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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FOCUS 하반기, 거대 위기가 온다

'긴급점검' '투자보류'···재계, 불확실성에 '파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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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구광모 등 총수들, 전략수정·투자 점검 나서
공급망 타격···가전·스마트폰·디스플레이 실적 충격 불가피
기업 30% 투자 축소,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자금조달 악화
"재고 늘고 마진율 떨어지고"···수익성 제고 전략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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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핵심성과지표(KPI), 투자∙예산∙조직 등 회사 내 자원 배분, 평가∙보상, 이해관계자 소통 방안 등도 기업가치 모델 분석 결과와 연계해 재검토돼야 한다."

지난달 17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상반기 최대 전략회의인 '2022 확대경영회의' 자리.

최태원 회장은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등 그룹사 최고경영진을 향해 "경제 위기 장기화에 대비해 하반기 각 부문별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하라"고 주문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원자재값 및 물류비 급등, 환율 영향 등 대내외 사업 환경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오는 8월 '이천포럼'에서 실행할 수 있는 사업 전략을 다시 점검하자고 진단한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거시경제 불확실 여파로 연초 세운 사업 전략이 과연 맞는지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보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현 상황에서 파이낸셜스토리가 어필 가능할지, 기업가치로 연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 사장단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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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2년 SK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SK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그룹도 최근 경영진 전략 회의를 통해 각 계열사별 투자 계획을 재점검하고 시장 상황에 맞는 전략 수정에 돌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경제환경 불확실성을 고려해 1조7천억원을 투입해 올해 2분기 착공할 예정이던 미국 애리조나주에 원통형 배터리 공장에 대한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가전과 스마트폰 수요 둔화에 각 사업부문 실적 하락에 직면하게 됐다. 전방 수요 약세와 유통 채널 재고 정책 변화 등으로 올 연간 세트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스마트폰은 2억9천만대에서 2억6천만대로, TV는 4200만대에서 3800만대로 생산량을 각각 축소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그플레이션(경기 불황속 물가상승) 우려 속에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서 TV, 가전, 스마트폰 등 세트 품목의 수요는 상당히 위축돼 버렸다.

원자재값과 물류비 부담이 커진 LG전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LG는 공급망 관리에 집중하며 하반기 수익성 방어에 최우선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다만 LG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 및 중국 상하이 봉쇄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경영진이 사업 전략을 짜기도 어렵게 됐다.

LG 한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은 감수해야 한다"며 "지금은 경제 여건이 좋아지기 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개한 '국내 5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의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 조사에서 10곳 중 3곳은 상반기 대비 투자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경제 불안정과 금융권 자금조달 환경 악화 때문이라는 답변이 전체 60%를 넘어섰다.

국내 수출 기업 50% 이상은 원자재나 중간재를 수입해서 수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수출 품목의 단가를 올리긴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조 원가는 환율 인상에 따른 중간재 구입 비용 증가로 마진율이 크게 낮아졌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전자 회사들이 수익 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한편 내년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사업 전략을 짜는 게 가장 궁극적 방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당초 예상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의 생산 품목들 재고가 쌓여가고 있고, 재고가 늘어나는 것은 전세계 공통적 현상"이라며 "재고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들 마진율(이익률)이 줄어드니 성급히 투자를 결정하거나 예정돼 있던 투자마저도 단행하기 부담스럽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금리는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투자를 늦추게 되면 투자에 대한 금리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기업의 판매 구조를 다변화시키고 효율적으로 재고 관리를 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하는 게 기업들 수익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끝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장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단락돼도 그 여파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거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전쟁이 끝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는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시장 및 산업계에선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 리스크에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비슷하게 1300원 돌파해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기업들은 물가 인상으로 인해 하반기 투자 비용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압박감이 커졌다. 또한 투자 자금을 빌리면 대출 부담이 커졌다. 이에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도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가가 30%정도 오르게 되면서 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짓는데 당초 계획보다 비용이 1.5배 더 든다"며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원화 기준으로 돼 있던 한국 기업은 투자 진행이 어렵다.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물가 안정을 위해 올 연말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리고 2024년에는 5.0%까지 올릴 전망"이라며 "기준 금리, 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을 기업들은 염두해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훈 기자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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