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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호실적과 포커페이스

오피니언 기자수첩

[장기영의 인슈토리]호실적과 포커페이스

등록 2021.05.13 11:24

장기영

  기자

포커를 할 때는 내가 가진 카드가 좋은지 나쁜지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표정을 유지해야 한다.

속마음을 나타내지 않고 무표정하게 있는 얼굴, 바로 ‘포커페이스(Poker face)’다.

1분기 어닝시즌을 맞아 올해 첫 경영성적표를 받아 든 보험사와 카드사들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호실적을 거두고도 기쁜 표정을 애써 감추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실적을 발표한 손해보험업계 1위사 삼성화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953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규모였다. 코로나19의 반사이익으로 자동차보험 등의 손해율이 개선된 가운데 계열사 삼성전자로부터 1400억원의 특별배당금을 수령한 결과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315억원으로, 삼성전자 특별배당금을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앞서 각 금융지주사를 통해 실적을 공개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 4대 시중은행계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일제히 증가했다.

카드업계 1위사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1265억원에서 올해 동기 1681억원으로 416억원(32.8%) 증가했다. 동일한 기간 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은 303억원에서 725억원으로 422억원(139.4%)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카드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가 점차 되살아나면서 카드 이용액이 늘어난 가운데 할부금융 등 신사업 추진으로 수익을 다각화하고 업무 디지털화로 비용을 절감했다.

그러나 이들 보험사와 카드사는 마냥 웃으며 축배를 들 수 없는 형편이다.

보험사는 보험료 인상을 저울질 하고 있고,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와 같은 대형 손보사의 경우 올해 하반기 자동차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호실적이 반발 여론을 키울 수 있다.

자동차 사고와 감소와 손해율 개선을 이끈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이 점차 약화하는 가운데 하반기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에 따른 보험료 인상 요인은 남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도 보험료를 올린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손보사들은 이미 비급여 과잉진료에 따른 대규모 영업적자를 이유로 실손의료보험료를 인상한 상태다.

더욱이 내년 3월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해를 넘기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통상 선거철이 다가오면 서민들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개입으로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제동이 걸린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카드사들의 속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현재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논의 중이다. 가맹점 수수료는 3년 주기로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결정한다.

금융당국은 올해도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수료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영세가맹점의 경우 아예 수수료를 받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신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지만, 본업인 결제 수수료의 손실을 신사업 수익으로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Bigtech)’의 위협에 직면한 보험사와 카드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당장 얼마를 더 벌고, 얼마를 덜 버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상 최대 실적’을 자랑처럼 떠들며 잔치를 벌이던 시절은 지나간 지 오래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이른바 ‘역대급 실적’이라 불리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표정을 드러낼 수 없는 이들의 포커페이스가 미소로 바뀔지, 울상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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