찰이 회계, 학계 등 전문가들 고견을 듣겠다고 불러놓고선 조서 작성까지 요청하는 등 보강수사를 무리하게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보강수사를 명목으로 교수들을 불러 8시간씩 조사하며 짜맞추기 식 수사를 했다는 것은 여전히 수사 방식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검찰 개혁 취지로 만든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하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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