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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혼과 이종 그리고 박찬구와 박철완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데스크칼럼]이혼과 이종 그리고 박찬구와 박철완

등록 2021.02.17 10:15

수정 2021.02.25 17:36

홍은호

  기자

이혼과 이종 그리고 박찬구와 박철완 기사의 사진

“조선 왕 이혼(광해군)이 조카 이종(인조)에게 왕위를 빼앗겼다.” 당시 명나라의 인조반정에 대한 평가였다. 조선이 이혼을 패륜적 행동을 일삼으며 폐위된 조선 최악의 왕으로 기록했던 것과는 달리 명나라에서는 인조반정을 쿠데타로 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혼을 정치적인 희생양으로 재평가 한 것은 채 얼마되지 않는다. 왜곡된 진실은 인조반정을 이끈 이종의 무리들이 기술한 역사서 때문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인조반정이 승자의 기록으로 쓰여지지 않았다면, 내가 배운 역사서에는 패륜을 저지른 왕은 이혼이 아닌 이종으로 쓰여졌을 것이다.

인조반정은 북인과 서인의 권력다툼에 왕이 폐위된 불편하고 안쓰러운 사건이다. 숙부를 왕위에서 끌어내리고 조카가 왕이 된 패륜적인 역사. 승자의 기록으로 숙부의 왕권을 빼앗은 쿠데타를 포장했지만 수세기가 지난 현재 패륜을 저지른 왕은 이혼이 아닌 이종이었다.

‘조카의 난’

조선시대 인조반정이 현세의 재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숙부인 박찬구 회장과 조카인 박철완 상무의 경영권 다툼이 그것이다. 이종이 숙부의 왕권을 찬탈한 역사적 사건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조카가 숙부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과정의 실체적 진실은 궤를 같이 한다.

경영권을 놓고 벌이는 이 분쟁은 승자에게는 최고의 자리를, 패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긴다. 패배하는 쪽은 회사를 떠나야 한다. 때문에 한 번 빼내든 칼은 서로의 심장을 찌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숙부인 박찬구 회장에 대한 박철완 상무의 공격은 거침이 없다. “경영권을 빼앗을 테니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라”는 조카의 당돌한 행동. 박찬구 회장은 박 상무의 선전포고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박철완 상무로부터 사외이사, 감사 추천과 배당확대 등의 주주제안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사회경제적 여건에서 사전협의 없이 과당배당 등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주가상승을 꾀하는 불온한 세력의 움직임에 동요하지 말아달라”는 입장문은 박찬구 회장의 불편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은 금호그룹을 공중분해시킨 형제의 난과 결이 다르다. 훌쩍 커버린 조카가 숙부를 향해 날이 선 칼끝을 겨눈 희대의 패륜 사건이다. 조카의 난, 조카의 쿠데타, 조카의 경영권 찬탈 시도가 맞다.

평생을 사명감을 갖고 일궈 온 내 일터, 선대 회장이자 부친에게 물려받아 청춘을 바쳐 가꿔온 기업, ‘형제의 난’에서 가까스로 지켜 낸 분신과도 같은 회사를 조카가 빼앗겠다고 나섰으니 박찬구 회장의 갈기갈기 찢긴 심정을 짐작하고 남음이다.

박철완 상무의 경영권 찬탈 시도는 선친인 박정구 회장의 이른 별세로 경영승계 후순위로 밀려난 이후 제 몫을 찾겠다는 내면의 발로(發露)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박 상무의 처지를 십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패륜적인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금호家 ‘형제의 난’ 당시 아무 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박 상무를 거둬준, 마음 따듯한 숙부에게 칼을 뽑아든 행동은 패륜이다.

패륜을 저지를 부도덕한 자(者)로 내몰아 숙부(이혼)의 왕위를 찬탈한 조카(이종). 마음을 다해 품어 준 숙부(박찬구)에게 경영권을 내놓으라는 조카(박철완). 금호석화의 이번 사태를 경영권에 욕심을 낸 조카의 난으로 볼 지, 내권리 찾기의 정당한 요구로 받아들일지는 오롯이 주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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