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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아시아나 노딜’ 박삼구에 책임 물리려는 뻔뻔함

[이세정의 항공쑥덕]정몽규, ‘아시아나 노딜’ 박삼구에 책임 물리려는 뻔뻔함

등록 2020.09.17 07:47

이세정

  기자

자금난 불구 무리한 예비엔진 도입 논란 HDC현산 뒷조사 소문에 리베이트 의혹 제기 업계선 “설득력 없다”···SPA 이후 고작 3대 증가국토부·제작사 권고, 단기리스로 비용부담 적어시기상 계약금 반환소송 증거로 삼는다는 의심도

항공업계가 어느 때보다 시끄럽다. 업황부진과 구조조정, 인수합병(M&A), 경영권 다툼 등 온갖 이슈가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이를 둘러싼 풍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잡담’(雜談)으로 보기엔 무겁고 ‘정설’(定說)로 여기기엔 가벼운, 물밑에서 벌어지는 ‘쑥덕공론’을 시작해 본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HDC현대산업개발로 인수가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을 향해 뜬금없는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와중에 예비엔진을 대량 도입한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주장입니다.

예비엔진과 리베이트를 연관짓는 모습에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일부는 HDC현산이 추진하는 계약금 2500억원 반환 소송에서 아시아나항공 귀책 증거로 쓰려는 여론전이라며 눈을 흘기기도 합니다.

이번 논란은 아시아나항공이 핵심 부품인 엔진의 예비물량을 무리하게 늘렸다는 지적에서 시작됐습니다. 현금곳간은 텅 비었는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로 예비엔진을 리스한 이면에는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심각’ 단계입니다.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2366.1%, 자본잠식률은 68.7%입니다. 한국신용평가는 ‘BBB-’인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과 자본자식률은 각각 1795.1%, 43.2%였고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61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2018년보다 부채비율은 1000% 가까이 늘었고, 현금자산은 905억원 축소된 수치입니다. 예비엔진 대거 도입이 재무부담 악화를 가중시킨 원흉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HDC현산이 예비엔진 도입과 관련해 뒤를 캐고 다녔다는 소문이 더해졌고, 리베이트 의혹으로 확산됐습니다. 항공기 제작사로부터 향후 막대한 현금을 돌려받기로 약속 받았고,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가 개인 주머니를 불리려 한다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 시점에서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진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된 지난해 4월로 시간을 돌려보겠습니다. 항공기 타이어 손상과 긴급 회항 등 잇딴 사고에 업계가 꽤 시끄러웠죠. 이에 국토교통부는 항공안전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전 항공사를 대상으로 긴급 특별안전점검을 벌였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곧바로 안전운항 강화를 위해 20년 이상된 경년항공기를 대폭 줄이고, 예비엔진을 연내 총 44대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국토부와 항공기 제작사가 예비엔진 보유량을 늘리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노후 기재 비중이 23%로 높아 잦은 수리가 불가피했습니다. 다른 항공사보다 더 많은 예비엔진을 쌓아둬야 했죠. 에어버스의 경우 항공기 대수에 비례해 예비엔진을 최대 15%로 유지해야 한다는 내부 지침이 있습니다.

인수 후보자들에 잘 보이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었어요. 항공업 기본인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란 판단이 선 것이죠.

그렇다면 진짜로 예비엔진 대수가 말도 안되게 늘었을까요? 작년 상반기 기준 34대이던 예비엔진은 현재 37대입니다. 기종별 보유대수 대비 예비엔진 비율은 13.7%로, 제작사가 정한 15%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2018년 말 20여대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상당히 큽니다. 신기재 대비 예비엔진 도입이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HDC현산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 전후로 고작 3대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비용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주력기 에어버스 321네오의 엔진 1대만 구매했을 뿐, 대부분은 3~6개월 단기 임차 방식으로 빌리고 있습니다. 대당 300억원 안팎인 엔진 가격을 고려할 때 월 리스비로 소요되는 금액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리스를 리베이트와 관련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죠.

HDC현산 측이 예비엔진에 대한 내용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입니다. HDC현산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7주 전부터 예비실사를 진행했고, SPA 체결 후에는 인수준비단(54명)을 아시아나항공에 상주시켰습니다. 만약 예비엔진이 논란이 될 사안이었다면, 훨씬 전부터 시끄러웠을 것입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작년 11월 우협 선정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제될 부분은 대부분 실사 과정에서 확인했고,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나올 것 같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안전을 다른 항공사와의 차별화로 삼겠다”고 했죠. 갑자기 예비엔진을 문제로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한켠에서는 HDC현산의 리스 계약 조사가 리베이트로 확대된 것이 단순 해프닝이라고 합니다. 비용절감 계산기를 두드려보기 위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추측입니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운용 리스가 많은 만큼, 상황에 따라 처리비용 방안을 고심하겠다고 했습니다. 리스와 구매 중 중장기 효율성이 높은 쪽을 따져본 것이란 설명입니다.

찜찜함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리베이트 의혹은 HDC현산이 계약금 반환을 위한 법적 절차를 검토한다고 발표한 시점과 묘하게 맞물립니다.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죠.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딜을 깼다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매도자 측이 계약해지 이유로 삼은 재실사 요구는 필수불가결한 절차였다는 주장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다른 항공사에 비해 예비엔진 보유량이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건은 HDC현산이 벌일 소송전의 명분이 될 수 없다. 실사 중 인지한 사안을 공격 무기로 삼는다면 치졸한 것”이라고 코웃음을 쳤습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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