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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이대로는 안 된다” 신동빈의 결단

“유통 이대로는 안 된다” 신동빈의 결단

등록 2021.11.25 17:46

김민지

  기자

롯데쇼핑 대표 42년 만에 첫 외부인사 영입호텔롯데·백화점 대표도 외부 출신 인사로5년 만에 BU 체제 폐지하고 HQ 체제 전환

“유통 이대로는 안 된다” 신동빈의 결단 기사의 사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으로 완전히 주저앉은 롯데그룹에 칼을 뺐다. 특히 그룹 사업의 큰 축인 롯데쇼핑이 실적 개선은 커녕 뒷걸음질을 계속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신 회장은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통 부문 요직에 외부 인재를 수혈하는 ‘전례 없는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현재 롯데그룹은 경영권 다툼, 국정농단 사건과 오너일가 경영 비리 재판, 중국의 경제 보복, 한일관계 악화 등에 이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며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신 회장은 변화와 쇄신을 위한 특단책으로 롯데그룹 요직에 외부 인재를 속속 앉히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내부 인재를 발굴하는 데 집중한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행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영관리 체계는 기존 비즈니스 유닛(BU·Business Unit) 체제에서 헤드쿼터(HQ·HeadQuarter) 체제를 도입하는 조치도 진행했다.

◇‘최악 실적’ 유통·호텔 특단의 조치···외부 인재 전격 수혈 = 롯데그룹은 25일 롯데지주를 비롯한 유통·식품·화학·호텔 부문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매년 12월 초·중순께 임원 인사를 했는데,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보름 정도 앞당겼다. 롯데가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인사 시기를 앞당겨 내년도 경영 계획을 빠르게 수립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유통 부문과 호텔 부문은 수장이 교체됐다. 기존 유통·식품·화학·호텔 BU(Business Unit)장 중 강희태 유통BU장(부회장)과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사장)은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경질됐다.

새 HQ 체제에서는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가 유통과 호텔 사업군의 총괄대표로 각각 선임됐다. 기존 백화점 사업부 대표인 황범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도 경질됐고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가 새 대표로 선임됐다. 지난해 외부 출신으로 롯데마트 대표 자리에 오른 강성현 대표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쇼핑 대표 자리에 외부인사가 영입된 것은 42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기존 ‘롯데맨’으로는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신 회장의 위기의식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당초 롯데그룹은 인사가 보수적이고 변화의 흐름에 늦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대부분이 공채 출신으로 채워질 정도로 순혈주의가 강했다. 그러나 2015년 경영권 분쟁 이후 5년째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자 외부 수혈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희태·이봉철 경질···非롯데맨 김상현·정준호·안세진 발탁 = 특히 강 전 부회장이 이끌었던 롯데쇼핑의 경우 올해 경쟁사들의 실적은 완전한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과 달리 유일하게 부진이 지속됐다.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11조7892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983억원으로 40.3%나 줄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창사 42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롯데마트는 벌써 올해만 두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신임 유통군 총괄대표로 선임된 김상현 부회장은 글로벌 유통 전문가로,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롯데쇼핑이 실적이 크게 악화하면서 희망퇴직까지 단행한 만큼 새로운 얼굴을 발탁해 조직을 혁신하고 실적을 회복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상현 총괄대표는 국내외에서 쌓은 전문성과 이커머스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의 유통사업에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는 지난 2019년 경쟁사인 신세계에서 영입된 인물이다. 1965년생으로 성균관대 산업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부터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장을 역임했고 2014년 조선호텔 면세사업부, 2015년~2017년 신세계 이마트 부츠(Boots) 사업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호텔롯데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이 1조97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729억원을 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호텔 부문이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호텔롯데 상장이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의 실질적 지주사로, 일본 롯데의 지배에서 벗어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기 위해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다. 업계는 올해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지속하면서 호텔롯데의 상장이 사실상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임 호텔군 총괄대표로 선임된 안세진 사장은 신사업 전문가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안세진 총괄대표는 신사업 및 경영전략,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호텔 사업군 실적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는 미션을 안게 됐다.

◇식품 부문 민영기 나홀로 퇴진···김교현 화학 총괄 부회장 승진 = 식품 부문의 경우 식품 BU장인 이영구 사장이 식품군 총괄대표와 롯데제과 대표로 선임됐다. 박윤기 롯데칠성 대표,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 차우철 롯데지알에스 대표는 모두 성과를 인정 받아 재신임 받았다.

반면 4년간 자리를 지킨 민영기 롯데제과 대표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제과 업황이 좋은데도 경쟁사 대비 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제과는 영업이익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973억원으로 51.9%, 지난해 1126억원으로 15.6% 증가하면서 성장이 둔화하고 있따.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56억원으로 6.0% 증가하는데 그쳤다.

화학 부문은 김교현 화학BU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화학부문 총괄 대표도 계속해서 맡게 됐다. 정경문 롯데정밀화학 대표는 일선에서 물러나고 김용석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이사가 부사장 승진 후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2017년 이후 4년 만에 영업이익 2조원 돌파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타격까지 겹치며 3569억원까지 실적이 하락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며 4년 전 호황기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정밀화학 또한 코로나19 영향이 있던 지난해와 달리 산업 전반의 수요 증가로 올 3분기 분기 최대 매출을 갱신했다.

이동우 부회장 또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것을 인정받아 승진했다.

◇6개 산업군으로 계열사 유형화···실행력 강화한 HQ체제 도입 =롯데그룹은 조직 체계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5년 만에 BU 체제를 폐지하고 HQ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롯데는 지난 2017년 3월 BU 체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BU를 조직해 각 BU장이 해당 사업군의 경영을 총괄하도록 했다. 그러나 더욱 빠른 변화 관리와 실행, 미래 관점에서의 혁신 가속화를 위해 이번 조직개편을 추진하게 됐다.

롯데는 출자구조 및 업의 공통성 등을 고려해 6개 사업군(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탈)으로 계열사를 유형화했다. 이중 주요 사업군인 식품, 쇼핑, 호텔, 화학 사업군은 HQ 조직을 갖추고, 1인 총괄 대표 주도로 면밀한 경영관리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IT, 데이터, 물류 등 그룹의 미래성장을 뒷받침할 회사들은 별도로 둬 전략적으로 육성해나갈 방침이다.

HQ는 기존 BU 대비 실행력이 강화된 조직으로 거듭난다. 사업군 및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강해 사업군의 통합시너지를 도모할 계획이다. 구매, IT, 법무 등의 HQ 통합 운영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각 그룹사의 자율경영, 책임경영을 강화함에 따라 롯데지주는 지주사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한다. 그룹 전체의 전략 수립 및 포트폴리오 고도화, 미래 신사업 추진, 핵심인재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주사와 HQ·계열사 간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산하 사업지원팀도 신설됐다.

롯데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더욱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짐으로써 조직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계열사 책임경영 및 컴플라이언스가 강화됨에 따라 그룹의 ESG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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