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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가구 1등 만든 ‘샐러리맨 신화’ 최양하 회장

[He is]한샘 가구 1등 만든 ‘샐러리맨 신화’ 최양하 회장

등록 2019.10.31 07:44

정혜인

  기자

1979년 입사 후 1994년부터 25년간 CEO 역임평소 “위기가 기회” 지론···힘들 때마다 신사업 도전사업영역 부엌→가구→유통→리모델링패키지 확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최양하 한샘 대표이사 회장은 한샘을 부엌회사에서 1위 가구회사로 만든 장본인이자, 평사원에서 전문경영인(CEO)이 된 후 25년간 회사를 이끈 ‘샐러리맨의 신화’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1949년생으로 1968년 보성고등학교, 1973년 서울대 공과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후 대우중공업을 거쳐 1979년 한샘에 입사했다. 1983년 공장장을 거친 후 1989년 상무를 달고 10년만에 임원이 됐다. 1994년 전무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를 맡게 됐고, 1997년 사장, 2004년 부회장에 이어 2010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올해로 한샘 입사 40년을 맞았으며, CEO로서는 25년간 일했다.

최 회장은 주방가구를 대중화 시킨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이 한샘에 입사한 1979년만 해도 우리 가정의 상당수가 부뚜막에서 밥을 짓던 시절이었다. 이즈음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이 붐을 이루며 현대식 부엌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고, 입사 이후 최회장은 규격화된 부엌 설계를 토대로 한 ‘주방 가구’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후 IMF금융위기가 닥치자, 사업을 부엌에서 거실, 욕실 가구로 확장해나갔다.

이어 최 회장은 ‘가구’가 아닌 ‘공간’을 판다는 전략을 구상했다. 당시 각 가구를 개별적으로 팔던 다른 업체들과 달리 한샘은 소파와 장, 테이블을 모두 합친 거실상품을 선보였고, 매장은 침실과 거실을 통째로 꾸며 놓으며 공간 전체를 세트로 판매했다.

이어 2000년에는 본격적으로 주택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포드가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듯 집도 전체를 한꺼번에 리모델링한다는 개념을 적용한 것이 적중했다. 한샘은 상담에서 설계, 시공, 애프터서비스까지의 전 과정을 일원화했고, 부엌과 욕실, 창호, 마루, 도어 등을 한 데 묶어 규격화된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냈다. 이 아이디어는 한샘만의 독자적 사업모델인 리하우스 사업으로 발전, 현재 한샘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도리어 온라인, IK유통, 플래그숍 등을 늘리며 유통채널을 다각화했다. 2008년에는 세계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6%나 급증했다.

이처럼 ‘가장 힘들 때가 큰 기회’라는 것이 평소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고 어려움을 겪었던 IMF외환위기나 세계금융위기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 회사는 성장을 지속했던 내부적 저력이 있는 회사였다”며 “힘들고, 어렵고, 잘 안 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고민하게 하고, 해결책을 강구하게 해서 우리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기회이고,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통하여 우리는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 회장이 이끄는 한샘은 새로운 사업 분야에 뛰어들 때마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최 회장 입사 이후 7년만인 1986년 한샘은 부엌가구 업계 1위가 됐고, 가구 인테리어 사업은 1997년 사업 개시 후 3년만인 2000년 1위에 올랐다. 최 회장은 한샘을 부엌 1위에서 가구업계 1위, 인테리어 리모델링 1위로 계속 변화시키면서 회사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해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이 시대를 앞선 선구적인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PC의 개념이 생소하던 1989년, 최회장은 건축과 중장비 설계 등 일부 분야에서만 사용하던 캐드(CAD) 프로그램을 부엌가구 설계에 도입했다. 1999년에는 본사와 공장, 수백개의 유통 채널과 수천여명의 시공요원을 전산으로 통합 관리하는 ERP시스템(전사적 자원관리) 도입, 업계에서 불가능하다고 봤던 ‘3일 납기, 1일 시공’을 현실화 했다. 시공 좌석제 도입과 공급망 관리(SCM) 시스템, AS 통합 시스템 개발 등도 최 회장이 도입한 것들이다.

최 회장은 평소 소탈한 성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원들과의 거리낌 없는 소통을 즐겨, 공장장 시절에는 직접 야학을 열어 직원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일화도 유명하다. 평소 ‘한샘은 가구를 파는 기업이 아니고 설계부터 시공까지 사람이 하는 서비스업’이라는 지론 속에 직원에 대한 투자도 지속했다.

이 같은 지론 하에 최 회장은 은퇴 후 후진 양성을 위한 교육 사업에 매진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한샘은 사실 성공 사례보다는 실패 사례가 많은 회사”라며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한 번쯤 정리해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내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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