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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K 팝 친환경 소재 기업의 팬이 되어야

전문가 칼럼 김헌식 김헌식의 인사이트 컬처

K 팝 친환경 소재 기업의 팬이 되어야

등록 2022.06.02 08:00

K 팝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K 팝 친환경 소재 기업의 팬이 되어야 기사의 사진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2021년 실물음반 매출액은 50억 달러(약 6조975억 원)로 전해 대비 16.1% 증가했다. 실물음반 매출액이 20년 만에 첫 플러스 성장을 했다. 갈수록 실물음반을 가지 않고 디지털 콘텐츠로 소비하는 행태 속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견인차의 구실을 K팝이 하고 있다. K팝 앨범 수출국은 2012년 23개국이었지만 2021년 현재 88개국에 이른다. 2021년 음반 판매량은 사상 첫 5000만 장을 넘었다. 톱 400 기준 음반 판매량이 5459만 장이었다. 2020년 4170만7301장과 비교해 약 31% 증가였다.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수록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음반 판매량이 많아질수록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행동거지를 잘해야 한다는 의미일까.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이라기보다는 환경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이는 팬들을 표방하는 이들에게서도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점은 앨범과 주변 매개물의 소재와 재질이다.

대개 과도한 포장 판매가 문제가 된다. 더 심각한 점은 따로 있다. 대부분의 K팝 음반은 환경에 해로운 소재와 재질을 사용한다. 일단 포장재부터 투명 폴리염화비닐(PVC)이다. CD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사진집과 포토카드는 코팅된 종이를 사용한다. 당연히 코팅과 종이를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 이것을 분리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냥 버려지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팬덤 사이에서 불거졌고 의미 있는 시도들이 있다. 솔로 가수 청하가 친환경 소재로 앨범을 제작해 관심을 끌었다. 대형 기획사 소속으로는 트레저, 송민호의 앨범, 블랙핑크 굿즈(MD 상품) 등이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다. NCT 드림 정규 2집 '글리치 모드' 디지팩 버전 앨범도 친환경 용지를 사용했다. 디지팩 앨범은 CD를 제외한 대부분이 종이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8일 발매한 이 앨범은 초동(발매 후 일주일) 210만 장을 기록했다. 또한, NCT 드림 앨범은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비트박스' 디지팩 앨범은 친환경 종이와 잉크를 사용했다. 즉 '비트박스' 앨범에 친환경 인증을 받은 용지와 콩기름 잉크, 환경친화적인 UV 코팅 등의 소재를 사용했다. 친환경 인증은 국제산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의 인증을 받은 종이다. 물론 이러한 제작을 위해서는 내구성이나 디자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런 소재나 재질이 아니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해도 그것은 환경에 부담을 주는 점은 마찬가지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사용하는 대신 종이를 사용해도 자연의 나무를 벌목하고 펄프로 가공해야 한다. 물과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적절한 소비를 넘어서는 과잉 소비가 환경 요염의 주요 원인이다. 그런 잉여 소비를 부추기는 것은 마케팅 방식이다.

K팝 음반과 부대 매개물들은 단순히 음악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K팝 팬덤의 필수 소장품이다. 이러한 소유욕을 자극하는 것아 K팝 마케팅이다. K팝 음반은 CD 한 장만 팔지 않고, 음반 패키지를 구성해 사게 한다. 화보집 같은 사진집과 신용카드 형태의 포토카드, 포스터와 엽서, 스티커 등 많은 경우 CD 한 장에 구성품이 25개에 이르는 예도 있다. CD 한 장에 팬 사인회 응모권을 한 장씩이다.

팬 사인회 참여권이 아니라 응모권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응모권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CD를 사게 된다. 포켓몬 빵을 사는 이유는 그 안의 스티커 때문이라 빵을 쓰레기통에 던지듯 앨범도 버린다. 본래 음악을 듣는다면 앨범이 한 장만 필요할 텐데 수 십 장의 앨범을 사고 나머지는 거의 버리다시피 한다. 그조차 정작 팬미팅에 들어가게 할지 알 수 없다. 과포장에 중복 소비를 조장하는 셈이므로 말할 것도 없이 자원 낭비이면서 환경 오염이다. 많은 돈이 이런 필요 없는 앨범구매에 지출되고 있고 단순히 팬들의 등골브레이커 기능에 한정되지 않고 그 지출이 지구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이러한 마케팅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K팝이 지닌 근본적인 환경 모순은 바뀔 수 없다. 더구나 초동 판매량을 통해서 순위 차트를 장악하고 이를 통해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면서 명성과 상업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에서는 K팝의 환경 위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탄소 중립이 세계적인 현상이다. 라디오헤드, 아델 등의 영국 음반사 베거스 그룹(The Beggars Group)과 영국 유명 인디 레이블 닌자 튠(Ninja Tune)은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세계 3대 음악 레이블이라고 평가되는 유니버설 뮤직·위너·소니는 음악 기후 협약(Music Climate Pact)에 동참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약속했다.

음반이나 굿즈, 각종 카드만이 아니라 대면 공연 과정에서도 많은 탄소가 발생한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콘서트 투어에서 2016~17년 대비 탄소 배출을 5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음악 콘텐츠나 무대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필요하다. Z세대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는 공연장마다 별도의 공간을 통해 팬들이 기후 행동과 기후 정의를 고민, 실천할 수 있게 한다.

덧붙여 말하고 싶은 것은 K팝 가수들도 누군가의 후원이자 지지자가 되어야 한다. 특히 환경기술에 관해 기업들에 대한 지지와 후원도 중요하다. 일정하게 환경기술을 통해 환경 오염이 적은 제품 생산은 물론 생산된 제품을 재활용하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경 기술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이들에게 성원과 지지가 필요하고 그들에게 대중적 K팝 스타가 주목해주는 것 자체가 진일보일 수 있다. ESG 경영을 생각한다면, 하나의 K 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결집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후발 주자의 세계 경영은 환경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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