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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은 지금②]‘빅3’ 노리는 면세점…무리한 사업확장 ‘독’ 될수도

올해 동대문·인천공항점 줄줄이 오픈 사업 확장
3위와 매출 격차 좁혀 적자 감소세 돌아섰으나
코로나 사태 영업환경 악화 속 사업확장 적자 부메랑

유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유례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통적 유통업의 정체, 정부의 규제, 일본과의 무역갈등, 중국의 한한령 등으로 이미 요동치던 유통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당장의 실적뿐만 아니라 향후 이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갈지도 미지수다. 오랜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간 내놨던 처방들이 더 이상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각 유통사들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는 한편 사업 전략을 재편하는 등 또 다시 새로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유통업계 그룹사를 중심으로 최근 현안과 경영 상황 등 현주소를 통해 짚어본다.[편집자주]

그래픽=홍연택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나중에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후발주자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대기업간 ‘면세점대전’에서 막차를 타면서 간신히 면세점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면세시장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리스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경쟁사들이 주춤한 틈을 타 현대백화점은 홀로 매장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 전략이 적중, 매출은 크게 성장시키고 손실은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 장기화로 시장이 면세시장 침체도 길어지고 있어 현대백화점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4기 사업자와 제주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과정이 남아있는 만큼 현대백화점그룹이 ‘빅3’를 겨냥해 사업을 더 확장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2018년 업계 4위로 출발…올해만 매장 2곳 늘려 = 현대백화점그룹은 2015년 15년만에 벌어진 대기업간의 ‘1차 면세점 대전’에 참여했다가 7개 기업 중 ‘꼴찌’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설상가상 백화점 경쟁사인 신세계가 그해 말 2차 면세점 대전에서 특허를 획득, 면세점 시장에 진출하면서 현대백화점은 ‘유통업계 빅3’ 중 유일하게 면세업을 하지 않는 회사가 됐다. 당시 면세사업은 최근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정도로 높은 성장을 하고 있어,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면세점이 숙원사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현대백화점은 사업계획서를 대폭 수정하는 등 절치부심 끝에 2016년 신규 면세점 특허를 따내고 2018년 말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오픈했다. 문제는 현대백화점이 특허를 따낸 후 시장 상황이 크게 변했다는 점이다.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특허를 획득하면서 서울 시내 면세점은 총 13곳으로 늘어나며 포화 상태가 됐다. 여기에 2017년 사드 리스크가 터지면서 국내 면세시장 ‘큰손’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크게 줄어들었다. 현대백화점도 당초 개점 일정을 두 차례나 연기했다.

사드 리스크 후 국내 면세시장은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들은 단시간 안에 여러 면세점을 돌아야하기 때문에 강북 면세점을 선호한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강북 진출을 위해 두산과 맞손을 잡고 지난해 말 치러진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두산의 두산타워를 10년간 임대해 현대백화점이 매장을 열기로 한 것. 두산타워는 동대문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관광객과 다이궁 유치에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고, 두산의 보세창고와 직원까지 승계에 비용도 최소화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으나 현대백화점은 당초 개점 일정을 거의 바꾸지 않고 지난 2월 말 서울 2호점 오픈을 강행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인천공항공사 T1 입찰에서 DF7(패션·잡화) 구역에 참여, 롯데·신라·신세계 등 업계 ‘빅3’를 제치고 사업자에 선정됐다. 면세사업 진출 2년만에 매장을 3곳으로 늘리며 인천공항까지 진출한 것이다.

◇올해 ‘규모의 경제’ 갖추며 매출 급성장 = 사드와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도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몸집을 불리는 것은 면세사업이 ‘규모의 경제’를 따르는 대표적인 사업이기 때문이다. 면세점은 몸집을 키워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바잉 파워를 늘려야 수익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2018년 33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3688억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고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전년보다 78.0%나 성장한 4525억원으로 뛰었다. 특히 지난 3분기 매출액만 2554억원으로, 업계 3위 신세계와의 격차를 더욱 좁혔다. 지난 2분기만 해도 현대백화점과 업계 3위 신세계의 매출액 격차는 2000억원 수준이었으나 3분기에는 5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좁혀졌을 전망이다.

아직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손실 규모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영업손실은 2018년 419억원에서 지난해 712억원으로 늘었으나 올 3분기까지는 49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1% 줄었다. 올 들어 분기 영업손실도 1분기 194억원, 2분기 181억원, 3분기 118억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경쟁사들이 올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면세시장의 다이궁 의존도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면세점들은 국제선 여객 수요가 90% 이상 줄어들면서 공항점 매출액이 급감한 반면 시내점은 다이궁을 중심으로 일정 수준 견고한 매출을 거두고 있다. 여객 수요가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만큼 다이궁 유치가 중요해지고 있다.

다이궁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알선 수수료를 높게 책정해야 하고, 이 때문에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쟁사인 호텔신라의 3분기 IR자료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시내점 매출액 대비 송객 수수료율은 올해 1분기 4.3%에서 2분기 8.0%, 3분기 16.1%로 훌쩍 뛰었다.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다른 경쟁사들은 송객 수수료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이 당장은 규모의 경제 실현 효과를 바탕으로 적자를 줄이고 있으나, 시장 상황상 수익성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천공항·제주 시내점 입찰 참여 고심 =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사업 확장이 지속될지 관심을 갖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당분간 면세시장 위축이 불가피하고 면세업 수익성도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우선 면세업 확장의 발판이 될 현대백화점의 실탄은 충분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현대HCN 방송(SO)·통신 사업부문(이하 현대HCN)을 매각하면서 현금을 충분히 마련했다. HCN의 매각 대금은 4911억원이나 계열사 현대미디어와 토지, 건물 등 매각 대금을 포함하면 현대백화점그룹이 쥐게 된 현금은 6000억원 수준이다.

또 인천공항 T1 4기 사업자 선정이 아직 진행되고 있고 제주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도 남아있어 현대백화점이 사업을 확장할 기회도 충분하다.

인천공항의 경우 지난 8월 사업권이 만료된 인천공항 T1 면세점 8개 구역에 대해 지난 1월부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세 차례나 진행됐으나 현대백화점의 DF7, 엔타스의 DF10 구역을 제외한 6개 구역의 신규 사업자를 아직도 선정하지 못했다. 현대백화점은 2, 3차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인천공항공사가 수의계약을 진행하게 될 경우, 대기업 중 유일하게 4기 사업자로 매장을 오픈한 현대백화점도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제주도의 경우 아직 불투명하다. 정부는 최근 제주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추가하기로 했으나 도내 반발에 부딪쳐 아직 공고는 내지 못한 상황이다.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대로 진행될 경우 현대백화점으로서는 제주도 역시 놓치기 어려운 시장이다. 제주도가 현재 국내에서 해외 관광객이 회복될 가능성이 큰 지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백화점은 올해만 두 곳의 면세점을 오픈해 성장 발판을 마련한 만큼 이 점포들을 안정화 시키는 데 주력하고 향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입찰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그 동안 면세사업 확장에 주력해온 황해연 대표가 퇴진했으며 이재실 현대백화점 판교점장 전무가 신임 면세점 대표가 됐다. 이 신임 대표는 현대백화점에서 30년 이상 몸을 담아온 인물로, 향후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부족한 MD 역량 보완과 브랜드 유치에 주력할 전망이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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