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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는 달리고 싶다’···그들은 왜 49층 고집하나?

[현장에서]‘은마는 달리고 싶다’···그들은 왜 49층 고집하나?

등록 2017.02.07 15:44

이선율

  기자

은마아파트, 평균 시세 11억원 호가교통편리·강남 접근성으로 인기지만노후화된 시설로 주민들 불편 증가49층 재건축 추진 두고 서울시와 갈등

서울시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아파트는 28개 동,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이곳은 지난 1979년 준공이후 2003년 12월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재건축을 추진해왔지만 주민 갈등과 정부 규제 등이 맞물려 관련 사업이 보류된 상태다. 사진=이선율 기자서울시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아파트는 28개 동,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이곳은 지난 1979년 준공이후 2003년 12월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재건축을 추진해왔지만 주민 갈등과 정부 규제 등이 맞물려 관련 사업이 보류된 상태다. 사진=이선율 기자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강남불패라는 공식이 통하는 곳이다. 은마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단지 내에서 가장 큰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124개동 총 5040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아파트로 평균 시세는 11억을 호가한다. 그런데 이곳은 준공한 지 38년이 지나도록 재개발의 진척이 없이 노후한 모습을 띄고 있다.

최근 잠실주공 5단지의 최고 50층 계획이 보류되면서 최고 49층 재건축을 추진해오던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울상이다. 서울시가 ‘도시계획 2030플랜’ 원칙에 입각해 주거지역의 최고층수를 35층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건축의 꿈이 무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9월 입주한 최고 14층, 총 28개동 4424세대 규모의 대단지다. 7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세는 113㎡(공급면적 기준)형은 최근 12억5000~12억8000만원, 101㎡형은 11억5000~11억1000만원에 형성돼있다.

1988년만 하더라도 은마아파트 101㎡(31평형)의 매매가는 약 6500만원에 불과했다. 30여년이 훌쩍 넘은 지금은 그보다 15배가 오른 10억원을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약간의 가격 변동폭은 있다. 이곳이 10억원대를 돌파한 시점은 지난 2010년 4월 이후로 당시 대치동과 개포동 일대의 재건축 사업 추진설이 돌면서 시세도 상승기류를 탔다. 이후 2012년 8억원대로 꺾이다 다시 2015년 이래 10억원대로 다시 재진입했다.

10억원대를 유지할 만큼 이곳 시세가 높은 이유는 입지적으로 강남접근성을 갖춘 데다 주변 생활환경도 쾌적하다는 점이 크다.

우선 교통편이 편리하다. 은마아파트는 인근에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학여울역이 있으며 역에서 내리면 도보로 5분거리 내외다. 대치역 3‧4번 출구로 나오면 단지까지 2분정도 소요되며 3호선 학여울역으로 내리면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차량 이용시 영동대로가 근처에 있어 올림픽대로와 영동대교를 이용해 강북과 서울 여러 지역으로 이동이 수월하고 경부고속도로 진입도 용이하다.

교육환경으로 서울대곡초, 서울대현초, 대명중, 진선여중, 휘문중‧고, 단대부고, 숙명여고 등 명문학군으로 불리는 학교가 인접해있다. 주변에 은마도서관을 비롯해 유명 학원가도 많아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은마아파트 상가 내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주변 레미안, 쌍용, 미도 아파트보다는 은마아파트가 2~3억 정도 저렴한 편이다. 주변 아파트와 비교해 은마가 입지조건이 좋고, 가격도 저렴해 인기가 좋다. 재건축되면 가격이 더 많이 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세는 113㎡(공급면적 기준)형은 최근 12억5000~12억8000만원, 101㎡형은 11억5000~11억1000만원에 형성돼있다.현재 시세는 113㎡(공급면적 기준)형은 최근 12억5000~12억8000만원, 101㎡형은 11억5000~11억1000만원에 형성돼있다.

하지만 좋은 입지조건과 달리 불편한 점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아파트 연식이 오래되면서 생기는 문제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입주민 김씨는 “이곳에 산지 20년이 넘었는데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생기는 불편함이 가장 크다”며 “아파트 배관이 녹물이 나오고 누수까지 진행돼 손댈 수 없는 지경이다. 겉에 보이는 문제는 고칠 수 있지만 배관 내부는 못 고친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파트 노후 문제로 생기는 비용이더라도 개인이 다 부담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자 박씨는 “입주자 80%가 재건축을 희망한다”며 “35층으로 지어도 상관없지만 문제는 35층으로 지어버리면 개인 추가 부담금이 너무 많이 들어 감당하기가 힘들다. 층수 제한없이 하루빨리 재건축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서울시에 “최고층수 49층 재건축을 허용해달라”며 최근 전문가 100명의 의견서를 모으고 있다. 재건축 추진위는 지난해 9월 국제설계 현상공모를 통해 최고 50층 높이의 재건축 설계안을 확정, 설계공모를 통해 희림종합건축사무소를 재건축 담당설계사로 최종 선정했다.

은마아파트는 인근에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학여울역이 있으며 역에서 내리면 도보로 5분거리 내외다. 대치역 3‧4번 출구로 나오면 단지까지 2분정도 소요되며 3호선 학여울역으로 내리면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있다.은마아파트는 인근에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학여울역이 있으며 역에서 내리면 도보로 5분거리 내외다. 대치역 3‧4번 출구로 나오면 단지까지 2분정도 소요되며 3호선 학여울역으로 내리면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은마아파트 주민에게만 일방적인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2030 서울플랜’과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 등에 따라 주거지역에 짓는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 플랜은 기성시가지 내 초고층 건물의 난립을 방지하고 도시경관 및 도시공간 구조를 고려한 계획적인 높이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심지 위계별 최고층수를 차등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51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은 업무·상업·주거·문화·여가시설 등 다양한 용도가 복합된 건물로서 도심과 광역중심 내 상업 및 준주거지역으로 입지를 한정했다.

서울시는 특정 아파트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의 비율)을 올려주면 주변 거주민들의 제한 없는 초고층 개발이 난립하면 주위 풍경과의 부조화, 도시 경관의 사유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아파트값은 지역, 입지조건, 브랜드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문제로 35층 이상을 지어서 추가 부담금이 더 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높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고층에 대한 프리미엄을 누리지만 이분들을 위해 도시경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깰 순 없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고층을 많이 허용해주고 남는 수평 토지는 녹지와 공공용지, 도로, 여러 편의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주택에 한해 층수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주상복합아파트는 보통 35층 이상이 많다”며 “도시의 토지가 부족한 경우 고층을 많이 허용하고 남는 수평토지는 공원, 도로, 기타 편의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이다. 용적률을 높여서 고층으로 올려주고 남는 토지를 활용하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개발이 되면 오히려 인근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재건축 여파가 번져 주변 상권이 같이 개선돼 주거환경이 쾌적해지고 시세가 올라가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35층 규제가 과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49층, 50층 이상으로 아파트 건설을 허용해버리면 인근 저층 주거지에 대한 일조권 침해와 일정부분 자산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송인호 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고도제한과 층수제한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다만 그 규제가 적정한가 과도하냐의 문제를 따져야하는데 추진위에서 요구하는 50층 규모는 과한 제안”라며 “주택과 땅은 일정부분이 공공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이익이 집중되는 부분은 분산시켜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산의 양극화를 초래해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주변 상권이 좋아진다는 것은 비즈니스 측면에만 해당되는 사안으로 다음 세대까지 고려한 사회적 편의를 생각하면 50층 규모 재건축으로 인한 혜택이 골고루 가지 않는다”라며 “주변의 공공재성격을 배제한 조치이자 지역 거주민을 배려한 조치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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