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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은보 금감원장이 DLF 소송 항소 고심하는 이유는

오피니언 기자수첩

[임정혁의 금융팀 타자기]정은보 금감원장이 DLF 소송 항소 고심하는 이유는

등록 2021.09.14 08:01

임정혁

  기자

금융감독원장 공백이 석 달째 이어질 당시 누가 새로 지휘봉을 잡든 CEO 제재 논란이 가장 큰 과제로 놓였다는 시선에 금융권 다수가 동의했다.

지난해 1월 금감원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 은행·증권사 CEO 10여명을 징계한 것을 두고 신임 금감원장의 수습이 남았다는 평가였다.

금감원 결정에 불복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잡음은 논란으로 번졌고 그사이 신임 원장 취임과 행정소송 1심이 어느 정도 시차를 둘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분류됐다.

금감원 판단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나온 지난달 1심 결과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손 회장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내부통제와 관련해 은행 내부규정에 반드시 포함될 내용이 흠결돼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금감원 제재 사융 중 금융상품 심청절차 마련의무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아 금감원 제재는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들리는 말로는 판결 직후 금감원 내부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여러 시나리오를 갖고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가장 최악의 결과가 나온 건 분명했다. 시선은 금감원 여의도 사옥 11층에 금감원장실로 향했다.

전임 윤석헌 금감원장 시절 발생한 일이지만 공교롭게도 지난달 6일 취임한 정은보 금감원장이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 원장 입장에선 취임한 지 정확히 3주 만이다. 그것도 가장 고심되는 결과인 행정소송 1심에서 패한 뒤 항소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갈림길에 섰다.

정 원장이 판결 직후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금감원 내부에서도 여전히 항소 여부에 감을 못 잡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철저한 보안 속에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원장과 함께 취임해 새 금융위 수장이 된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금감원장이 새로 오셨으니 논의해봐야 한다”며 “항소 여부는 금감원에서 결정할 것인데 내부 통제 관련해서도 개선 사항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지난 10일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금감원의 항소 기한은 오는 17일까지로 어느새 2주가 흘렀고 나흘 안에 정 원장의 결단만 남았다.

그사이 금융권 얘기를 들어보면 답은 나와 있다는 예측도 흘러나온다. 같은 사안을 두고 하나은행 제재심의위원회가 걸려있고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도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추가로 ‘내부통제 위반’ 등으로 금감원 중징계를 받은 CEO도 줄줄이 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정부 기관이 행정 소송에서 패하면 곧바로 항소했는데 금감원은 이와 다른 결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해 금감원이 더는 항소로 사안을 키우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특히 금감원 내부에서도 항소하지 말고 사안을 조금이라도 빨리 매듭지어 새로운 원장 시대를 맞이한 시점에 새롭게 변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정 원장에겐 엄밀히 말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있는 선택권과 명분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차라리 항소하지 않고 넘어가기 위한 타이밍은 잡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전임자 시절에 발생한 일이고 CEO 제재 당시부터 ‘무리하다’라는 잡음이 많았기 때문에 그 책임을 고스란히 안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항소 여부를 놓고 정 원장의 금감원 운영 향방을 알 수 있다는 분석은 의견이 아닌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윤 전 원장과 정 원장의 취임 일성을 비교해 금감원이 이쯤에서 항소하지 않고 멈출 것이란 예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윤 전 원장은 2018년 5월 취임사에서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잠재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현실화된 위험에는 엄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금융감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서 소신을 가지고 시의적절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다시 취임사 전문을 되돌아봐도 당시부터 윤 전 원장의 방침은 뚜렷했다. 독립성이라는 확실한 키워드 속에 감독 권한을 가진 금감원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자 했다. 윤 전 원장은 임기 중 금융사 종합검사를 부활시키고 관계 부처와 대립각도 서슴지 않았다. 확실한 감독과 제재 드라이브로 3년 임기를 완주하고 결과적으론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임한 3번째 금감원장으로 남았다.

반대로 정 원장의 취임사는 윤 전 원장과는 결이 다르다. 정 원장은 취임사에서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현장의 고충과 흐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후 제재에만 의존해서는 금융권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결국은 소비자 보호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며 “시장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소비자와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각 분야 전문가의 조언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취임사만 놓고도 뚜렷이 대비되는 이전 금감원과 지금 금감원의 수장은 그 모습 그대로 판단할까. 적어도 금융권에서는 ‘정은보 원장의 시간이 왔다’고 정의하며 항소하지 않을 것이란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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