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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진에어 면허취소?’ 국토부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마라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에디터의 눈]‘진에어 면허취소?’ 국토부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마라

등록 2018.07.11 16:58

수정 2018.07.11 17:40

황의신

  기자

과거 항공법 다 뒤져도 ‘외국인 임원=불법’ 공식 없어항공면허 주체도 ‘개인 조현민’이 아닌 ‘법인 진에어’대다수 언론, 국토부 침묵 속 ‘조현민 불법 임원’ 단정국토부, 계속 침묵하면 ‘스스로 무능함’ 인정하는 꼴

‘진에어 면허취소?’ 국토부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마라 기사의 사진

결론부터 말하면 이 기사는 ‘가짜뉴스’에 해당한다. <동아>의 기사에 첨부된 표 중에 가장 많이 언급된 문구가 “임원 중 외국인이 있는 경우 그 면허 또는 등록을 취소하여야 한다” 인데 법 어디에도 없는 문구이다. <동아>뿐 아니라 ‘외국인이 항공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고 단정지어 보도하고 있는 다른 모든 매체의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동아>의 기사에서 언급한 법안 들 중 중요 계기가 되는 개정 항공관련법 조항을 직접 찾아 봤다. 먼저 ‘1991년 12월 개정 항공법’의 항공기 등록 제한(6조) 및 면허의 결격사유(제114조)는 아래와 같다.

‘진에어 면허취소?’ 국토부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마라 기사의 사진

<동아>가 주장한 것처럼 결격사유에 ‘외국인 임원’ 얘기가 처음 나오는 것은 이 개정 항공법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이전 개정이 1987년인데 이 법 제96조(면허의 취소등) 조항에는 ‘외국인’ ‘임원’이라는 문구가 없다. 그런데 1991년 개정 법 조항 어디에도 <동아>가 말한 ‘외국인 임원 금지’는 없다.

<동아>를 비롯한 대부분 메이저 언론(심지어 JTBC까지)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2012년 개정 항공법과 2017년 발효된 ‘항공사업법’ 및 ‘항공안전법’ 어디에도 “외국인은 (국정항공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는 문구를 찾을 수 없다.

다음 이미지들은 진에어 면허취소 근거라며 메이저 언론이 제시하고 있는 항공법의 해당 조항 원문이다. 원문 중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뺀 것도 있으니 참고하며 더 이해가 쉽겠다. 아래는 2012년 개정 항공법이다.

‘진에어 면허취소?’ 국토부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마라 기사의 사진

확인했다시피 이 조항들 어디에도 외국인의 임원을 금지하는 문구는 없다. 다음도 확인해 보자.

‘진에어 면허취소?’ 국토부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마라 기사의 사진

2017년 발효된 항공사업법 및 항공안전법 어디에서도 ‘외국인은 임원이 될 수 없다’ 혹은 ‘임원 중 외국인이 있는 경우 그 면허 또는 등록을 취소하여야 한다’는 법조문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1991년 개정 항공법 제114조(면허의 결격사유등), 2012년 개정 항공법 제9조(국내항공운송사업과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의 결격사유 등) 및 제114조(면허의 결격사유 등), 2017년 발효된 항공법 제28조(항공운송사업 면허의 취소 등)에서 준용하고 있는 근거가 되는 법조문이다.

1991년 및 2012년 결격사유(면허취소 근거)가 되는 건 각 법의 제6조(항공기 등록의 제한)이다. 또 2017년 발효된 항공사업법 9조 및 28조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 사유의 근거가 되는 조항은 항공안전법 제10조(항공기 등록의 제한)이다. 적어도 1991년 이후 한 번도 글자 수가 줄어들거나 늘어난 것 외에는 한 번도 의미가 바뀐 적이 없다. 이 조항을 다시 확인하면 다음과 같다.

‘진에어 면허취소?’ 국토부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마라 기사의 사진

여기서 1항의 1호와 5호 조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호는 각각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자’(1991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2012년, 2017년)이다. 5호는 각각 ‘제1호 내지 제3호에 해당하는 자가 그 대표자이거나 임원의 2분의 1이상인 법인’(1991년), ‘외국인이 법인등기부상의 대표자이거나 외국인이 법인등기부상의 임원 수의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2012년), ‘외국인이 법인 등기사항증명서상의 대표자이거나 외국인이 법인 등기사항증명서상의 임원 수의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2017년)으로 되어 있다.

