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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투자자 울리는 정치 테마주, 덮어놓으면 안 된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정백현의 직격]투자자 울리는 정치 테마주, 덮어놓으면 안 된다

등록 2021.06.22 13:46

수정 2021.06.22 13:48

정백현

  기자

reporter
“똑딱하는 이 순간 지구에는 3명씩의 새로운 생명이 자꾸 태어나고 있습니다. 인구 증가율로는 우리나라가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서 거의 폭발적인 것입니다. (중략)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6.25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았던 1960년대 초 정부가 제작했던 산아제한 캠페인 광고 영상의 문구다. 이 시기에 살던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던 평균 합계 신생아 수는 무려 6명이었다. 1명도 채 안되는 오늘날의 출산율을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구 증가 수치다.

당시 정부는 이른바 ‘베이비 붐’을 스스로 막지 않는다면 나라 안팎 경제 환경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나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등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산아제한 캠페인을 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대한민국의 산아제한 캠페인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물론 산아제한에서 비롯된 저출산 기조가 오늘날에 와서는 인구 부족으로 인한 사회 문제로 비화되면서 과거의 성과가 되레 비판받기도 했다.

뜬금없이 50여년 전 산아제한 캠페인을 언급한 것은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시장 안팎을 어지럽히는 정치 테마주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똑딱하는 순간 3~4명의 아이가 태어나듯 똑딱하는 순간 여러 개의 정치 테마주가 등장했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정치 테마주가 시장 전체를 들썩거리게 하는 시장도 없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혼란을 자아냈던 50여년 전 한국의 인구 상황처럼 최근의 증시 상황도 몹시나 혼란스럽다.

제20대 대통령선거까지 8개월 20일 정도 앞둔 상황에서 여러 대권주자들과 엮인 테마주가 시장 안팎의 투자자들을 혼란하게 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여야의 유력 대권주자들과 연관됐다고 언급되는 테마주는 연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즈음에도 이준석 대표 등 유력 당권주자들의 테마주가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들 테마주는 단기적으로 급등했다가 정치적 이슈가 사라지자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기 정보에 취약한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정치 테마주는 사업 실적이나 포트폴리오보다 특정 인물 관련 풍문에 의존하고 있다. 투자의 기본 정보가 돼야 할 회사의 사업 전망은 온데간데없고 회사 경영진이 특정 정치인과 학연이나 지연으로 얽혀있어서 사이가 가까울 것이라는 낭설만 있다.

더구나 어디까지나 특정 정치인과 기업 관계자가 같은 학교, 같은 고향 출신일 뿐 실제로는 아예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례도 있었다. 또 테마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결국 확인되지 않은 낭설 때문에 선량한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더 이상의 선량한 피해를 막으려면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붙이고 상시적이고 적극적인 정치 테마주 단속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테마주 단속은 매번 일회성이 짙었고 단속 때만 ‘약발’이 잠깐 나타났다가 잦아들었다. 테마주가 선거철에만 춤추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50여년 전 산아제한 캠페인의 성공은 범정부 차원에서 거국적이고 강력한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록 이 캠페인이 훗날 저출산 풍조의 씨앗이 됐다는 비판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폭발적 인구 증가를 막아 안정적 인구 관리 성과를 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정치 테마주에 대해서도 당국의 강력하고 상시적인 단속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정부 차원의 상시적이고 강력한 정치 테마주 단속이 증시 환경을 경직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어디까지나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하는 만큼 테마주 투자 손해의 책임을 시장에 돌리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확인되지 않은 낭설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눈물을 무시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시장 질서 관리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다. 투자 환경의 경직화보다는 투자자들의 손해를 줄이고 시장의 질서를 잡는 것이 모두를 위한 측면에서 우선돼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대선 날짜가 다가오고 여야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 정치 테마주의 움직임은 더 격해질 것이다. 낭설에 귀가 얇은 투자자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정치 테마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와 당국의 강력한 지적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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