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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된 메가조선의 꿈···조선 ‘빅2’ 재편 물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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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대우조선 합병 무산]
EU의 몽니···적극 소명도 안통했다
조선사 특성상 한 곳 반대하면 최종 불발
두 기업 LNG선 점유율 60%, 독과점 우려
글로벌 대형선사 유럽 소속, ‘자국우선’ 결단
사업 매각 요구에 가격고정·기술이전 제시도
현대중 “매우 유감···법원 시정요구 등 대처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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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최종 무산됐다. 주요 경쟁당국인 유럽연합(EU)이 기업결합을 불허하면서다. ‘K-매머드 조선사’의 글로벌 시장 제패 꿈도 3년 만에 물거품이 됐다.

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U는 두 조선사가 합병할 경우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초 EU는 오는 20일께 두 기업의 결합 승인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불허로 무게가 기울었다는 이야기가 주류로 굳어지면서,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한 것은 지난 2019년 1월이다. 2개월 뒤 대우조선해양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세계 2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결정한 배경은 ‘초격차’ 경쟁력 확보였다. 전세계 조선 산업이 기업간 경쟁이 아닌, 국가대항전으로 변화했다는 점도 주효했다.

현대중공업은 그해 6월 조선 계열사를 관리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했고, 7월 우리 공정거래위원회와 EU, 일본, 중국 등 6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싱가포르는 단 2개월 만에 두 조선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하지만 공정위와 EU, 일본 3국에서는 어떠한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EU는 코로나19 장기화를 이유로 수 차례 심사 절차를 연기했고, 공정위와 일본은 이런 EU의 눈치를 봤다. 기업결합 심사는 경쟁당국 중 단 한 곳이라도 불허 통보를 내리면 무산된다.

국내 조선사 빅3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LNG선 총 68척을 수주했다. 전체 발주량 78척의 87%에 달하는 수치다. 현대중공업은 32척, 대우조선해양은 15척의 계약을 따냈는데 총 점유율은 60%다.

EU는 두 조선사 합병으로 LNG선박 가격이 급등할 것을 전망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후 선박을 LNG선 등 친환경 선박으로 빠르게 교체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전략 등 온실가스를 대폭 저감하기 위한 각종 규제들이 생긴 점도 한 몫했다.

하지만 시장 수요 대비 공급은 충분치 않다. 더욱이 현재는 국내 조선사 빅3가 서로 수주경쟁을 벌이는 만큼 LNG선 가격이 일부 유지되는데, 빅2로 재편되면서 가격 인상을 제어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덴마크 머스크나 스위스 MSC, 프랑스 CMA CGM, 독일 하팍로이드 등 글로벌 5대 대형선사 대부분이 유럽 국가 소속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EU가 현대중공업 측에 “LNG선 사업부를 일부 매각해서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의 시정조치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LNG선 사업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알짜’ 고부가 선박으로 수익성이 담보되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사업을 떼 내는 것은 결과적으로 손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법률자문사와 경제분석 컨설팅기업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조선시장은 단순히 기존의 시장 점유율만으로 지배력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2년간 피력해 왔다.

실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뿐 아니라 드릴십, 원유운반선, 컨테이너선, 군함 등을 건조한다. LNG선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또 EU 공정위에서 우려를 표한 LNG선 시장의 경우 삼성중공업과 중국 후동조선소, 일본 미쓰비시, 가와사키 등 유효한 경쟁자들이 이미 시장에 존재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현대중공업은 몇 걸음 물러나 EU를 설득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일정 기간 동안 LNG선박 가격을 고정하고, 국내 중소 조선소에 기술을 일부 넘기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EU를 설득하기엔 역부적이었다. EU가 무엇보다 자국 선사들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러 국가에서 쏟아질 ‘자국 우선주의’ 비판에도 개의치 않아 하며 끝내 불허를 선언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EU 발표 직후 “EU 공정위의 결정은 매우 비합리적이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오래 전 조건 없는 승인을 내린 싱가포르와 중국 공정위의 결정에 반하는 불허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EU의 불허 판결을 번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계획이지만,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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