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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오세훈 효과는 억지···드라마틱한 변화 없다”

[르포]“강남에 오세훈 효과는 억지···드라마틱한 변화 없다”

등록 2021.04.14 08:00

김소윤

  기자

‘1평에 1억’ 80억에 거래된 압구정 현대 외 단지 보니 “최근의 폭등은 오세훈과 무관하다”는 부동산 업체들상승 추세는 조합설립 인가 전후로 봐야해, 억측일 뿐폭발적 매수 문의도 없어, 당초부터 거래량 조용한 동네대치 은마·잠실주공도 마찬가지 “4월 이후 매매건 없어”“재건축 이슈로 아파트 값 상승? 일시적인 현상일 뿐”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압구정동 현대7차아파트. 80평대가 80억에 매매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지금까지도 부동산시장을 잔뜩 흥분시키고 있다. 이 물량은 훗날 재건축이 됐을 때 펜트하우스를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 김소윤 기자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압구정동 현대7차아파트. 80평대가 80억에 매매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지금까지도 부동산시장을 잔뜩 흥분시키고 있다. 이 물량은 훗날 재건축이 됐을 때 펜트하우스를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 김소윤 기자

“오세훈 씨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자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매매가가 80억원으로 뛰었다고요? 이 동네(압구정동)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과 무관하게 작년부터 재건축 이슈가 구체화되면서 올랐던 것뿐이에요. 즉 오세훈 서울 시장이 아파트값 상승 ‘주범’이라고 말할 순 없어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해요.”<압구정현대 7차 아파트 거래 중인 공인중개사 대표>

지난 4월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7차아파트 80평대(전용면적 264㎡)가 80억원에 매매가 이뤄졌다는 소식에 부동산시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평당 1억원에 거래된 셈이다. 같은 동의 아파트들도 덩달아 80억원에 내놓고 있다. 현재 확인된 매물만 해도 4~5개 정도인데 모두 매매가가 80억원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 몸값이 치솟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재건축 단지가 곧 투기판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매도 호가만 2억~3억원 이상 오른 데다 압구정과 여의도 등 재건축 이슈가 있는 단지들은 이미 매물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폭발적인 매수 문의들도 오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압구정 현대 인근의 공인중개사 대표는 바로 코웃음을 쳤다. 대표 A씨는 “오세훈 씨가 서울 시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이미 이 동네 아파트 값은 올랐어요. 정확히는 조합설립 혹은 추진위 구성 전후로 봐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80억원대 현대7아파트를 거래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대표 B씨도 “오세훈 서울 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여러 공약들을 내걸었던 만큼 재건축 전체 아파트 단지에 대한 가격 상승 기대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동네 아파트 값이 오세훈 때문에 올랐다는 말은 너무 억지라고 봐요”라고 답했다. 공인중개소 대표 B씨가 80억원 아파트 매물을 확보한 시기만 봐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기 일주일 전인 4월1일, 2일이었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13차아파트. 바로 앞에는 압구정 교회가 위치해 있다. 13차를 비롯한 현대아파트단지는 한때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IPARK)로 이름을 바꿔주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지만 입주자 단체에서 거절한 적이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브랜드 가치가 압구정 아이파크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있다. 아파트 주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한데 본인들 스스로도 '명품 단지'라고 자부한다. 사진 = 김소윤 기자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13차아파트. 바로 앞에는 압구정 교회가 위치해 있다. 13차를 비롯한 현대아파트단지는 한때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IPARK)로 이름을 바꿔주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지만 입주자 단체에서 거절한 적이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브랜드 가치가 압구정 아이파크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있다. 아파트 주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한데 본인들 스스로도 '명품 단지'라고 자부한다. 사진 = 김소윤 기자

그도 그럴것이 현대7차가 속한 압구정3구역(현대 1~7·10·13·14차·대림빌라트)은 지난달 조합설립총회를 열고 강남구청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목전에 둔 상태다. 압구정 재건축단지들은 1~6구역으로 나뉘는데 작년 들어서 추진위원회부터 조합설립인가까지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즉 여느 강남 아파트단지들보다 재건축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잡힌 곳이기도 하다. 압구정동 조합원들이 재건축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게 된 배경은 2년 의무거주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2년 실거주’ 규제가 되려 압구정동의 재건축 속도를 내게 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

오 시장이 당선되자마자 매수 문의가 폭발적으로 쇄도했다는 소식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일부 소유주들이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두는 일은 있어도, 이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재건축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이전부터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곳 현대7차를 포함한 압구정동 재건축단지 자체가 거래량이 얼마 없는 ‘조용한 동네’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예를 들어 현대2차의 올해 매매거래만 해도 1월에는 4건, 2월에는 0건, 3월에는 1건이다. 이는 압구정 재건축 단지의 다른 아파트들도 마찬가지다. 현대7차처럼 80억원까지는 아니어도 평균적으로 40~50억원 정도 하는 고가의 아파트라는 점이 일부 영향을 미친 듯하다. 당초부터 거래량이 활발하지 않은 탓에 인근의 공인중개소는 현대 1, 2차 주변 말고는 찾아보기가 드물었다. 그나마 학군 수요 때문에 전세 거래라도 활발했던 대치 은마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또 다른 강남 부촌의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의 은마아파트와 잠실 주공5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들 단지의 인근 부동산업체는 “오 시장이 당선됐다고 해서 벌써부터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라고 언급했다. 또 이들 아파트단지는 압구정 재건축단지보다는 매매나 전세 거래량이 당초부터 활발했던 동네였다.

목동6단지 아파트. 1단지, 5단지와 마주 대하고 있는 단지. 1986년 준공됐고 현대건설에서 시공했다. 유일하게 안전진단에서 최종 통과됐다. 사진 = 김소윤 기자목동6단지 아파트. 1단지, 5단지와 마주 대하고 있는 단지. 1986년 준공됐고 현대건설에서 시공했다. 유일하게 안전진단에서 최종 통과됐다. 사진 = 김소윤 기자

오세훈 시장이 후보시절부터 점 찍어놨던 서울 목동아파트 단지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목동 신시가지 11단지 아파트의 인근 중개사 대표에게 물어보니 “정밀안전진단 2차 탈락 이후 손님도 전화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다른 단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다들 관망하는 분위기인 듯하다”라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오세훈발 아파트값 상승 이슈에 대해 “시장 혼자선 재건축 단지를 할 수 없는데 이 현상이 얼마나 가겠냐”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교수는 “설령 서울시장 때문에 아파트 값이 올랐다고 해도 일시적인 반응일 뿐”이라고 답했다.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도 “집값이 상승 했다고 할지라도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명현반응”이라며 “설레발치는 소식들이 되려 투기를 조장하게 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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