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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현대카드-커머셜 선택한 정태영 부회장, 계열분리設 재점화

금융 카드

[이슈분석]현대카드-커머셜 선택한 정태영 부회장, 계열분리設 재점화

등록 2021.09.10 09:07

수정 2021.09.10 10:19

이수정

  기자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임···카드·커머셜 경영에 집중정 부회장 부부 ‘커머셜 최대주주'로 카드 지배 가능홀로서기 핵심 키워드는 현대카드···플랫폼社로 변화

현대카드-커머셜 선택한 정태영 부회장, 계열분리設 재점화 기사의 사진

정태영 부회장과 부인 정명이 현대카드 사장의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계열 분리설이 재점화되고 있다. 정 현대카드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직 사임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정 부회장의 지배력이 전무한 현대캐피탈을 손에서 놓고 그룹 내 정 부회장 일가 지배력의 중심인 현대커머셜과 현대카드에 집중함으로써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열 분리를 향해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초부터 정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대표이사를 사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던 만큼 업계 역시 이번 사임을 계열 분리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소유한 현대커머셜과 현대카드 지분율이 여전히 높고 현대카드의 경우 20%가 넘는 매출이 현대그룹 계열사에서 나오기 때문에 단기간 내 계열 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정 부회장 일가와 현대차가 가진 현대커머셜의 지분율이 동일(37.5%)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양도 및 유상증자 등으로 어렵지 않게 지배력 재편이 가능하다는 점, 현대카드 특수관계인 수익률 역시 계열 분리 후에도 충분히 보전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계열 분리는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왜 현대캐피탈을 버렸나=정태영·정명이 부부가 유일하게 지배력을 가진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현대커머셜이다. 현대커머셜을 통해 현대카드 지배력을 가지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구조인데, 간단하게 정 부회장의 현대차그룹 내 영향력은 ‘정태영·정명이 부부→현대커머셜→현대카드’의 지배구조로 설명된다.

현대커머셜은 2018년 10월 현대차 지분 50%, 정명이 사장이 33.33%, 정 부회장이 16.7%를 소유하고 하고 있었다. 현대차와 정 부회장 내외가 정확히 5대 5로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것. 그러다 2018년 재무적투자자(FI·25%)를 맞이하면서 현대차와 정 부회장 일가 지분율은 35.7%로 동일하게 줄었고 그 지배력이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완전한 현대기아차 소유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대캐피탈 지분 구조를 보면 현대차가 59.68%, 기아차가 20.1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0%씩은 엘리시아제육차주식회사와 제이스씨삼차주식회가 각각 가지고 있는데 두 회사 모두 현대차그룹의 특수목적회사다. 즉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내 금융계열사 경영권을 쥐고 있지만 현대캐피탈의 지분률은 0%인 셈이다.

그렇다고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캐피탈 지분을 정 부회장에게 나눠줄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캐피탈이 주는 수익을 보면 사실상 현대캐피탈은 그룹을 위한 회사로 봐야한다. 현대캐피탈 지분으로 현대차그룹이 챙겨가는 배당수익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매년 현대캐피탈 연결기준 순이익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당수익의 형태로 받아 간다. 2018년에는 현대자동차가 521억원, 기아자동차가 176억원의 배당수익을, 2019년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각각 534억원, 180억원 가량의 배당수익을 챙겼다. 정 부회장의 '현대차 그룹 내 금융계열사 경영 수장' 이름표가 애매해지는 대목이다. 정 부회장 입장에선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직은 오너의 역할이 아닌 전문경영인 자리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커머셜→현대카드' 지배구조를 더 공고히 하는 선택을 해야했다. 지난 8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현대카드 지분 24%를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와 오랜 우호 관계인 대만 푸본생명과 은행에 인수하게 한 정 부회장의 행보가 여기서 설명된다.

지난 8월 현대카드 지분 24%를 가지고 있던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푸본생명에 20%, 현대커머셜에 4%씩 지분을 팔았다. 앞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2017년 2월 싱가포르투자청, 카라일그룹 계열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 등과 미국 GE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카드 지분 43% 중 24%(3766억원)를 투자했다. 당시 GE캐피탈의 나머지 현대카드 지분(19%)은 현대커머셜이 사들인 바 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현대카드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했다. 그러나 잇따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가 위축되면서 카드사 가치가 낮아지고 현대카드가 준비하던 베트남 진출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좌절됐다. 이 가운데 푸본생명과 현대커머셜이 제시한 지분 인수 금액이 총 5200억원(푸본 4343억원·현대커머셜 868억원)으로 적지 않았다. 2017년 인수 당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현대카드 지분 인수금액으로 투자한 약 3800억원보다 많은 액수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 부회장 일가 지분과 현대커머셜(정태영·정명이 부부 최대주주), 푸본생명 지분을 총합하면 48.54%, 현대기아차 지분 48.44%가 된다. 정 부회장 일가의 커머셜 지분은 최초로 그룹 지분보다 우위로 올라설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현대커머셜과 현대카드에 현대기아차의 지분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계열 분리설을 희석하는 부분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현대커머셜 최대주주이며, 현대카드 지분도 48.5% 소유한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말 기준 현대카드의 수익 1조1689억원 중 현대차 등 특수관계인 수익이 21.46%를 차지하고 있어 계열 분리는 쉽진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정 부회장과 현대차그룹의 현대커머셜 지분이 37.5%로 동일한 상황에서는 정 부회장이 유상증자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지분율을 높이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현대카드의 특수관계인 수익 20%는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를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 시킨 후 보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충분히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를 빅데이터 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가지고 캐피탈 대표이사를 사퇴한다고 밝혔다"면서 "그 동안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내에서 쌓은 금융계열사 수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역할을 하기 위한 계열 분리를 실시할 것이란 관측은 오래전부터 나왔고 이번에 현대차그룹 지배력이 100%인 현대캐피탈을 내려놓음으로써 장기적인 계열 분리 작업의 초석을 깔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 현대카드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정 부회장은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을 오는 30일에 내려놓기로 했다. 현대캐피탈은 그간 각자 대표이사직을 맡았던 목지원 대표이사 단독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사위인 정 부회장은 2003년부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등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대표이사로 활동해왔다. 2007년에는 현대차그룹 상용차 금융사인 현대커머셜 수장도 맡았다.

정 부회장은 카드업계 최초로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선보이며 현대카드를 업계 4위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금융과 디지털을 융합한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도입, 이에 기반한 상품 설계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업계 호평을 받았다.

상품, 광고, 브랜드, 서비스 등 업무 전반에서 혁신 기법을 도입하고 슈퍼콘서트 등 문화마케팅을 최초로 시도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를 ‘트랜디한 카드’ ‘예쁜 카드’ ‘디자인을 입힌 카드’로 브랜딩하는 데 성공했고 이는 젊은 세대의 반응을 끌어냈다.

하지만 현재 카드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PLCC카드는 모든 카드사가 내놓고 있는 데다 빅테크사들의 결제사업 진출로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카드는 장기적으로 IPO도 추진해야 한다.

앞으로 정 부회장은 현대캐피탈 대표이사를 내려놓으면서 현대카드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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