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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회장님 성과급과 ESG경영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데스크칼럼]회장님 성과급과 ESG경영

등록 2021.03.29 11:51

수정 2021.03.29 15:57

황의신

  기자

ESG 평가 잘 받았다고 성과급 챙긴 대기업 회장님회삿돈 수천억원 횡령·배임 혐의로 최근 구속 수감“ESG경영은 모두를 위한 가치···사익편취 이용 유감”

reporter
#1. 이사보수지급기준에 따라 ’20년 이사보수한도 범위 내에서 직책(대표이사), 직위(회장),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

#2. 기업신용평가등급 유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평가 최우수기업 표창 및 A+등급 취득 등 정량적 성과에 대한 고려. 지속적인 사업재편. 고객가치·사회적가치 혁신을 위한 사업개발, 가족친화 우수기업 신규 인증 및 수평적 소통 문화 조성 노력 등 종합 고려.

국내 유수기업 CEO인 A 회장은 ‘#1’의 이유로 2020년 연봉 40억원을 받았다. 2019년엔 ‘#2’를 근거로 상여금 12억5000만원 챙겨갔다. 2016년 경영에 복귀한 그가 2017년, 2016년 가져간 연봉만 30억원(성과금 5억 포함), 18억여원이다.

2018년부터는 보수총액이 50억원대로 늘었는데, 연 급여는 40억으로 뛰었고 매년 12억5000만원의 상여금을 고정적으로 받고 있다. 급여와 상여가 급격하게 오른 시기부터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는 #3. ‘사업부문 매각’ 통합‘ ’사업재편‘ 등이다. 경영성과와 관계 없이 매출이 줄든 늘든, 영업이익이 줄든 늘든 상여금 지급의 근거가 된다.

2019년과 2020년 상여금 선정 때는 새로운 기준들이 등장한다. #4.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등급 상향, 기업신용평가등급 유지, 수평적 소통문화 조성, 고객가치·사회적 가치제고 모델 발굴, 가족친화 우수기업 신규 인증 등이 그것이다.

이는 모두 ESG와 관련된 항목들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란 간단히 말하면 환경에 위해가 되는 경영활동을 하지 않고, 사회 일원으로서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며,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 회사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는 경영활동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ESG경영이 크게 대두된 건 공교롭게도 최근 2~3년 사이다. 2021년 들어서는 거의 대다수 대기업이 ESG경영을 화두로 던지고 실제 회사 내 ESG 관련 조직을 경쟁하듯 만들고 있다. 이제 ‘ESG’는 기업 경영의 가장 주요 활동이 된 것이다.

2020년 기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에서 ‘A+’를 받는 기업은 모두 16곳. 이 중 금융사를 제외한 일반 기업 10곳 중 기업 CEO(오너 포함) 중 상여금 지급 근거로 ESG등급 상향을 든 기업 CEO는 A회장이 유일하다. ‘ A’를 받은 90여개 기업으로 대상을 넓혀도 A회장처럼 명시적으로 ‘ESG 등급 A’ ‘ESG 등급 A+’를 상여금 근거로 명시한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A회장은 현재 계열사 여러 곳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무죄추청의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ESG경영 철학을 스스로는 전혀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ESG경영 원칙을 전면적으로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다면 회사가 A 회장에 대한 고액연봉과 상여금 지급의 거의 대부분 근거들이 배척되는 상황이 생긴다.

‘ESG경영’은 반짝 떴다 사라질 유행이 아니다. 기업들이 앞 다퉈 ‘ESG’를 외치는 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히고설켜 복잡하게 작용하는 환경에서 ESG가 새로운 이익 창출의 거의 유일한 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내연기관차를 없애겠다고 선언하고, 철강회사가 수소시장에 뛰어들고, 금융사들이 환경을 해치는 사업이나 기업에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기업들이 협력업체에 신기술 개발을 돕고, 노동자 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 이 모든 변화들은 기업의 성장이 이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가능한 시대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최근 SK그룹의 지주사인 SK(주)가 발표한 이사회 개혁안이 화제다. SK(주)는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가 과반 이상 포함된 ‘인사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인사위원회의 핵심은 ECO를 결정하는 거 뿐 아니라 탄핵권도 갖는다는 점이다. CEO가 제 역할을 못하면 교체할 수 있는 것이다. 사내이사의 보수 심의 권한도 갖는다. 사내이사의 보수한도 총액은 주주총회에서, 개별 사내이사의 보수는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데 SK(주)는 이에 앞서 인사위원회에서 심의해 보수가 과하다 싶으면 금액을 낮출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ESG위원회는 회사의 ‘ESG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데, 가장 큰 무기는 투자에 대한 심의다. 환경을 파괴하는 사업에 투자를 하거나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신규사업은 ESG위원회가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했다.

기업에서 인사위원회나 ESG위원회를 두는 게 추세라고는 하지만 SK그룹처럼 이사회 내에서 독립적으로 실질적 역할을 맡기는 곳은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SK그룹이 시작한 이 이사회 실험이 향후 본래의 목적대로 시행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2020년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시기에도 몇몇 기업들이 오너 CEO들에게 막대한 연봉과 성과급을 지급해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 나온 SK그룹의 선택은 당연히 주목받아야 한다. ‘ESG경영’은 기업의 총수나 일부 CEO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과 그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외부의 이해관계자들 모두의 행복, 모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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