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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민주당은 법사위 ‘상왕 기능’ 없앴어야 했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임대현의 국회대숲]민주당은 법사위 ‘상왕 기능’ 없앴어야 했다

등록 2021.06.24 10:25

임대현

  기자


법제사법위원회의 줄임말 법사위. 법사위의 사회권을 가진 법사위원장이 두 달째 공석이다. 정확히 말하면 법사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인 윤호중 의원이다. 다만 윤호중 의원은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후 법사위원장을 맡지 않고 있다.

통상 원내대표로 선출된 상임위원장은 더 이상 위원장직을 수행하지 않는다. 원내대표 활동에 집중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국회 운영위원회의 위원장을 여당 원내대표가 맡는 게 관례다.

여기까지만 보면 법사위원장이 두 달째 공석인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단순히 새로운 법사위원장을 뽑으면 되는 문제가 아닌가? 실제로 민주당은 차기 법사위원장으로 박광온 의원을 내정한 상태다.

하지만 현재 법사위의 사회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보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의 법사위 간사로, 정확히는 법사위원장의 직무대리로 사회를 보고 있는 것이다. 위원장이 공석이면 간사가 직무대리를 볼 수 있지만, 박주민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이 공석일 때 간사로 선임돼 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야당이 법사위를 사회권을 갖고 있을 때도 간사가 직무대리를 한 적이 있다. 지난 20대 국회 시절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을 때, 당시 간사였던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직무대리로 사회를 보기도 했다.

국회법상 위원장 대신 간사가 사회를 보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처럼 오랫동안 직무대리를 보는 것은 일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이런 문제가 생긴 건 우선 법사위 가진 특수한 기능이 발단이 됐다.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기능을 갖고 있다. 다른 상임위가 심사한 법안을 한번 더 심사하면서 다른 법과 충돌되는지, 특히 상위법인 헌법에 위배 되는지를 검토한다. 국회에서 통과한 법이 추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 되는 문제를 미리 방지하겠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제도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이런 특수한 기능 때문에 법사위는 상원의 역할을 하게 됐다. 마치 다른 상임위가 하원처럼 법안을 심사해 올리면, 상원인 법사위가 한번 더 심사하는 셈이다. 국내 정치전문가 중에선 법사위가 ‘상왕’ 노릇을 하고 있다며 국회개혁을 위해 체계자구 심사기능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다만 이 기능이 견제의 역할을 한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특히 소수 의석의 야당이 법사위를 가져가면, 다수 의석의 여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기 때문에 입법권력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17대 국회부터 관례적으로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

하지만 야당 법사위원장의 단점은 명확하다. 여당이 주도하는 법안이 번번이 막히기 때문에 국정운영이 순탄하지 않고, 법안처리율이 낮아지면서 ‘일하는 국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문제를 지적한 민주당은 체계자구 심사기능을 없애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21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야당인 국민의힘은 관례상 법사위를 달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체계자구 심사기능을 문제로 법사위를 주지 않았다. 이에 뿔이 난 국민의힘은 ‘너희 다 가져라’를 선언하면서 모든 상임위를 포기했다. 비율상 7개의 상임위를 가질 수 있었지만, 모두 포기하며 법사위 사수작전에 들어선 것이다.

여전히 국민의힘은 법사위를 포기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김기현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했는데, 김기현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법사위 반환”을 외치고 있다. 마침 민주당에서 윤호중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법사위원장이 공석이 되자, 빈틈이 생긴 점도 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법사위를 쉽게 줄 수 없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갖고 있던 시절 많은 의석수에도 불구하고 입법에 제한이 많았고, 어쩔 수 없이 패스트트랙으로 입법에 나서야 했다. 국민의힘 역시 의석수에 밀려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를 막기 위해 법사위원장 자리가 필요하다.

이렇게 여야의 법사위 제2차 쟁탈전이 일어나면서 상임위 배분 문제가 다시 생겼다. 여야는 현재 상임위를 배분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법사위원장이 공석 상태로 남아 있다.

사실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할 방법은 있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이용해 체계자구 심사기능을 없앴어야 했다. 이 기능이 없었더라면 민주당도 법사위를 국민의힘에 넘겨줘도 그만, 국민의힘도 법사위를 안받아도 그만인 상황이 된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법사위원장 선출 즉시 법사위가 타 상임위에 군림해왔던 법사위 상왕 기능 폐지를 즉각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늦은 감이 있는데, 과거 민주당이 폐지를 논의했음에도 하지 않은 건 ‘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느껴진다.

여야 원내대표를 중재하는 박병석 국회의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여야 협상의 대전제는 법사위의 개혁”이라며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법사위처럼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나라가 없는 만큼, 법사위원장이 모든 법의 문지기처럼 게이트키핑을 하는 이 자체를 시정해야 된다”고 말했다.

21대 국회가 시작한지 약 1년이 흘렀으니 민주당이 법사위를 갖고 있던 시간도 그만큼이 흘렀다. 지금 여론을 보면 민주당에게 법사위는 양날의 검이었다. 20대 국회만 해도 법안 통과가 안됐을 때, 흔히 “야당의 반대에 막혀서”와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라는 해명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변명을 할 수 없고, 법사위 기능을 폐지하지 못한 것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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