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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카톡방의 덫···“증권사 사칭해 증거금까지 싹 털어갔어요”

주식 카톡방의 덫···“증권사 사칭해 증거금까지 싹 털어갔어요”

등록 2021.02.08 10:25

수정 2021.02.08 10:47

조은비

  기자

증권방송 전문가 이름 건 채팅방에 여의도 발칵가짜 HTS로 유인해 정회원 가입 부추기며 사기자문업자 수 천 명, 미신고는 집계 조차 어려워금융당국 “열에 아홉은 미신고 업체라고 봐야”소비자원 “거액수수료+원금도 날릴 경우 많아”

“주식을 배우려고 카카오톡 무료 리딩방에서 눈팅만 했었는데 ‘하루 수익금 200만원’이라는 광고에 호기심이 생겨 그 방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실제로 해외 선물 거래 수익금이 HTS(홈트레이딩시스템) 화면에 ‘증거금 800만원-수익금 500만원’으로 인증돼 있는 거예요. 유명 증권사 이름 내건 방이었으니까 가짜라고 의심할 생각은 전혀 못 했고···. 정말 감쪽같았어요. 이제 와 생각하면 제가 어리석었죠.” - 가짜 HTS 사기를 당해 금융감독원에 피해 접수를 한 A씨의 사연

가짜 HTS 화면과 증권사 사칭 선물 리딩방 대화 내용. 조은비 기자=goodrain@newsway.co.kr가짜 HTS 화면과 증권사 사칭 선물 리딩방 대화 내용. 조은비 기자=goodrain@newsway.co.kr

최근 증권사 명칭을 내세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나스닥·항셍 등 해외 주식 선물 투자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가짜 HTS로 유인해 투자자가 입금한 증거금을 갈취하는 주식 리딩(leading)방 사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광고를 가려내기 위함”이라며 일대일 대화방을 개설해 실명 인증을 요구한 뒤 “정확한 매매 타이밍을 통한 고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정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고 부추기며 “전문가가 무료 리딩을 진행해주는 대신 자체 HTS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가짜 HTS를 설치하게끔 유도해 증거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은 “가짜 HTS는 거래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거래소를 통해 주문이 체결되는 것이 아니고 프로그래밍 조작을 통해 마치 매수·매도가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며 “처음에는 이익을 보게끔 해서 돈을 더 투자하게 하고 나중에는 결국 다 잃게 하는 수법을 사용하므로 속아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위와 같은 불법 금융업상호 업체와 무인가·미등록 불법 금융투자업자 등이 사이버 불법금융행위를 할 때 금감원에 신고할 수 있지만 피해 금액을 돌려받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 관련 카톡 리딩방 90%는 미신고 업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신고업체는 아예 금융감독원 점검 대상이 아니어서 사실상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유사투자자문업자에 의한 피해는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과 금융위원회 산하 금감원이 업무를 나눠 피해 신고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관리·감독하는 곳이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아닌 유사투자자문업자가 금융회사의 투자자문업에 해당하는 일대일 투자자문행위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을 했을 경우 신고를 접수 받고, 한국소비자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환불 지연 및 계약 불이행에 대한 부분을 신고받는다.

주식 카톡방의 덫···“증권사 사칭해 증거금까지 싹 털어갔어요” 기사의 사진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사투자자문업체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3148건으로 지난 2019년보다 2.75% 감소했다. 지난 2018년 접수된 1621건에서 1년 만에 99.7% 증가한 이후 소폭 감소했으나 접수 건수가 1월에 비해 11월에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좀처럼 피해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재 금감원에 신고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2000여건이 넘는다. 미신고업체에 의한 피해 규모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 관계자는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난 부분이 피해 구제 신청 건수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면서도 “분쟁 조정을 통해 이용자와 제공자 간 합의를 도모하고 있으나 ‘고수익’ 허위·과장 광고에 홀려 거액의 수수료를 지불한 뒤 원금마저 잃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퇴직연금 등을 주식에 투자하려는 50대 이상 비율이 전체 신고 건수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그나마 카드 할부 결제가 항변권 및 철회권이 인정된다는 가정하에 현금 결제보다는 금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조금 더 높고, 계약 시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유사 및 불법 금융사기는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고가의 대가를 받고 리딩을 하는 유료 리딩방으로 인한 피해가 두드러졌다면, 이제 무료 리딩을 내세우면서 다른 프로그램을 깔게 한 뒤 증거금까지 갈취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또한 증권방송 전문가를 사칭해 리딩방을 운영하거나, 복잡한 단계의 카톡방 운영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사칭 카톡방으로 곤욕을 치렀던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부장은 “증권방송에 나오는 전문가가 개인 채널을 열어 단체 카톡방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대부분 사칭으로 중국에 서버를 둬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유사투자자문업자로 신고했더라도 다수를 향해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를 지시하는 건 불법이다. 투자자문업도 일대일로 할 수 있는 영업행위다.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도장깨기 수준으로 인증을 거치거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고급 정보가 아니다. 프로그램을 다운받으면 돈을 날리게 돼 있다. 조은비 기자=goodrain@newsway.co.kr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도장깨기 수준으로 인증을 거치거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고급 정보가 아니다. 프로그램을 다운받으면 돈을 날리게 돼 있다. 조은비 기자=goodrain@newsway.co.kr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준수하고 미리 신고하면 사전적으로 투자자 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염승환 부장을 사칭한 카카오톡 채널도 8개나 있었으나 보도 후에야 사라졌다.

금융당국 내에서는 실효성보다 역기능이 많은 신고제 하의 유사투자자문업자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과 기존 신고제를 강화해 신고 내역에 더욱 세부적인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 갈리고 있다. 3월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유사투자자문업자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회사는 아닌데 자본시장법상 업자에 해당해 투자자 피해가 크고 사실상 투자자문업을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라며 “일반적인 소비자 영역이 있고 한데, 금융위도 관련된 제도 개선 방안을 만들기 위해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또한 “신고제에서 현황 파악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세부적 내용을 보고 받는 것도 생각하고 있고, 불건전 영업 행위에 대해 감독원이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라며 “최근 이슈가 된 만큼 상반기 중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려는 계획이고 6월까지 늘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급증한 유사투자자문업자에 의한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증권사들과 협조해 HTS와 MTS를 통해 관련 내용을 안내할 예정이다.

뉴스웨이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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