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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해체론 핵심은 ‘예산권 회수’···사실은 차기정부 ‘주도권 선점’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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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재부①]정치권, 기재부 해체론 군불

이재명 “기재부, 예산 쥐고 타부처 통제 제한할 필요”
경제분야보다 복지분야 예산은 소극적···자치분권 요구
노동계, “불평등 개선, 기재부 중심 지배구조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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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기재부의 나라냐. 기재부에 과도하게 권한이 쏠려 있다”

경제 수석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쪼개질 수도 있는 위기를 맞았다. 공룡 부처의 권한 집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예산권을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처 신설, 조직 분리 등 끊임없이 조직 개편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기재부·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는 고용부·교육부·산업부·여성가족부 등의 정부조직 개편을 검토 중이다. 특히 기재부는 차기 정부 조직 개편의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이 후보는 기재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며 ‘기재부 해체론’을 공식화했다.

현재 기재부 조직은 1장관, 2차관, 1차관보, 3실(기조실·세제실·예산실), 1대변인, 11개국, 103개과로 구성됐다. 경제정책 수립·조정, 예산, 세제 등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핵심적인 경제정책 권한을 한 손에 쥐었다. ‘경제4권’에서 금융을 제외한 3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재부 예산실은 기재부 내에서도 ‘핵심 부처’로 손꼽힌다. 국가 예산 운용에 대한 결정은 물론 각 부처와 관련된 예산에서 부터 전체 나라살림의 윤곽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우선 ‘기재부 해체’ 움직임은 기재부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기재부는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이긴 하지만 정책 총괄권뿐 아니라 예산권까지 쥐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등 굵진한 사회 정책까지 포함해 전반적인 정책까지 책임진다. 기재부가 예산권으로 타 부처를 통제하는 상황까지 됐다는 판단이 기재부에서 예산권을 떼놓겠다는 생각을 한 배경이라고 이 후보도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예산 권한으로 다른 부처의 상급 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며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재부의 제일 문제는 기획·예산·집행 기능을 다 가진 것”이라며 “그 문제를 교정해야 각 부처의 고유 기능이 살아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국가 재정을 시종일관 경직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기재부가 ‘곳간지기’로서 재정을 아끼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 같은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선 오히려 국가 성장을 발목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위한 예산 증액에 합의를 이룬다 해도, 기재부의 동의 없이는 예산을 늘릴 수 없다.

이 후보와 기재부 간 갈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때마다 반복됐다. 앞서 이 후보는 올해 추가 세수를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활용하자고 주장한 데 대해 기재부가 부정적 입장을 고수한 끝에 결국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이 후보는 27일 전남 강진에서 진행한 ‘강진 농민들과 함께하는 국민반상회’에서 “일단 당은 제 페이스대로 많이 바뀌었는데 기재부는 죽어도 안 잡힌다”고 비판했다. 그는 홍 부총리 등을 겨냥해 “얘기 좀 들어주세요. 제발 좀”이라며 “국민이 공직자에게 권한을 맡길 때는 그 권한을 활용해서 필요한 일을 하란 것 아니냐. 그런데 왜 안 쓰나, 최대치로 써야지”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재부 해체론’은 기재부가 어느 정도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재부는 나라 곳간을 여는 문제를 두고 여당과 사사건건 충돌해 여당의 미운털을 샀고, 문 정부의 정책실패 원인을 기재부의 ‘막강한 권력’에 돌리는 목소리가 커졌다. 부동산 정책, 초과세수 오류 등 큼직한 사안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도 못 했다.

얼마 전 기재부는 올해 초과세수가 2차 추경 당시 세입 전망보다 19조원 늘어날 것이라며 기존 전망(10조원)을 반나절만에 정정한 일이 있었다. 대통령과 여당에 이미 19조원이라는 초과세수 전망치를 보고해 놓고도 10조원대라고 주장하다, 여당에서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제기되자 말을 황급히 바꾼 것이다. ‘미묘한 말바꾸기’가 들통나면서, 기재부는 여당의 해체론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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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에서도 ‘기재부 쪼개기’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 조승래 의원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의 통합) 당시 문제의식이 지금 상황에 맞는 것인가에 대해 당 안팎에서 문제제기가 오래돼 왔다”며 “후보 개인의 생각이라기보다 당 안팎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경제분야 예산에 비해 복지분야 예산이 더딘 것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장기화되면서 사회 불평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예산 편성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달 27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 등과 공동주최한 ‘차기 정부를 위한 재정개혁 정책 심포지엄’에서도 기재부에 집중된 예산편성, 정책기획 그리고 성과평가 기능을 분리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용 의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간 보건·복지·노동 분야 지출은 49.8% 증가했는데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지출은 86.5% 증가했다. 용 의원은 “예산이 경제와 복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라며, “민주주의라면 국민이 바라는 곳에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국민과 국회가 요구하는 정책도 기재부가 반대하면 시행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사회나 전문가들 또한 코로나19 유행 피해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고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 편성이 절실한데 기재부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지방분권에 대한 열망의 목소리도 기재부의 역할 축소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돈과 조직 등에 대한 중요한 권한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자치제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많다.

야당에서도 기재부의 권한 집중을 지적하고 나섰고, 최근 노동계 등 여론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자영업자들은 기재부 해체를 요구하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지난 2일부터 노숙 농성을 벌인 바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현정희, 이하 공공운수노조)은 ‘기획재정부 해체 운동’을 25일 선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재부공화국을 해체하고 나라다운 나라로!’ 기자회견을 통해 “기획예산, 재정경제, 공공기관 관리 등 경제 권력이 기획재정부로 집중돼 정부조직, 정부와 국회 간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벌중심 경제구조와 신자유주의 체제의 대전환이 시급하지만 기득권 동맹의 저항 앞에 가로막혀 있다. 불평등 해결과 사회대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기재부”라고 지적했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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