이 조항이 중요한 것이 ‘조현민 전 전무가 외국인이고 등기임원이다’를 전제로 할 때 ‘진에어는 면허 취소를 당해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동아>가 “임원 중 외국인이 있는 경우 그 면허 또는 등록을 취소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은 아마도 1호와 5호를 같은 의미로 받아들였거나 1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대다수 메이저 언론들이 ‘외국인은 임원이 될 수 없다’라고 단정한 것은 1호를 ‘문자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 중 어떤 것도 팩트와는 거리가 멀다. 일단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은 주체는 조 전 전무가 아니라 법인인 진에어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1호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은 항공기를 등록할 수 없다)’를 진에어가 위반한 것이아니어서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면허를 받은 주체가 ‘진에어’이니 이제 남은 건 5호 ‘외국인이 법인 등기사항증명서상의 대표자이거나 외국인이 법인 등기사항증명서상의 임원 수의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에 진에어가 해당하느냐 여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에어 등기임원 현황은 2010년~2014년까지 외국인 1명, 내국인 4명, 2015년 외국인 1명, 내국인 5명, 2016년 외국인 0명, 내국인 5명이다. 여기서 외국인은 모두 조현민(미국명 조 에밀리 리) 전 전무를 가르킨다. 심지어 진에어가 항공면허를 취득하던 2009년에 조 전 전무는 진에어 등기임원도 아니었다.

이에 더해 진에어는 한 번도 외국인이 등기임원의 2분의 1 이상을 넘은 적이 없을 뿐 더러, 면허 취득 당시엔 대한항공이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였다.

<동아>가 지적한 것처럼 항공안전법(그 이전 법에도 마찬가지)에는 외국인이 대표자이거나 임원의 2분의 1 이상인 법인, 더 나아가 외국 정부나 공공단체, 외국 법인 또는 단체가 지분을 2분의 1 이상인 법인은 국내에서 항공운송사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단순히 외국인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것을 우려해서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외국인 혹은 외국 기업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 또는 하늘 길 안보를 맞길 수 없다는 이유가 크다.

‘진에어 면허취소?’ 국토부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마라 기사의 사진

진에어 및 조 전 전무와 관련된 현재의 논란이 왜 ‘대국민 기만’에 해당하는 지는 다음의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국내법인인 진에어가 항공운송사업 승인을 받고 항공기를 등록한 경우로 외국인인 조 전 전무가 운송사업권을 받거나 항공기를 등록한 경우가 아니’며 ‘진에어는 외국인 지분이 49% 미만이고 (당시)임원의 2분의 1 이상이 외국인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대다수 유력 언론과 국토부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불법 등기임원 조현민’과 이에 따른 ‘진에어의 면허취소’는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조 전 전무 혹은 조양호 회장 및 부인, 조원태, 조현아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질’은 진에어 면허취소 근거가 될 수 있을까. 다수의 희망(?)처럼 되지는 않을 듯 싶다. 항공법 상으로는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항공사업법(그 이전 법에도 마찬가지)에서는 대표나 임원의 법 위반에 다른 면허취소 사유를 항공관련법(항공안전법, 공항시설법, 항공보안법, 항공·철도 사고조사에 관한 법률등)을 위반한 경우로 지극히 제한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왜 언론은 ‘조현민이 불법 등기임원이고, 이는 진에어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된다’고 단정 짓을 짓는 것인가. 언론 스스로 회피하려는 경향도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국토부가 제공하고 있다.

국토부는 처음 언론이 ‘조현민 불법 등기임원’ 문제를 지적했을 때부터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위반인지 아닌지) 법을 검토해서 필요할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초기 국토부의 답변이었다. 언론이 ‘뭔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게 만든 셈인데, 이후 장관을 비롯해 국토부 고위관계자발 멘트는 정말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불법을 저질렀구나 하고 거의 믿게 만들었다.

심지어 국토부는 6월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어느 법무법인에 자문을 받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뭔지도 안 밝힌 채 전국민에게 ‘진에어가 진짜로 불법으로 사업허가를 받았고 이에 따라 면허취소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기까지 했다. 아래는 국토부가 6월 29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 일부이다.

‘진에어 면허취소?’ 국토부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마라 기사의 사진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질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잠재울 수단이 진에어 면허취소 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인가, 아니면 단순한 이슈몰이? 이도 저도 아니면 정말 항공법 상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믿기 때문인가.’

‘법도 모르고 행정을 한다’는 비난을 스스로 자초하면서까지 이렇게 하는 이유를 도대체 알 길이 없다. 정말 국토부 내에는 항공법을 제대로 해석할 인재가 없는 건가, 아니면 ‘팩트’를 말할 자신이 없는 건가. 국토부는 더 이상 국민을 상대로 기만극을 벌이지 말고 ‘팩트’를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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