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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소송전 곧 결론···‘3자연합 승소’가 불러올 문제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 이르면 이번주 판결
인용되면 국적사 대통합 물거품···결국 국유화로
항공산업 질서 붕괴·아시아나 사세 위축 등 관측
산은, 혈세낭비 논란 불가피···관리역량도 도마위
3자간 진짜 동맹목적 달라···그룹 경쟁력 상실 우려

그래픽=박혜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운명이 법원의 판단으로 갈린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는 한진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금지시켜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르면 이번주 안으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채권단은 한진칼 유상증자가 불발되면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가 불가피하다고 선을 그은 만큼, 국내 항공산업 교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KDB산업은행은 혈세 투입 논란에 시달리게 되고, 장기적으로 재계 14위의 한진그룹은 와해될 것으로 분석했다.

23일 재계와 항공업계,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KCGI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한진칼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의 심문기일이 오는 25일 열린다. 이번 소송은 그레이스홀딩스와 타코마앤코홀딩스, 엠마홀딩스 등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총 8곳이 합심해 원고(채권자)로 나섰다. 동맹 전선을 구축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은 빠졌다.

한진칼은 50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다음달 2일로 예고한 상태다. 사안의 위중함과 시급성을 감안하면 빠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초께 중 KCGI의 가처분 소송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가처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본다.

KCGI는 “이번 유상증자는 국민혈세를 이용해 조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으로,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특히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3자배정 유상증자는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조 회장과 산은은 “항공산업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현행 상법은 3자배정 유상증자의 조건을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 엄격히 제한한다. 경영권 방어가 목적일 경우에는 위법하다는 판례가 대부분이지만,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도 자금 조달 등 경영상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이를 허용한 판례도 적지 않다.

만약 법원이 KCGI의 손을 들어준다면 국적항공사간 대통합은 없던 일이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은 체제 아래 놓이게 되는데, 항공업계의 우려는 만만치 않다.

항공사 국유화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3곳의 항공사가 정부 관리를 받으면서 파생되는 문제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자유경쟁 체제가 깨지면서 대한항공을 비롯한 타 항공사들이 도태되는 ‘산업 질서 붕괴’에 대한 지적도 기우가 아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보장도 할 수 없다. 산은은 자력 생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인 비용절감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기단 축소와 노선 조정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아시아나항공 생존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산은의 부담감은 적지 않다. 국적사 통합이 결정된 이유도 이중으로 지출되는 공적자금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크다. 산은은 양대 항공사 체제가 이어질 경우 내년까지 부족자금이 4조8000억원, 2027년까지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은은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각각 5조7000억원, 1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산은 지배를 받던 기업들 중 일부가 분식회계 논란과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겪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전문성을 요하는 항공업 특성을 고려할 때, 산은이 기업관리 역량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한진그룹은 이번 증자가 실패하면 3자 주주연합의 끊임 없는 경영권 공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현 지분 구도를 살펴보면 3자연합 46%대, 조 회장 측 41%대로 추산된다. 양 측간 지분격차는 5%포인트대로, 나머지 주주 약 12%의 향방에 따라 그룹의 명운이 갈리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수순에 접어든 상황에서 경영권 리스크까지 떠앉은 만큼,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KCGI는 가처분 소송 외에도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신규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 회장을 끌어내기리 위한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추측된다.

업계에서는 3자연합이 ‘반(反)조원태’ 전선을 구축한 목적이 각기 다르다고 파악한다. KCGI는 시세차익, 조 전 부사장은 복수심, 반도건설은 외형 확장 등의 목적으로 뭉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진그룹이 정상화는 대외적인 명분일 뿐이라는 것.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치중될 수밖에 없는 조합이기 때문에 한진그룹의 안정적인 경영환경 조성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3자연합은 일본 기업 역사상 최악의 구조조정으로 회생한 JAL(일본항공)을 경영 모범 사례로 꼽았다. 조 회장 퇴진 이후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항공 등 계열사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통한 몸집 줄이기가 불가피하고, 그룹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가처분 소송이 기각된다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완전히 소멸되게 된다. 산은은 KCGI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다수의 법무법인을 거쳐 소송이나 인용 여부를 검토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고,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항공 생태계 보장 방안으로 추진된 인수인 만큼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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