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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TALK]미풍 그친 K스탑운동에 불똥 튄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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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일부 증권사에 불법거래 의혹 제기
해당 창구에서 30만주 폭탄···“시세조종 증거”
지목 당한 증권사 “법 어긴 주문 수탁 없었다”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한 동학개미들이 신한금융투자를 ‘공공의 적’으로 지목했습니다. 공매도 세력의 에이치엘비 매도가 신한금융투자 창구에서 집중됐기 때문인데요. 신한금융투자는 주가를 누르려는 불법 공매도 세력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동학개미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지난 15일은 동학개미들이 국내 자본시장에 새로운 족적을 남긴 역사적인 날입니다. 이날 동학개미들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을 중심으로 ‘K스탑운동’을 펼쳤는데요.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긴 했지만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집단 대항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됐습니다.

K스탑운동의 공격 대상이었던 에이치엘비는 이날 장중 20% 넘게 급등했지만 3시 이후 물량폭탄이 터지며 상승 폭 일부를 반납했습니다. K스탑운동이 절반의 성공에 그치자 동학개미들은 이날 주요 매도 거래원이었던 신한금융투자에 화살을 돌리는 모습입니다. 신한금융투자 창구가 공매도 세력의 시세조종성 매도 주문을 거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죠.

이날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거래량은 무려 39만7780주로,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를 시작한 오후 3시 이후 쏟아졌습니다. 에이치엘비는 다음날 공매도 과열종목에 지정됐는데요. 이날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거래량은 전날(2만2484주) 대비 20배 가량 폭증했습니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K스톱운동에 총력전으로 대응한 결과 고점에서 집중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됐습니다.

한투연 산하 케이스트리트베츠에 따르면 이날 신한금융투자 창구에서 에이치엘비의 매도세가 집중됐습니다. 13일 신한금융투자 창구를 통해 매수됐던 30만주가 15일 개장 직후 모두 출회됐는데요. 대량 매도에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자 13만주를 다시 매수한 후 팔아치웠다는 게 케이스트리트베츠 측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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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원래 에이치엘비의 주요 거래원은 전체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키움증권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장 초반 한때 신한금융투자와 CS증권이 키움증권을 밀어내고 매도 거래원 1위,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동학개미들은 비싼 가격에 매수했다가 낮아졌을 때 매도하는 신한금융투자 창구의 거래행태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10억원의 손실을 입더라도 공매도를 통해 수백억원의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거래가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케이스트리트베츠 운영자 A씨는 “에이치엘비 주주들은 공매도 세력이 신한금융투자의 창구를 통해 장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주가가 오르지 못하도록 시세조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한금융투자가 이 같은 불공정 주문을 거르지 않는 이유가 뭔지, 주문의 주체는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신한금융투자의 이 같은 매도 패턴은 공매도가 금지됐던 지난해 9월 21일에도 감지됐습니다. 당시 에이치엘비는 호재(리보세라닙 임상 관련) 소식에 장 초반 15% 넘게 급등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 폭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신한금융투자 창구에서 5만주에 육박하는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3.62% 오르는 데 그쳤죠.

에이치엘비의 장기 투자자인 B씨는 “지난 2년여간 신한금융투자 창구에서 공매도와 결합된 주가조작 및 시세조종 행태가 지속됐다”며 “처음 1년간은 시초가와 종가에 개입해 무차입 불법 공매도를 통해 노골적으로 주가를 내렸고, 공매도 감시가 강화된 이후에도 시세 고착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수차례 민원을 넣어도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코스닥 공매 잔고금액 1위 종목에 대해 이런 매매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면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감독기관의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증권가 일각에선 증거금율, 수수료율 등 공매도 조건이 다른 증권사에 비해 유리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에이치엘비 등 공매도 잔고가 많은 종목들에서 신한금융투자 창구의 매도세가 두드러진 이유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신한금융투자의 입장은 다릅니다. 금융당국과 내부 컴플라이언스가 정한 규정 내에서만 주문을 수탁하기 때문에 불공정거래는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투연을 비롯한 동학개미들이 내세운 의혹은 ‘주장’일 뿐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우리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주장하는 의혹과 무관하다”며 “자본시장법 규정을 준수해 주문을 수탁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고객들의 주문이 몰리는 건 회사 PBS 부서의 영업 역량 덕분이지 시세조종성 불법 거래와는 관련이 없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6월 한투연이 발송한 질의서에 대해서도 “엄격한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통해 공매도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회신했습니다. 컴플라이언스부가 불법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거래내역을 매일 점검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 공매도 주문 수탁’과 관련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죠.

한편 한투연 측은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가 소홀하다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로 했습니다. 불법 공매도를 통한 시세조종 의혹을 확실하게 밝혀달라는 건데요.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동학개미들의 불신의 눈초리가 짙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해 보입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K스탑운동 당일 기관·외국인의 23만주 현물 매도와 공매도 30만주는 의도적으로 주가를 폭락시키기 위한 시세조종이라고 본다”며 “금융당국은 당일 3시 이후 대량 매물이 나온 계좌를 조사해 통정매매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하락시킨 과정을 금융당국이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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