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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거품 논란 후 더 ‘깐깐’...예비 상장사들 공모 제동

하이브 거품 논란 후 더 ‘깐깐’...예비 상장사들 공모 제동

등록 2021.04.20 14:26

박경보

  기자

에이치피오·라온테크·제주맥주 등 잇따라 IPO 일정 연기 작년 하이브 상장 후 금감원 증권신고서 정정요구 급증실적 아닌 성장성 의존 ‘특례상장’ 증가 영향...‘밸류 부담’

하이브 거품 논란 후 더 ‘깐깐’...예비 상장사들 공모 제동 기사의 사진

기업공개(IPO) 종목들이 상장 직후 잇따라 주가가 하락하면서 예비상장사들의 공모에도 제동이 걸렸다. 역대급 IPO 광풍에 편승해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심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예비상장사들은 증권신고서 정정을 고려해 IPO 일정을 짜는 등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이치피오, 아모센스, 라온테크, 제주맥주 등 예비상장사들이 대거 공모일정을 연기했다. 앞서 상장된 자이언트스텝과 해성티피씨도 상장일을 미뤘고, 제이시스메디칼은 증권신고서를 정정했으나 기존 일정은 지켰다.

지난해 말에도 알체라, 퀸타매트릭스, 티앤엘, 명신산업, 클리노믹스 등이 대거 IPO 일정을 미뤘다. 대부분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기간정정’ 요구에 따라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등의 일정을 변경했다. 증권신고서는 금감원 제출 이후 15영업일이 경과해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중간에 정정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상장된 퀸타매트릭스의 경우 공모액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나서야 가까스로 상장에 성공했다. 올해는 희망밴드를 수정한 예비상장사가 아직 없지만 증권신고서 정정이 일종의 통과의례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건기식 전문업체인 에이치피오의 경우 벌써 두 번이나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에이치피오는 지난달 1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조달 자금 사용계획 등을 자진해서 추가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해외시장 자금 관련 내용을 보완하라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IPO 증권신고서 정정요구 1년 새 3배↑...빅히트 상장 이후 급증
금융당국의 IPO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는 지난해부터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정정요구 횟수는 15회였지만 지난해엔 48회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접수된 증권신고서 211건 가운데 16.6%가 정정을 요구받았는데, 전년 대비 10.7%p나 급증한 수치다.

이는 동학개미운동 이후 관심이 높아진 지배구조, 자금사용처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 결과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최근 3년간 정정요구 사유를 살펴보면 지배구조(26%), 신규사업(18%), 자금조달(13%), 재무악화(11%)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금융투자업계는 하이브(구 빅히트)의 몸값 거품 논란이 금감원의 눈초리를 더 매섭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IPO 최대어였던 하이브는 상장 후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후 상한가)’을 기록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사흘 만에 주가가 20만원 밑으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 상반기 IPO 최대어인 SK바이오사이언스도 상장일 상한가 이후 연일 내리막길을 걸었다. 증거금 63조원대에 이르는 기록적인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상장 첫날 16만9000원으로 마감했지만 현재 주가는 14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코스닥 특례상장 비중 62%...“증가 속도 너무 빠르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 70개의 기업이 상장됐고 올해도 80여개의 기업들이 대거 상장될 예정이다. 증시 활황에 힘입어 이익미실현 요건(테슬라 요건), 기술성장기업 등 다양한 특례 상장 요건을 적용받은 신규상장이 급증한 게 특징이다. 기업의 경영성과를 중심으로 상장 요건을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몸값 측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상장 요건에 기반한 상장 확대는 기업과 시장은 물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증권거래소의 순기능”이라면서도 “실적이 아닌 기술 및 기업의 성장성과 시장평가에 의존한 기업들의 신규상장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우려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연간 10개 전후의 기업만 특례 상장됐다. 하지만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간 30개 가까이 확대됐고, 올해는 4월 현재까지 약 21개의 특례 상장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코스닥 특례 상장기업의 비중은 2018년(30%)부터 지속 급증해 현재 62%에 이른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이브 상장 이후 증권신고서 정정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된 최근엔 전체 연간실적을 반영하기 위해 증권신고서를 수정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예비상장사들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고 보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깐깐하게 들여다보는 것 같다”며 “고평가 논란에 줄곧 시달리는 바이오 뿐만 아니라 테슬라 요건에 해당되는 모든 예비상장사들이 고민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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