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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리더십은=희생 리더십

[김성회 온고지신 리더십]위기 리더십은=희생 리더십

등록 2019.04.30 09:35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자, 퀴즈를 내보자. 새로 경영자를 뽑아야 한다. 최종 인선에 올라온 인물 중 누구를 뽑겠는가. 첫째는 10년간 흑자경영을 한 인물, 둘째는 대기업에서 CEO를 한 인물, 셋째는 각 업종을 두루 한 사람, 넷째는 턴어라운드로 적자에서 흑자경영을 이뤄낸 인물이 최종선에 올라왔다. 이중 어떤 인물을 뽑는 것이 가장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을까?

각각 장점은 있지만 가장 경영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은 4번, 턴어라운드를 이뤄낸 인물이다. 다른 모든 것에는 운, 정부정책, 업종 특성, 지역관련성 등 외부변수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턴어라운드, 위기 반전에는 리더십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역사를 통해 리더십을 살펴보면 좋은 점은 이미 검증된 사실을 객관적으로 360도 다면적으로 살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평범한 리더와 유능한 리더의 차이점은 리더의 우수한 능력이나 풍부한 자원, 넓은 영토의 환경차이가 아니다.

구성원으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싶게끔 하는 능력, 즉 리더십을 가졌다는 점이다. 모든 자원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 치열한 전장에서도 목숨 바쳐 싸우고 싶게끔 하는 것이야말로 궁극의 리더십이다. 전쟁은 리더십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다. 영웅들이 복수혈전, 내지는 승전을 위해 제일 먼저 준비하는 것은 엄청난 전략보다 백성들의 마음 얻기다.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엄청난 이벤트나 말의 성찬이 아니다. 이들과 함께 나눔, 격차(devide)보다 공유(share)를 강조하며 함께 나눠야 그 온도가 전달될 수 있다. 진정한 공감은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란 말을 되뇌는 것만으론 안된다. 그들과 함께 구르고 먹고 자며 섞여야 그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다. 이것을 집권이후에도 유지하느냐, 아니냐는 논외지만...적어도 야망이 있는 이라면 백성들과 함께 뒹구르는 것은 필수였다.

오왕 부차에게 복수혈전을 결심한 월왕 구천 역시 그랬다. 그는 포로생활을 하며 부차의 대변을 맛봐 건강을 염려하는 시늉까지 하는 충성 연기를 하며 굴종했다. 가까스로 풀려나 조국으로 돌아온 그가 재기를 꿈꾸며 한 것은 백성과 함께 수고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스스로 밭을 갈고 부인은 길쌈을 하며 음식으로는 고기를 먹지 않았으며, 의복은 이중으로 된 옷을 입지 않았다.
오나라의 명장 오자서가 구천이 위험한 인물이란 것을 자신의 왕인 부차에게 경고하며 한 말 은 “부차가 엄청나게 뛰어난 인물”이란 것이 아니었다. “신(臣)이 듣건대 구천은 음식을 두 가지 이상 맛있는 것을 먹지 않으며, 백성과 더불어 고락을 같이 한다고 합니다”란 것이었다.

리더의 진정한 힘은 교만한 군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과 함께 고락을 나누고자 책임을 보여주는 데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원이 희소한 상황에서 리더가 이것을 어떻게 배분하느냐, 특히 자신의 권리(물자, 기회)를 얼마나 희생하느냐가 더 확실한 지표다. 화려한 수사, 눈물이 단순한 리액션이라면 이같은 행동은 진정성으로 마음에 침투해 동기를 일으킨다.

월왕 구천이 와신상담하며 오왕 부차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군사를 훈련할 때 이야기다. 자원이 여러 가지로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백성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맛있는 음식이 있더라도 부족하면 먹지 않았다. 또 술이 생기면 강물에 풀어 백성과 함께 했다.

술 한 병을 장수 혼자 먹지 않고 차라리 강물에 희석(?)시켜 병사들과 상하 함께 나눠 먹음은 용병술에 능한 장수의 단골레퍼터리다. 단료투천(簞醪投川)이란 고사성어가 이에 해당한다. 군대가 오래 진군하느라 목이 말랐다. 그때 어떤 사람이 큰 광주리에 술을 담아 보냈다. 장수는 그 술을 혼자서 먹지 않고 술을 강물에 던져 부하와 함께 흐르는 물을 마셨다. 물론 흐르는 강물에 술 한 병 부어봤자 무슨 술맛이 나겠는가. 하지만 그걸 본 병사들은 어떻겠는가, 자신의 특권을 포기하고 함께 하겠다는 것을 보며 병사들이 기운 백배했음은 물론이다.

