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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5만5000원=1265만원, 공모주 균등배분의 역차별

오피니언 기자수첩

[조은비의 레모네이드]5만5000원=1265만원, 공모주 균등배분의 역차별

등록 2021.02.26 08:11

조은비

  기자

5만5000원=1265만원, 공모주 균등배분의 역차별 기사의 사진

5만5000원=1265만원=3만3000원. 이 말도 안 되는 등식이 이제 우리나라 공모주 시장에서는 성립된다.

이 해괴한 등식은 지난 5일 상장한 B2B 소프트웨어 기업 아이퀘스트 개인 청약에서 나왔다.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 조견표에 따르면 5만5000원으로 10주를 청약한 계좌와 1265만원으로 2300주를 청약한 계좌는 똑같이 ‘균등배분’ 물량인 3주만을 배정받았다. 아이퀘스트 공모가가 1만1000원으로 책정됐으니 3주에 해당하는 금액은 3만3000원이다. 따라서 5만5000원=1265만원=3만3000원. 이 등식이 설명된다.

2300주를 청약한 49좌는 1000만원 이상 자금을 동원해 청약에 뛰어들었지만 비례배분 물량은 단 1주도 받을 수 없었다. 일차적으로는 2853 대 1이라는 높은 개인 청약 경쟁률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적은 개인 배정 물량도 영향을 끼쳤다. 아이퀘스트는 공모주식으로 총 200만주를 발행했는데 일반 청약을 진행하는 개인 물량은 40만주(20%)로 책정했다. 서울IR에 따르면 개인 대상 공모주 청약에만 11억4133만4380주가 접수됐고 증거금은 약 6조2774억원 몰렸다.

10주를 5만5000원에 청약한 2만6737좌는 소액으로 쏠쏠했겠지만, 1265만원을 투입한 49좌는 이를 두고 ‘역차별’이라 느낄 만하다. 열심히 모은 1259만5000원이라는 금액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도 회의감을 느낄 테다.

사실 대놓고 불평하지 못해도 더 속이 쓰린 건 ‘공모주 큰손’들이다. 아이퀘스트는 우대 적용은 없었고 청약 가능 최대한도는 4만주였는데, 이에 맞춰 1만7334좌에 이르는 큰손들이 각 2억2000만원을 베팅해 공모주 청약에 나섰다. 이들은 균등배분 3주와 함께 비례배분 5주를 받아 총 8주의 공모주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금액으로 치면 10주 청약자보다 딱 5만5000원어치 더 받았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기존 100% 비례 방식을 적용하면 최소 15주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SK바이오팜 발 공모주 열풍이 올해 개인 청약 제도를 이렇게 기형적으로 바꿔 놓았다. SK바이오팜의 ‘따상상상’을 목격한 투자자들은 이후 대형 IPO 공모주를 잡으려 혈안이 됐다.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 공모 청약 경쟁률은 수천 대 1로 치솟았고 증거금은 60조에 육박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그러나 열기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배정 물량에 곧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금융위원회는 ‘균등배분 50%’를 골자로 부랴부랴 공모주 청약 제도를 고쳤다.

경쟁률 높은 공모주를 소액으로도 가질 수 있게 된 건 주식시장 저변 확대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문제는 균등배분 물량으로 빠진 주식 수만큼 비례배분 방식을 적용했을 때 주식을 더 받을 수 있는 투자자들이 역차별 피해를 당한다는 제도의 맹점이다. 아이퀘스트뿐 아니라 균등배분이 적용된 다른 공모주에 투자한 큰손 사정도 다르지 않다. 큰손 걱정하는 게 아니다. 실망한 큰손들이 떠나면 자칫 공모주 열기마저 꺾일까 우려하는 것이다.

공모주는 그 특성상 한 명의 투자자가 상장하는 여러 기업에 계속해서 투자하게 돼 있다. 올해만 8개 기업이 금융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인 물량에 균등배분 방식이 적용된 IPO를 진행해 상장을 마쳤다. 벌써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균등배분 형평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쯤 되면 공모주 시장에 염증 느낀 투자자들이 다른 재테크 수단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금융위는 전체 공모주식 물량에서 개인 20%, 기관 80% 비율은 고정해두고 개인 물량에 균등배분 50% 배정만 도입해 개인 투자자끼리 다투게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우리 증시는 올해 IPO 큰 장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는 지금이야말로 지난해 서두른 공모주 청약 개편이 포용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역차별 피해를 당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해할만한 추가적인 해결 방안을 자본시장 틀 안에서 찾아야 한다.

뉴스웨이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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