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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오너'의 젊은 경영···성과 입증해야

80년대생 CEO가 뛴다

'MZ 오너'의 젊은 경영···성과 입증해야

등록 2022.03.30 07:49

수정 2022.03.30 09:52

신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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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보령·대원·한독·동화 경영 승계 본격화시험대 오른 CJ·농심 등 식품업계 3세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제약·유통업계 오너가(家) 후계자들이 속속 전면에 등장하며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2030세대인 오너 3세 경영인들은 주로 해외에서 학업을 마치고 회사에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시험대에 올랐다. 경영 일선에서 조직 내 안정과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단 복안이지만 이르게 임원 자리에 오른 만큼 확실한 능력과 분명한 성과를 입증해야할 숙제를 안게 됐다.

◇'보령·대원·한독·동화' 오너 3·4세 경영 본격화=보령제약은 창업주인 김승호 명예회장의 손자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를 보령제약 대표이사로 선임해 오너 3세 체제를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헬스케어 산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단 방침이다.

앞서 보령제약은 지난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를 사내이사로 올리고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보령홀딩스는 사실상 보령제약 지주사로 김 대표는 2019년부터 보령홀딩스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1985년생으로 창업주인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미국 미시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대학교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14년 보령제약 이사대우로 입사해 전략기획팀, 생산관리팀, 인사팀장을 거쳐 2017년 1월부터 보령홀딩스 사내이사 겸 경영총괄 임원으로 재직해왔다.

보령제약은 2009년 김 명예회장이 장녀인 김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이후 오너·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왔다. 그러다 2018년 12월 김 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스스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안재현 사장과 이삼수 사장이 각각 경영과 연구 부문을 맡아 운영하는 '투톱'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다. 지난해 8월에는 당시 경영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던 장두현 이사가 보령제약 최연소 대표이사로 선임,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보령제약은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전문경영인 장두현 이사도 재선임을 확정해 김정균, 장두현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다시 오너·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게 된 배경에 대해 '경영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오너가 있는 회사였을 때에도 전문경영인은 계속 있었다"며 "(김 대표가 선임된 이유는)경영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며, 회사 성장이나 투자 부분에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원제약도 지난 25일 열린 주총에서 오너 3세인 백인환 마케팅본부장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1984년생인 백 전무는 창업주 고(故) 백부현 전 회장의 손자이자 백승호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브랜다이스대를 졸업한 후 삼정KPMG 회계법인에서 일하다 2011년 대원제약 마케팅팀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해외사업과 마케팅, 신사업팀을 이끌다 2019년 마케팅본부 전무로 승진했다.

한독 또한 지난 24일 정기 주총에서 오너 3세인 김동한 경영조정실 상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1984년생인 김 상무는 한독 창업주인 고 김신권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김영진 한독 회장의 장남이다. 2014년 한독 경영조정실로 입사해 2020년 상무보에 올랐다.

한독 측은 "김 상무가 경영전략 및 기획, 장단기 회사 경영의 전 부문에 걸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능력을 검증해 사내이사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 역시 한독약품 입사 후 경영조정실 이사와 전무를 거쳐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어 김 상무도 사내이사 선임을 계기로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화약품은 30일 열리는 주총에서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님이자 오너 4세인 윤인호 부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앞서 동화약품은 윤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회사 최고책임운영자(COO)로 선임했다.

1984년생인 윤 신임 부사장은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13년 동화약품 과장으로 입사해 2018년 초 상무로 승진했다. 2019년 3월에는 등기임원 자리에 오르며 이사회에 합류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윤 신임 부사장을 중심으로 동화약품의 4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CJ·농심·삼양 승계 본격화···매일유업·오뚜기 등도 재편 시동=유통업계도 오너가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CJ, 농심 등 식품업계가 지난해 임원 인사를 통해 오너 3세를 대거 승진시키며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을 지난해 12월 신임 임원(경영리더)으로 승진 발령내며 식품전략기획 1담당을 맡겼다. 이 경영리더는 1990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사원으로 CJ그룹에 입사했다. CJ제일제당 과장, 바이오사업관리팀장을 거쳐 CJ 지주사 경영전략실 부장으로 근무한 뒤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이 경영리더는 미주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지난해 9월 글로벌비즈니스담당으로 회사에 복귀한 지 8개월 만에 '비비고'와 미국 미국프로농구(NBA) LA레이커스의 파트너십을 성사시켰다. LA레이커스와의 계약은 CJ그룹이 그동안 진행해온 스포츠 마케팅 중 최대 규모인 1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경영리더는 이 파트너십 체결을 위해 여러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경영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재현 회장의 장녀이자, 이 경영리더의 누나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도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남매가 CJ그룹의 핵심 계열사 두 곳에 전진 배치된 모습이지만 업계는 CJ그룹이 범삼성가인 만큼 '장남 승계원칙'을 적용, 이 경영리더의 승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 또한 지난해 말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부장을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시켰다. 신 상무는 지난 2018년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직후인 2019년 3월 농심 경영기획팀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경영전략과 기획, 예산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대리, 부장을 거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한 경우다. 부장 승진 1년 만에 임원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1993년생으로 올해 서른이 된 신 상무가 농심 입사 3년 만에 임원직에 오르며 농심도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그간 신 상무가 경영기획, 경영전략 등의 업무를 익히고 이번에 제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구매부서에서 두루 경험을 쌓으며 요직을 모두 거치고 있어서다. 특히 농심 2세인 신 회장은 지난해 말 이병학 생산부문장 전무를 공동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하며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상황이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 전병우 이사는 이선호 경영리더, 신상열 상무보다 앞서 경영진의 자리에 올랐다. 1994년생인 전 이사는 2019년 6월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했다. 애당초 전 이사는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 후 외부 경험을 쌓을 계획이었으나 삼양식품 경영 공백 우려가 깊어지자 일찌감치 회사에 합류했다. 이후 경영관리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2020년 6월 입사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했다. 현재 전략운영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 설립된 삼양식품 계열사 '삼양애니'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독자행보도 보이고 있다. 삼양애니는 콘텐츠 커머스 회사로 SNS 콘텐츠 제작과 퍼블리싱 활동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실제 삼양식품은 불닭 캐릭터 '호치'를 활용한 유튜브 콘텐츠 '불타오르게 위대하게' 등을 공개해 마케팅 콘텐츠와 캐릭터 사업 확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장남인 김오영(1986년생)씨는 지난해 10월 매일유업에 입사해 생산물류 혁신 담당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신세계에서 근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4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백화점과 신세계프라퍼티 등에서 재무담당을 맡았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 담서원(1989년생)씨도 지난해 7월 오리온에 입사해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의 외손자로, 오리온 입사 이전에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장남 함윤식(1991년생)씨도 오뚜기 경영지원팀에서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제약·유통 주요 기업 3~4세들이 잇따라 전면에 나서며 이들이 향후 어느 정도의 경영 능력을 보여줄지에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주요 보직을 책임지고 있거나 임원에 오른 만큼 실적으로 평가를 받게 돼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뉴노멀 시대가 열린 만큼 일찍이 경영 수업을 받고 경험을 쌓아온 이들이 젊은 감각으로 어떻게 기업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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