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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이 항의하자 ‘독점 6개월→3개월’···거래소에 무슨 일이

삼성운용이 항의하자 ‘독점 6개월→3개월’···거래소에 무슨 일이

등록 2020.10.15 08:20

고병훈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 ‘K-뉴딜지수’ 3개월 독점사용권 논란업계 “형평성 어긋나”···삼성운용, 부사장이 직접 항의거래소 “지수 개발에 기여···특정업체 특혜 사실 아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제공)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한국거래소가 정부 방침에 발맞춰 내놓은 ‘K-뉴딜지수’ 사용권을 둘러싼 자산운용업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한국거래소로부터 K-뉴딜지수에 대한 3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은 것을 놓고 다른 자산운용사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거래소가 특정 업체에게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 측은 “특정 회사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배타적사용권 관련 항의를 하자 거래소는 독점권이 부여된 기간을 당초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며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초 거래소가 ‘KRX BBIG K-뉴딜지수’의 배타적사용권을 인정하면서부터다.

K-뉴딜지수는 정부가 국가 재정과 민간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뉴딜펀드’의 투자 지표로,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분야에서 각각 우량종목 10개를 선정해 만든 것이다. 10개 종목은 산업군 내 시가총액 상위 3종목(TOP 3그룹)과 시가총액 4~10위 7종목(Plus 그룹)으로 구성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수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 지수들을 독점해 운용할 수 있는 배타적사용권을 인정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7월 초 BBIG 분야의 주요 종목을 담은 지수(인덱스)를 고안해 한국거래소에 BBIG 관련 지수 개발을 요청했다. 이를 토대로 관련 ETF를 상장시키려는 취지에서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고안해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지수 이름은 ‘KRX BBIG 스타12’로 이는 BBIG 분야 ‘스타 종목’ 12개를 담았다는 의미다.

마침 거래소는 정부의 ‘뉴딜펀드’ 시행 방침에 부응하기 위해 ‘뉴딜지수’를 개발하려고 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뉴딜지수 개발에 시간이 부족했던 거래소는 미래에셋운용과 협의를 거쳐 해당 지수를 ‘K-뉴딜지수’로 이름을 바꾸고, 미래에셋운용에 배타적사용권을 지급했다.

이는 해당 기간 뉴딜지수를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 및 상품 출시를 미래에셋자산운용만 할 수 있게 해준 것으로 삼성, KB 등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지원하는 공적 성격의 지수 사용권을 한 운용사만 독점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부사장 A씨가 직접 나서 거래소에 항의 전화를 했고, 이에 거래소는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미래에셋 측에 기간단축 가능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거래소로부터 배타적사용권 기간단축 문의를 받은 미래에셋운용은 3개월 단축안을 거래소 측에 제안했고, 이에 거래소와 미래에셋운용은 지난달 11일 3개월 독점권이 부여된 지수이용계약서를 최종 체결했다.

유 의원은 “ETF 시장에서 지수개발 시 부여되는 배타적 사용권의 통상 기간이 6개월임을 감안하면 배타적 사용권 기간 축소는 이례적”이라며 “ETF 시장의 경우 시장선점이 중요한데, 과거 레버리지 ETF 사례를 보면 시장선점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아이디어 제공 등 지수개발 시 기여도가 있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해 달라는 금융투자업계의 요청에 따라 업계와 합의 하에 2018년 6월부터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며 “BBIG 지수 개발을 요청한 자산운용사에서는 BBIG 테마지수라는 단순 컨셉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종목선정 및 지수산출에 있어 차별성이 인정되는 방법론을 제안했기 때문에 그 기여도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K-뉴딜지수가 정책자금 지원 대상이고, 뉴딜펀드의 투자 지표로 개발된 것이란 일각에 주장에 대해서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해당 지수는 ETF와 같은 지수연계상품 상장을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한국거래소가 앞으로 순차적으로 발표할 다양한 뉴딜지수 시리즈 중 하나로서 배타적 사용권을 배제할 타당한 근거가 없다”며 “다만 지수이용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은 점을 감안해 해당 자산운용사와 협의 하에 배타적 사용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거래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다른 운용사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BBIG’라는 개념을 미래에셋이 처음 만든 것도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언론 및 업계에서 많이 써온 용어인 만큼 독점권을 부여받을 만한 아이디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결국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은 뉴딜 관련 ETF 출시를 3개월이나 늦출 수 없다며 독자적으로 뉴딜지수 개발에 나섰다. 삼성자산운용은 BBIG 업종에 투자하는 ‘에프앤가이드 K뉴딜지수 ETF’(가칭)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이르면 내달 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ETF는 삼성운용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공동 개발한 지수를 기반으로 BBIG 4개 업종별로 5개씩 총 20개 종목을 편입한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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