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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라진 금융당국 리더십···여전한 금융 홀대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차재서의 뱅크업

사라진 금융당국 리더십···여전한 금융 홀대

등록 2022.05.31 16:48

차재서

  기자

reporter
금융당국 수장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80일을 훌쩍 넘겼고,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나란히 사의를 표명한지 3주가 지났으니 슬슬 걱정이 생길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려를 키우는 것은 주요 현안에 속수무책인 금융당국의 모습이다. 국내에서만 약 20만명의 피해자가 나온 한국산 가상자산 '루나 사태'에 시중은행 임직원의 연이은 횡령, 물가 상승에 이르기까지 첩첩산중이지만 당국으로부터 속 시원한 얘기를 듣지 못한 탓이다.

공식석상에서 금융위원장을 찾아보기도 무척 어려워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지난 22일의 경제전략회의나 27일 열린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5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 등 굵직한 행사가 이어졌지만, 고승범 위원장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신 자리를 채우는 사람은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다. 부위원장이 위원장보다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형적인 상황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가 금융당국 내에서 정부 정책 방향을 공유할 몇 안 되는 인물인 만큼 일단 이해하고 넘어가겠다.

아쉬운 대목은 이처럼 무거운 현안이 속속 쌓이고 있음에도 정부가 유독 금융당국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굵직한 정부 부처에서 수장이 취임하고, 후보자가 내정되는 것과 대조적이어서다.

하마평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몇 주 전부터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금융위원장을,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이 금감원장을 맡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발표에 조심스러워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선이다.

내부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게 첫 번째다. 대통령실 인사라인이 검찰 출신 특정 인사를 고집하는 반면, 총리 측은 경제관료를 밀어붙이는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어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여당의 반대로 국무조정실장 자리를 포기한 게 이러한 분위기를 확인시켜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가 하면 6월1일 지방선거를 의식해 인사를 미룬다는 소문도 들린다. 섣불리 후보를 공개했다가 그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로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면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진위는 인사권자나 당사자가 잘 알고 있겠지만, 모두 수긍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 논란을 의식할 정도로 정부가 후보자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거나 '나눠먹기식' 보은인사로 적당히 구색만 갖추려 한다는 방증일 테니 말이다.

이렇다보니 금융권 일각에선 역대 정부의 '금융 홀대론'을 떠올리게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금융은 규제 산업'이라는 인식 아래 이들을 수단으로 활용해온 옛 정책 철학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머지 정부가 금융당국 수장 인사에도 안일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뒤늦은 얘기지만 현 정부가 제시한 금융정책엔 늘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국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 문턱을 낮추고 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하는 것 그리고 공매도를 개선하는 것 또한 분명 필요한 일이겠으나, 그 외의 분야에서는 뚜렷한 방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례로 금융사와 빅테크의 공생 방안이나 헬스케어와 같은 신사업 진출, 카드 수수료 산정 체계 개편 등 핵심적인 내용은 이 정부의 국정 과제에서 찾아볼 수 없다. 금융의 자금중개기능만 강조해온 다른 정부와의 차별점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아무쪼록 새 행정부가 금융당국 수장 인사를 서둘러 매듭짓고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주길 기대한다. 디지털 기술을 타고 성장하는 금융업의 트렌드를 뒷받침하기 위해 보다 혁신적이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낡은 규제와 감독·검사 관행 쇄신 그리고 배당 자율성 보장. 듣기 좋을진 모르겠지만 진부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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