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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사라는 증권사, 뒤로는 ‘매도’

LG화학 사라는 증권사, 뒤로는 ‘매도’

등록 2020.09.21 15:48

고병훈

  기자

물적분할 결정에 줄곧 ‘호재’라던 증권사3일간 200억 이상 순매도···투자자 분노기관·외국인 대상 ‘긴급 컨퍼런스콜’ 개최주주달래기 나섰지만···개미투자자 배려 無

LG화학 사라는 증권사, 뒤로는 ‘매도’ 기사의 사진

‘바로 지금이 투자 적기’, ‘배터리 물적분할, 주주 손해볼 일 아니다!’, ‘배터리 사업 분사는 기업가치 상승의 계기’, ‘배터리사업 분할은 사업 성장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

지난 16일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분할 소식이 전해진 직후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제목의 리포트들이 쏟아져 나왔다. 위 보고서들의 공통된 내용은 LG화학의 물적 분할이 기업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적극 매수’를 권하던 증권사들이 정작 뒤에서는 LG화학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나 개미들의 분노에 불을 지피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의 물적분할이 알려진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LG화학 주식 2만6542주를 순매도했다. 거래대금은 약 204억7864만원이다.

이 기간 LG화학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순매도한 종목(ETF 제외) 중 삼성전자, 셀트리온, NAVER에 이어 4번째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또 같은 기간 기관도 약 289억원 어치의 LG화학 주식을 내다팔았다.

이들이 LG화학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한 것은 향후 LG화학의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배터리 사업의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에게 악재가 아닌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는 점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바로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배터리 사업 기업공개(IPO)까지 최소 1년 이상 남았다”며 “그동안 LG화학 2차전지 사업의 성장과 수익성 개선 모멘텀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주식을 보유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 주가는 물적분할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지난 이틀간 11.2% 하락했으나 매수 기회로 삼기를 권고한다”면서 “물적분할을 통해 전지사업부문이 100% 연결 자회사가 될 것이기에 기업 실적과 주주가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변경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물적분할, 주주 손해볼 일 아니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고 “이번 LG화학의 물적분할은 배터리 가치 상승효과와 거래소 프리미엄 상장을 통한 주주가치 상승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금은 팔 때가 아니라 95만원까지 인내하고 기다릴 때”라는 분석과 함께 투자의견 ‘강력매수(Strong BUY)’를 유지했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분사로 인한 지분율 희석이 크지 않으며, 국내 또는 해외 상장으로 적정 밸류에이션이 부여되고, 화학과 양극재를 포함한 재료사업 확대(M&A) 가능성, 바이오 사업까지 전방위적인 투자가 가능한 점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70만원에서 91만원으로 30% 상향하기도 했다.

증권사들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물적분할이 ‘호재’라는 증권가의 주장도 전혀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소액주주들은 온라인 종목토론방 및 커뮤티니 등에서 “매수 권고는 개인에게 물량을 떠넘기기 위한 수작”, “주가가 내려갈 게 뻔히 보이는데 무슨 근거로 ‘매수’를 외치는 것인가”, “개미는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라는 등의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한 개인투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LG화학 물적 분할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에 피해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고, 현재까지 7000명이 넘는 투자자가 여기에 동의했다.

또한, 회사 분할을 결정하고 이를 알리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화학 측은 지난 17일 오전 긴급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 분사 계획을 최종 의결했다. 이와 관련해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당일 LG화학 주가는 분사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15일 종가 대비 10% 이상 급락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이에 LG화학은 17일 오후 1시 회사분할 결정 공시가 발표된 이후 3시간 만에 긴급 컨퍼런스콜(투자자 대상 설명회)을 열고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컨퍼런스콜은 애널리스트 및 기관·외국인들을 대상으로만 개최됐다.

통상 컨퍼런스콜을 개최할 땐 설명회 목적 및 내용, 시간 등을 사전 공시한다. 특히 회사 분할 등 주요 경영사항과 관련된 내용일 경우 개인투자자들을 비롯한 모든 주주들에게 예외 없이 사전 공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회사 측은 개인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이날 컨퍼선스콜에서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신설 법인의 기업공개(IPO)는 법인 출범 직후 바로 추진한다 해도 1년 정도는 소요된다”며 당장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차 부사장은 “IPO 관례상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비중은 20~30% 수준”이라며 “LG화학이 절대적인 지분율을 계속 보유할 예정”이라고도 설명했다. 상장을 하면 모회사 지분이 희석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성과가 LG화학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주주들의 우려를 의식한 설명이었다.

다만, 절대 다수의 개인들은 관련 내용을 컨퍼런스콜 다음날인 18일 아침에서야 접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 측이 기관·외국인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과의 소통에도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회사 분할 결정과 별개로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의 미흡한 대응이 아쉽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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