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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한진칼 지분 깜짝 매입한 호반, 조원태 '백기사'일까(종합)

산업 항공·해운

한진칼 지분 깜짝 매입한 호반, 조원태 '백기사'일까(종합)

등록 2022.03.28 19:29

수정 2023.09.06 10:48

이세정

  기자

2018년 하반기부터 지분 매입, 3년 반만에 엑시트940만주 장외매수, 나머지 주식·신주인수권 콜옵션주주제안 해놓고, 주총 이틀전 SPA 체결···명분쌓기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을 공격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4년도 안 돼 '엑시트(투작금 회수)'를 결정했다. 현재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 전량은 호반그룹이 넘겨받는다. 재계 안팎에서는 호반그룹이 조원태 회장 백기사가 될지, 점령군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8일 KCGI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1일 호반건설과 한진칼 주식을 장외매매하는 계약(SPA)을 체결했다. 잔급 지급일과 주식 등의 인도일은 다음달 4일이다.

이번 거래 대금은 총 5670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호반건설 특수관계짜인 ㈜호반은 지난 18일 한진칼 보통주 5만2000주를 장내매수했다. 취득단가는 5만5889원으로 총 30억원 규모다. 호반건설은 장외매수로 보통주 940만주를 주당 6만원에 취득할 계획이다.

KCGI가 보유한 나머지 161만4917주와 신주인수권 80만주에 대해서는 매도청구권(콜옵션)을 갖기로 했다. 콜옵션 행사기간은 오는 8월21일까지다. 매매대금은 기타 주당 6만원, 신주인수권 주당 2만5000원이다. 즉, 이 기간 동안 호반건설은 KCGI가 보유한 나머지 주식과 신주인수권 등을 모두 취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거래에 따라 호반그룹 지분율은 약 14%가 된다. 만약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총 지분율은 17.41%로 늘어난다. 하지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KCGI가 지분율 3.30%의 소수 주주로 남게 된다.

KCGI와 호반그룹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시점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23일보다 이틀 가량 앞선 시점이다. KCGI는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주주제안에 나서며 경영 견제에 나섰지만, 결국 엑시트 명분을 쌓기 위한 출구전략의 일환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KCGI 산하 투자목적법인들의 만기가 줄줄이 도래하면서, 엑시트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KCGI는 이날 입장문을 배포하고 "지난 3년반 동안 한진그룹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힘써왔다"며 "한진그룹이 현재 장기 성장을 위한 도약대에 올라섰다고 판단한다. 엑시트를 위한 여건도 성립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장 매각 방식을 택하지 아니하고, 현 경영진을 도와 기업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경영진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때는 효과적인 견제를 할 수 있는 매수자에게 일괄 매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며 "매수자께서도 그렇게 하실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진칼 주주구조에는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전 부사장 제외)의 지분율은 18.87%이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로는 ▲반도건설 17.02% ▲델타항공 13.21% ▲산업은행 10.58% 등이 있다. 콜옵션 행사를 가정하면, 호반그룹은 한진칼 2대주주 지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호반그룹이 한진칼 주요 주주로 등판한 배경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번 지분 취득 목적은 '단순 투자'다. 호반그룹은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약식'으로 공시했다. 약식 공시는 의결권 등 지분율과 무관하게 보장되는 권리만을 행사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공시 의무만 부과된다. 반면, 경영권에 영향을 주려면 '일반 공시'를 따라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호반그룹이 한진칼 경영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호반그룹을 조 회장의 백기사로 분류하는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경영권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 회장의 현 경영 체제를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는 의미라는 주장이다.

다만 호반그룹이 지분 투자 목적을 변경할 수 있다고는 점에서 명백한 우호세력으로 예단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경쟁사인 반도건설과 힘을 합세할지는 미지수다. 반도건설은 현재 3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당초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지분 매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KCGI와 규합하며 경영권을 공격했다. 호반건설의 최종 목적이 경영권 확보라면, 반도건설과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막대한 현금력을 갖춘 만큼, 공격적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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