서양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전한다.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과 투구의 물 이야기다. 그가 군대를 이끌고 태양이 작열하는 가운데 아시아의 메마른 사막지대를 건너고 있었다. 얼마나 갈증이 났겠는가. 그 때 한 병사가 투구에 물을 떠서 알렉산더에게 바쳤다. 알렉산더는 간단히 감사를 표하고는 그 투구의 물을 땅에 쏟아버렸다. 모두 같이 목마른데 ‘누구는 도라지고, 누구는 인삼으로’ 상하를 구별해 자신만 혼자서 물을 마실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 공감의 표현이었다. 다 쓰러져가듯 발을 질질 끌고 가는 병사들이 이같이 “나는 너희와 함께 하겠다”는 알렉산더의 결연한 의지를 보며 다시금 기운을 냈음은 물론이다.

구천과 알렉산더 대왕이 갈증을 ‘권한 나누기’ ‘기회 포기하기’로 공감을 표현했다면 창의적으로 푸는 경우도 있었다. <삼국지>의 조조가 그렇다. 그는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파블로프의 침’ 인체 반사효과를 활용했다.

위(魏)나라의 조조(曹操) 군대가 행군을 할 때의 일이다. 역시 때는 한여름이어서 무더운 날씨에 병사들은 기진맥진 지쳐있었다. 갈증으로 목이 타들어 가는데 마실 물은 떨어진 지 오래였다. 배고픈 것보다 더 참기 힘든 게 갈증 아니던가. 물은 떨어지고, 샘은 보이지 않고, 병사들은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때 조조는 기상천외의 창조적 계책을 발휘한다.

“모두들 힘을 내라. 조금만 더 참아라. 여기서 가까운 곳에 매화나무 숲이 있다. 거기엔 가지가 휘도록 매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고 한다. 거기 가서 우리 모두 갈증을 풀어보자.”

매실이란 맛을 들으며 신맛을 연상했고 병사들은 침이 나왔다. 그것으로 우선 심한 갈증은 면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비전을 제시, 고통의 마취효과를 노렸다고 할 수 있다. 고사성어 망매해갈(望梅解渴)이 여기서 비롯됐다.

저성장시대, 제로성장 시대를 넘어 이젠 마이너스 성장, 수축사회란 표현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경제상황이 안 좋다. 위의 갈증 난 병사들처럼 조직의 구성원들은 지치고 목말라하며 무기력 상태다. 고성장시대에야 당근도 많고, 채찍도 먹힌다. 하지만 저성장시대에는 줄 당근도 없고, 채찍은 더욱이 먹히지 않는다. 이럴 때 리더가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더욱 더 필요한 것은 공감이다.

이때 자칫 잘못 판단해 “예전에는 괜찮았는데···”하며 과거 경험에 의지했다가는 큰 코 닥치기 쉽다. 전장의 시체를 보면 앞보다 뒤에서 맞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즉 위기의 시대엔 조직원의 이반이 큰 이슈가 될 수 있다. 파이가 크고, 또 당장 참더라도 앞으로 커질 우려가 있을 때는 좀 불공정하더라도 대충 참고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파이가 작아지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면 더 작아지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 조직은 날카로워진다. 사기충천은커녕 살기등등해지기 쉽다. 이런 때 리더의 불공정한 행동은 불평에 기름붓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저성장시대, 공감의 리더십, 공유의 리더십은 구성원을 위해서뿐 아니라 리더, 조직을 위해서 필수다. 특권을 내려놓던가, 함께 나누던가, 아니면 창의적 대책으로 대체 만족이라도 주던가.

오너 경영자들의 과도한 배당보수나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퇴직금, CEO들의 도에 넘치는 고액 보수는 저성장에 들어선 지금은 강력한 반발 내지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 리더의 공감은 감수성이나, 수사학이 아닌 희생을 감수하는 과단성 있는 행동이다. 자신의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함께 나누겠다는 희생 의지 표명이다. 위기의 시대, 콩알 하나도, 물 한잔도 함께 나누는 공유 리더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아프리카 속담 말처럼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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