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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백신 없는 설움

오피니언 기자수첩

백신 없는 설움

등록 2022.06.21 15:03

유수인

  기자

reporter
"남자도 맞으라면서... 가격이 너무 비싸네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백신 '가다실9'의 가격이 한차례 더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4월 해당 백신의 공급 가격을 15% 올린지 약 1년 만이다. MSD측은 세계적인 HPV 백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근 10억 달러의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가다실9의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 백신 물량을 두고 선진국 및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싸움을 벌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빅파마의 가격 횡포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다.

'가다실9'에 대적할 만한 백신이 없다보니 부담은 국민들의 몫이다. 이전까지 HPV 예방 백신은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불리며 여성들만 맞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HPV가 남성에게도 암과 곤지름 등의 성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성별에 관계없이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 대상에는 청소년‧저소득층 여성들만 포함돼 있어 이들이 아닌 경우 주로 비급여로 가다실9를 선택한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 가다실9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문제는 가격부담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격 인상 전 가다실9의 접종 표준가격은 24만원이었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6개월 간 3회의 접종을 마쳐야 항체가 안정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최대 80만원까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시장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백신 주권 확보'의 중요성이 대두됐지만 사실 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백신 자급률은 30~40%에 불과하다. HPV, 대상포진 등의 프리미엄 백신들의 자급률은 이보다 더 낮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 백신 가격 인상과 물량 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제는 백신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을 모르는 이가 없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산1호 코로나 백신 개발 막바지에 다다를 수 있었던 점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의 영향이 크다. 백신 개발에 대한 정부 관심이 지속돼야 HPV 예방백신 같은 프리미엄 백신 개발도 힘을 받을 수 있다. 국민 건강과 의료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국산 백신 개발에 대한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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