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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자산운용사의 ESG 열풍, ‘눈가리고 아웅’

오피니언 기자수첩

[임주희의 슬주생]자산운용사의 ESG 열풍, ‘눈가리고 아웅’

등록 2021.06.14 15:13

임주희

  기자

reporter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금융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앞 다퉈 관련 조직은 물론 상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대표나 임원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내에 ESG를 적용하기 바쁘다. 관련 펀드나 채권 발행도 적지 않다. 중소형 자사운용사들도 분주하다. 관련 컨설팅을 받으며 ESG 열풍에 합류하기 위해 열심히다.

자사운용사들이 ESG에 집중하는 것은 글로벌 투자자와 국민연금이 기업 평가기준에 ESG 기준을 중요하게 삼으면서다. 국민연금의 경우 2022년까지 운용자산의 50%를 ESG를 중시하는 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투자를 받기 위해선 ESG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ESG 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ESG 평가기준을 개발 중인 상황이다.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보니 현장에선 혼란을 겪고 있다. ESG를 평가하는 기관마다 기준이 다른 상황이다. ESG 평가는 비재무 정보를 기반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공통된 기준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ESG 상품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 상품과 별 차이가 없다.

실무선에서 겪는 혼란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 가장 기초적인 문제는 서류 작성이다. ESG의 범위와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관련 서류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 자산운용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ESG 범위’를 자사에 적용하는 웃지 못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ESG 상품 출시는 더 어려운 문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부분 기존 상품 설명서에 ESG를 어떻게든 끼워 넣는 식”이라며 “투자기관이나 평가기관에서도 ESG가 생소하다보니 ESG컨설팅 업체에 수시로 문의하며 기준을 잡는 상황이라고 한다. 중소 자산운용사는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분위기가 ESG로 흘러가니 하기는 하는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선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투명경영을 해야 한다는 ESG의 철학을 담기 보다는 ‘일단 하고보자’식인 셈이다. 각자 ESG라는 성을 쌓고 있지만 기초부터 튼튼하게 다지는 것이 아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여기에 실질적인 성과도 내야하니 실무진들은 죽을 맛이라는 하소연이다.

ESG의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과 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ESG 경영 전략 추진은 오히려 ESG의 철학에 반(反)하는 모습이다. ESG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중장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워 차분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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