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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동빈 두 아들 경영권 분쟁에 쓸쓸한 말년

[신격호 별세]신동주·동빈 두 아들 경영권 분쟁에 쓸쓸한 말년

등록 2020.01.19 18:38

수정 2020.01.20 10:15

정혜인

  기자

2014년 말 승계구도 두고 다툼신격호, 강제로 경영일선서 퇴진경영비리·뇌물 등 검찰 수사까지결국 두 아들 화해 못 보고 영면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굴지의 기업을 일궈낸 국내 창업 1세대 경영인이나, 말년에는 두 아들 사이에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져 본인도 재판에 넘겨지는 등 쓸쓸한 시기를 보냈다.

신 명예회장은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의 사이에서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이중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것은 2014년이다.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가 2014년 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 전 부회장을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 등 3개 임원직에서 해임했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을 해임한 것에 신격호 명예회장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장남 신 전 부회장 대신 차남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 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듬해인 2015년 6월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인 ‘L투자회사’ 12곳 모두에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다음달인 7월에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도 올라 경영권 승계가 일단락 되는 듯했다. 그러나 같은달 27일 신 명예회장이 일본으로 가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부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하려고 시도했고, 다음날인 28일 신 회장이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명예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전격 해임하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타의로 롯데그룹 경영일선에서 강제퇴진하게 된 것이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이 한 방송에서 자신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다는 신 명예회장의 임명장과 육성을 공개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아버지 신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고자 한 것은 동생 신동빈 회장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주장이었다.

다음달에는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단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선언을 했고,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도 신동빈 회장이 제안한 안건들을 통과시키며 지지를 확인했다. 신동빈 회장 체제가 굳건해지는듯 보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다시 반격에 나섰다. 아버지로부터 법적 권한을 위임 받았다며,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이어 11월에는 자신이 아버지를 모시겠다고 롯데그룹에 통보, 당시 소공동 롯데호텔에 있던 신 명예회장의 집무실을 점거했다.

두 아들 사이의 신경전 수위가 올라가면서 신격호 명예회장의 건강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됐다. 1922년생으로 100세에 가까운 나이인 만큼 ‘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2015년 12월에는 신 명예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가 서울가정법원에 신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을 신청했고, 이후 신 명예회장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법원은 오랜 심리 끝에 그에 대해 한정후견인을 지정했고,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부터 자신의 오랜 집무실 겸 거처였던 소공동 롯데호텔을 떠나 롯데월드타워 49층에서 지냈다.

신 회장의 고초는 끝나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드러나며 논란이 됐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수사의 시발점이 된 ‘면세점 비리’가 터지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6년 검찰이 본격적으로 롯데 오너가의 경영권 비리 문제를 파헤치기 시작하자 신영자 전 이사장의 면세점 입점 로비, 신격호 명예회장 등의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신동빈 회장이 면세점 사업을 위해 박근혜 정부에 뇌물을 줬다는 혐의까지 나오며 롯데그룹은 격랑에 휩싸였다. 고령인 신 명예회장은 물론 자녀들까지 줄줄이 법정에 출두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 10월 경영 비리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건강 상태를 고려해 구속은 피했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돼 구치소 생활을 하기까지 했다.

업계에서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고령의 나이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때까지 후계구도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것이 경영권 분쟁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직까지도 화해를 이루지 못하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결국 신격호 명예회장은 두 아들의 화해를 보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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