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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石’은 없다...개미 죽이는 정치테마주

[NW리포트]‘玉石’은 없다...개미 죽이는 정치테마주

등록 2021.06.21 15:34

수정 2021.06.21 15:35

박경보

  기자

선거철 마다 난립...오로지 혈연·지연·학연만으로 급등윤석열 테마주 디지틀조선, 대변인 사임에 -20% 폭락 朴 EG, 대선 후 80% 급락...文 바른손도 10분의 1 토막투기성 단타문화·정경유착 해소 등 시장 체질개선 시급

‘玉石’은 없다...개미 죽이는 정치테마주 기사의 사진

‘정치인 테마주’에 개미들이 초죽음이다. 여의도의 두 축인 정치와 증시가 공교롭게도 국민과 개인 투자자들을 선거 때마다 사지로 내모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정책 수혜 기대감이 아닌 혈연·지연·학연만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개미들은 불나방처럼 달려드는데, 이러한 현상은 국제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미국 대선 때 월가는 바이든의 친환경정책에 따른 수혜기업에 베팅했다면, 한국에선 바이든과 같은 대학을 나온 CEO의 기업이 급등하는 해프닝이 연출됐다.

21일 한국거래소는 이루온, 정원엔시스·디지틀조선, 리더스기술투자, 웹스는 각각 투자주의·경고·위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들은 모두 ‘정치인 테마주’로,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해 투기적이거나 불공정거래의 개연성이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테마주로 꼽히는 디지틀조선은 윤 전 총장이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대변인으로 내정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했다. 디지틀조선은 지난 14일 상한가로 마감하는 등 최근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72.1%나 치솟았다. 18일에는 6500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주말에 들려온 대변인 사임 소식에 21일에는 22% 빠진 5050으로 수직 낙하했다.

정원엔시스는 윤 전 총장의 공약 관련주로 묶이며 지난 한주 동안 77% 가량 상승했다. 윤 전 총장이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공정경제 3법’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지만, 정작 발표된 공약은 아직 없는 상태다.

대표이사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대학 동문인 것으로 알려진 프리엠스도 강세다. 올해 초 1만원대에 머물렀던 프리엠스는 지난 4월 8일 상한가를 달성하며 3만원을 돌파했다. 현재는 2만원 중반대로 내려왔지만 저점 대비 두 배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동생을 대표이사 자리에 앉힌 삼부토건도 이상 급등현상을 겪었다. 삼부토건은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1000원도 안되는 동전주였지만, 약 3개월 만에 5500원을 훌쩍 넘겼다. 이는 저점(632원) 대비 780%나 급등한 수치다.

유력 대선주자들뿐만 아니라 ‘언더독’ 관련 테마주들도 시장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대권 출마설이 제기된 최재형 감사원장과 묶인 이루온은 지난 14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루온은 최근 3주 만에 70% 가량 급등했는데, 이유는 ‘대표이사가 최 감사원장과 동문’이라서다.

신진에스엠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향인 전라북도 장수군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 8일 7060원에 머물렀던 신진에스엠은 4거래일 만에 상한가를 찍었고, 다음날에도 28.17% 급등하며 1만3650원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본질가치와 무관하게 가격이 급등하는 정치테마주가 한국에서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정책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아닌 정경유착의 정도가 주가에 영향을 주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이야기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적으로 한국의 정치테마주 현상과 동일한 사례를 찾기 힘들고, 대부분의 정치테마주 연구는 개발도상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개도국은 정경유착의 정도가 높아 정부의 특혜나 구제금융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월가 전문가들은 ‘친환경’을 바이든 테마주로 내세웠다. 바이든 행정부가 태양광, 풍력 등을 육성하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종목들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두올, 한성기업, 마이크로프랜드 등이 테마주로 엮였는데, 회사 경영진이 바이든과 동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玉石’은 없다...개미 죽이는 정치테마주 기사의 사진

이 같은 정치 테마주들의 대부분 ‘새드엔딩’을 맞았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테마주였던 EG는 지난 2012년 초 8만700원을 찍었지만 약 2년 만에 1만6000원대까지 내려왔다. EG는 박 전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회장이 이끄는 회사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엮였던 바른손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선을 앞둔 2016년 10월 1만5400원까지 급등했던 바른손은 2년 뒤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바른손은 당시 법률고문이 문 대통령과 함께 법무법인 부산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거론됐었다.

18대 대선 때 문 대통령의 테마주로 꼽힌 우리들휴브레인도 급등락 현상을 보였다. 2011년 11월 500원 안팎에 머물렀던 주가는 이듬해 2월 4005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연일 떨어지더니 2013년 6월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인들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친인척이나 지인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박 전 대통령이 정경유착으로 탄핵된 만큼, 혈연·지연·학연보다 정책과 공약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정치나 제도에 영향을 받는 것은 맞지만, 국내 정치테마주들은 정경유착 관련 풍문에 의해 가치가 부풀려지고 있다”며 “테마주 관련 시세조종 세력에 대해 경고로 그칠 게 아니라 강력한 제재와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길남 연구위원은 “테마주 관련 기업들의 적극적인 공시 노력과 함께 규제당국의 시장 모니터링, 불공정거래에 대한 단속의지가 필요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정경유착 관행 해소와 시장구조의 체질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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