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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과연 가상 인간 시대가 될까?

등록 2022.05.02 08:00

수정 2022.05.26 07:19

과연 가상 인간 시대가 될까? 기사의 사진

최근 가상 인간들이 인플루언서로 그 영향력을 날로 확대하고 있다. 그 때문에 향후 그들이 만들어낼 결과에 대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캐릭터들이 있었다. 얼핏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 보인다. 정말 다른 것일까. 그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전의 가상캐릭터들이 어떠했는지 정리해 보는 것이 우선이겠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 은 1997년 12월 12일 1집 '제네시스'(Genesis)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가수 활동에 들어갔다. 그의 활약은 사람이 아님에도 눈부셨다. 타이틀곡인 록발라드 '세상엔 없는 사랑'의 빅히트로 1집 앨범은 20만 장이나 팔려나갔다.

인기 가요 순위 프로 '가요톱텐'에도 출연했으며 이외 방송사들의 라디오 인터뷰는 물론이고 연예 전문 프로그램 출연, 심지어 카이스트 명예 학생 입학식 영상 참석도 했다. 이어 8천여 명의 이상의 팬클럽 회원도 있었는데 이에 힘입어 TV CF에도 출연했다. 그 인기에 1999년에는 2집 '엑소더스'(Exodus)까지 발매했다.

그런데 뒤이어 5개월 뒤 여자 사이버 가수도 등장했다. 1998년 5월 국내 최초의 사이버 여가수 '류시아'(Lusia)가 1집 'The Stream of Time'을 들고 나왔다.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의 히트로 앨범이 3만 장 팔려나갔다. 영문식 이름을 풀면 버들 류(柳), 처음 시(始), 싹 아(芽)라는 한자를 쓰며 순수 우리말로는 새싹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앨범 발매 뒤 의류업체의 카탈로그 모델로도 활동했으며, 다양한 캐릭터 사업에도 진출했다. 특히, 사이버 작가로도 활약하고 시와 소설도 출간했다. 시집 '지상으로의 잠적'은 재판인쇄에 들어갔다.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프로야구 시구에도 참여했고, 한 벤처회사의 홍보이사로 1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1998년 당시 서울시장에 출마한 새천년민주당의 고건 후보와 영상 인터뷰를 했다.

아담처럼 1999년 4월 2집 앨범 'AD2015'도 발매했다. 이어 1998년 6월에는 세번째 사이버 가수 '사이다'(Cyda)가 데뷔하기에 이른다. 매우 관능적인 컨셉을 내세운다. 이러한 활동들을 보면 오늘날과 견주어 봐도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사이버 가수는 2년 만에 갑자기 사라진다. 세계 최초 사이버 가수 일본의 다테 쿄코도 마찬가지였다. 왜 그럴까? 일단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다. 그들의 짧은 영상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위해 많은 인적 자원도 필요했다. 더구나 팬과 나누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인간미 넘치는 교감도 미흡하였던 점은 실패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런 사이버 인간과 지금의 가상 인간은 다른 점이 꽤 있다. 구글링이 시작이었지만, 많은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했다. 일부 개발자들의 취향에 따라 가상 인간 캐릭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최대한 여러 사람이 선호하는 캐릭터 자료를 바탕으로 가상 인간을 기획 설계한다. 그러므로 좀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할 여지가 크다. 언캐니 밸리 같은 캐릭터에 대한 사실적 비호감 현상도 기술 발전에 따라 많이 줄였다.

무엇보다 활동하는 공간은 모바일이며, 구체적으로는 SNS를 기반으로 한다. SNS를 매개로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90년대의 팬클럽 회원 숫자와는 비교할 수 없다. 1990년대의 사이버 인간은 올드 미디어나 레거시 미디어가 주요 활동 기반이었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표방한 사이버 인간의 아이러니였다.

상호작용 면에서 이전의 사이버 인간보다 지금의 가상 인간이 훨씬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이 때문인지 가상 인간이 동시다발적으로 선을 보인다. 희한하게도 90년대에는 남성 사이버 가수가 제일 먼저 나왔는데, 21세기에 들어서는 여성 가상 인간이 우선 나왔고, 아예 남성 가상 인간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가상 인간은 여성만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릴 미켈라에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influencer) 릴 미켈라(Lil Miquela )팔로워 수는 300만이고 한 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우리 돈으로 130억이다. 그런데 이 릴 미켈라는 엄청난 미인이라고 할 수 없다. LA에 살고 있지만, 브라질 출신이다. 얼굴에는 주근깨나 기미가 끼어 있고 이는 가지런하지 않고 앞니가 벌어져 있기도 하다. 얼굴은 백옥과 같은 피부에서 거리가 멀다. 19살의 십대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가상 인간은 한결같이 빼어난 몸매와 미모를 자랑한다. 10대의 전형성과는 거리가 있다. 대체로 하얀 얼굴의 백인 몸을 지향하고 있다. 만약 이런 캐릭터를 들고 해외에 진출한다면 과연 인기를 끌 수 있을까. 방탄소년단이 국내에서는 외모가 아니라서 팬이 덜 형성될 때 해외에선 그들에게 엄청난 열광을 했다.

그 이유는 외모의 우월성이 아니었다. 과연 그들이 팬들을 대변해 주는 가이다. 지금 국내에서도 젊은 세대가 즐겨보는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외모가 평범 이하인 경우가 많다. 몸도 관능적인 면이 아니라 초등학생 몸매에 가깝다. 이제 가상 인간도 누군가를 잘 대변하는가에 성공이 좌우된다. 우리나라의 가상 인간 캐릭터의 지향점을 잘 설정해야 하는 이유다.

"붉은 여왕의 효과(Red Queen Effect)"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가상 인간 캐릭터들이 나름 진일보했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옛날에 사이버 인간의 결핍을 극복했다고 해서 바뀐 시대적 흐름에 부합했다고 할 수 없다. 오늘날에는 진짜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하는 이른바 스텔스 전법을 사용하고 있다.

언제인가는 모두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그것은 시간문제다. 요즘 세대는 가짜라는 것을 알고도 원하는 바를 성취하면 그만이다. 레거시 미디어인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상인간이 90년대 후반처럼 갑자기 사라지지 않고 대중과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려면 지금의 캐릭터에서 시대정신을 읽어야 한다.

특히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을 파악해 반영해야 한다. 이제 우리 캐릭터들도 변방이 아니라 그 중심에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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